고독한 늑대의 피
유즈키 유코 지음, 이윤정 옮김 / 작가정신 / 2018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정의랄게 없는 늑대가 행하는 정의는 옳은 것인가?

간혹 느끼지만 일본 대중문화에선 야쿠자를 이상화한다는 감각이 있다. (생각해보니 그건 우리나라도 그런것 같지만...) 그들과 결탁되어 있는 자가 법을 집행하는 이야기라니 일단 완전한 정의라는 측면에선 처음부터 결함이 있는 이야기다.
그러나 현실의 정의가 이와 뭐가 그리 다를까 하는 마음.

반목하는 야쿠자와 그 와중의 경찰과 그 둘 사이 어딘가에 존재하는 인물들이 그려지는데, 오가미를 이상화하는 기본 자세가 어쩐지 오가미를 신뢰할 수 없게 만드는 구석이 있었다고 밝혀둔다.

야쿠자의 역사에 대해 대략 역자 후기에서 밝히고 있는데, 이 대략의 역사가 이 책을 읽는데 매우 도움이 된다.(물론 다 읽고 나서 읽었기에 후에 이해의 도움이 되었다.)

적당한 재미를 느낄 수 있고 의외의 내용도 있고... 그것만으로도 일단 나쁘지 않았다. 오락거리로 충분했다.

2018. nov.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한밤이여, 안녕 ㅣ 마카롱 에디션
진 리스 지음, 윤정길 옮김 / 펭귄클래식 / 2015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초반에 약간 지루한 듯한 사샤의 독백 덕에 약간의 진입 턱이 있었으나, 어떤 사건, 어느 장소, 어느 때에도 그녀는 평범한 피해자의 모습이었다.
관계가 망쳐지고, 관계를 제대로 이뤄내지 못하는 그녀에게 제공된 안식은 호텔 방 뿐.
그녀가 걸어온 모든 길, 머문 모든 방이라고 지칭되는.

책을 다 읽은 후에야 어떤 감정에 매몰되는 경우가 있는데, 아무래도 그 것인듯 하다.
세상의 그 무엇에도 희망을 잃은 그의 선택이 파괴적이라는 것에 어떤 반론이 있나 싶었는데, 해설에서 제시한 제2의 결론이란 것이 ‘새로 태어남’이라고 해서(아무래도 소수 의견 아닐까) 좀 어이가 없어졌다.

내가 받아들인 결론은 자학, 자해 더 나아가 죽음이라고 여겼는데.

잔뜩 움츠러드는 사샤의 마음처럼 쓸쓸한 기분이 드는 가을에 읽으면 더할 나위 없다. 더 우울해지니까.

- 나는 거기서 오랫동안 눈물을 흘린다. 내가 불쌍해서, 그리고 그 정수리가 대머리가 되어버린 노부인이 가엾어서. 이 저주받을 세계에 내재하는 모든 슬픔을 생각하며 울고, 또 모든 바보들과 투쟁에서 진 불쌍한 사람들을 위해서 운다. - 36

- 나는 잘해보려고 애를 쓰지만, 그들은 항상 내 능력을 속속들이 알게 되고, 내가 가는 길은 결코 다른 길로 연결되지 못한다. 항상 막다른 골목이다. 문들은 늘 닫혀 있다. 나는 안다.... - 41

- 내가 그들을 생각할 때 끔찍해하는 부분은 그들의 잔인성도, 그들의 교활함도 아니다. 특별히 힘든 걸 겪지 않은 때문인지 그들은 쉽게, 케케묵은 의식으로 생각하는 순진함을 지녔고 도대체 뭘 모른다는 점이다. 그들이 사는 이 망할 놈의 세상은 온통 진부하고 거짓투성이다. 그들의 모든 의식이 바로 이 깊이 없고 독창성이 결여된 진부함 속에서 태어나 자라고 그로 인해 살아남는다. 그들은 이 진부한 가증의 삶을 절대적으로 신뢰한다. 그러니 희망을 기대할 수 없다. - 54

- 도움을 받고 구조를 받아 숨을 수 있는 방을 가진 나. 그 이상 내가 무얼 원한단 말인가? 내가 누운 관 뚜껑의 마지막 못이 꽝 소리를 내며 박혀버렸다. 이제 나는 사랑받기 원하지 않으며, 아름답기를 원하지도 않고, 행복이나 성공을 바라지도 않는다. 내가 원하는 것은 단지 한 가지다. 나를 가만히 놔두는 것. 내가 사는 방의 문을 발로 긁지 마, 문을 열고 들여다 볼 생각도 하지마, 그저 나를 가만히 놔 둬.... - 55

- 이 지랄 같은 방, 이곳은 과거의 추억으로 넘쳐난다.... 이 방은 내가 그동안 자본 모든 방이 도며, 내가 걸었던 모든 길이다. 이제 모든 것이 질서정연하게, 파도치듯 내 눈앞에서 행진한다. 방들, 길들, 길들, 방들..... - 133

- 나의 마음 저 밑에서 나는 무감각하다. 마음 저 깊은 곳에 있는 물은 고여서 정체되어 있고, 조용하며, 무관심하다. 다시 말하면 죽음에 근접한, 그리고 증오와 매우 흡사한 씁쓸한 평화가 있을 뿐이다. - 177


2018. oct.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젊은 느티나무 - 강신재 소설선 ㅣ 문학과지성사 한국문학전집 31
강신재 지음, 김미현 책임편집 / 문학과지성사 / 2007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젊은 느티나무가 강한 느낌으로 남았지만, 의외로 해방촌 가는길, 안개, 점액질 등이 좋았다.

강신재라는 작가를 너무 늦게 알게 된 것. 해방도 겪은 노작가라는 점이 읽다보니 새삼 놀라웠다.

역시 여성이라는 소수성은 세계를 바라보는 시각을 넓게 한다라는 생각에 보탬이 되었다.

작가 스스로 대표작이라 꼽은 <파도>를 집중하기 어려워 듬성듬성 읽은 듯 하여, 꼭 다시 읽어봐야겠다 생각.

고졸한 느낌이 없지않으나 그때나 지금이나 관통하는 여성 서사는 훌륭하다.

시절 탓을 해야하나 가난 탓을 해야하나. 언제나 맞는 이야기고, 울적한 감성이고, 진취적이랄까 자기 파괴적이랄까 인생을 개척하는 방향에 대해 어느 누가 섣불리 비난할 수 있을까 싶은 이야기들.

끝내 행복한 이가 없다는 점은 염세적인 작가의 시선일까.

- 성혜는 다방을 나오고부터 더욱 더 두 뺨이 달아오르고 무엇인지 알 수 없는 격정이 가슴으로 솟구쳐 오르는 것을 느꼈다. 참을 수 없는 수치, 분격, 그리고 어떻게 할 바를 모르는 초려, 이런 것이 뒤섞이어 성혜의 가슴을 쾅쾅 짖눌렀다. - 안개, 29

- 자기는 이년 전 이 골목을 뛰어 내려가면서 어떤 일이 있더라도 움켜쥐고 오려고 생각했던 아무 것도 손에 쥐지 않은 채 돌아오고 있다고 뉘우쳤다. 공기처럼 바람처럼, 무엇인가가 지나간 것이었다. 시간이 그저 흘러간 뿐이었다. - 해방촌 가는 길, 38

- 너그럽고 무던하고 낙천적이 구석이 싹 하니 없어져 버린 것 같았다. 그는 고뇌의 실체를 보았는지 몰랐다. 그는 사람이 그것에게 이기지는 못하는 것이라고 깨달아 버렸는지 알 수 없었다. 그의 몸과 그의 얼굴 표정은 ‘절망’인 것 같았다. 기애의 마음을 날카롭게 움켜 잡고 놓지 않는 것도 그것이었는지 알 수 없었다. - 해방촌 가는 길, 53

-어느 편일까?
나는 나의 슬픔과 괴롬과 있는 대로의 지혜를 일 점에 응집시켜 이 순간 그의 눈 속을 응시하지 않을 수 없다. 나는 알 고 싶은 것이다. 그의 눈 속에 과연 내가 무엇으로 비치는가? - 젊은 느티나무, 102

- 유선은 그래도 거기를 간다.
그곳에 가면 예전에 있던 물건들이 그대로 그 자리에 놓여 있고 사람들도 변함없이 살고들 있었다. 자기도 역시 아직 살고 있다는 느낌이 어렴풋이나마 들곤 하므로, 가는 것이었다. 그런 것들과 마저 모조리 떨어져 버린다면 불안을 이길 길이 없을 것 같았다. 세계는 눈에 보이는 외형에서나마 제발 변함이 없어야 하였다. 가끔은 입밖에 내어서 지나간 일들을 말하는 것도 발 밑에 그래도 땅이 있다는 것을 확인해야 하겠기 까닭이었다.
유진은 무의미한 일을 일절 하지 않았다. 하지도 않고 생각지도 않았다. 그리고 그녀에게 있어 ‘의미있는 일’은 지나가 버린 것이다. 그것의 내용은 ‘망상’이었다고 그녀는 생각한다. 이제는 되살아 날 수 없는 것이었다. - 양관, 142

- “야 이놈아, 네 생각은 어떻데? 왜 죽었을 성 싶으냐. 그 사람들이.”
“아저씨가 말하셨지 않아요? 젊고 예쁘게들 생겼더라구. 그래서 죽은 거죠.”
“딴은 참, 복잡한 사정이 다 그 속에 있다. 옳다.” - 강물이 있는 풍경, 386

2018. nov.

댓글(0) 먼댓글(0) 좋아요(7)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우리집 강아지 ㅣ 테이크아웃 3
김학찬 지음, 권신홍 그림 / 미메시스 / 2018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거대 권력이 아닌 보잘것 없어 보이는 권력 관계, 힘의 이동, 균형, 굴복... 그리고 그냥 저냥 사는 이야기?

재미도 감동도 그저 그런.
테이크 아웃 시리즈를 다 읽겠다는 생각은 이제 거의 투명하다시피 흐려졌다.

억울하지만, 연역법이란 겨우 이런 것에 불과하다. - 9

2018. nov.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카산드라 (무선) ㅣ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141
크리스타 볼프 지음, 한미희 옮김 / 문학동네 / 2016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아니요’ 라고 하는 것이 그녀의 몫이었다.

머리 아프게 등장하는 입에 붙지 않는 이름의 수많은 등장인물들을 걷어내고, 카산드라가 자신에게 던지는 질문들에 집중하면 ‘고뇌하는 인간’, 윤리가 없던 시절 ‘정의로움을 말하는 자’, 끊임없이 자신에게 물음을 던지는 ‘질문하는 자’가 남았다.
<일리아스>의 주인공인 아킬레우스와 비교하면 그 점들이 더욱 선명해졌다. 영웅의 외양을 한 천둥벌거숭이와 외톨이가 된 진실의 입으로 그려지기 때문이다.

전쟁이라는 극한의 경험은 약자에게 더욱 파괴적이다. 전쟁은 국민을 생각하지 않는다. 전쟁을 수행할 자 외의 잉여인들은 고스란히 그 전쟁의 땔감이 되니, 전쟁을 여자의 이름을 하지 않는다라는 책 제목이 떠오른 것은 자연스런 사고의 흐름이었을 것이다.
신들의 무책임한 참견, 위정자들의 무의미한 자존심 대립, 소유물에 가까운 존재인 여성에 대한 생각이 꼬리를 물고 머리를 물었다.

왜 쉬운 선택을 하지 않는가.
왜 아이네이아스가 내미는 손을 잡지 않는가.
라고 물었지만, 답은 정해져 있다.
카산드라라는 인간은 그럴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2018. oct.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