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말이 얼마나 위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 김경현

국제 도서전 독립출판 부스에서 구입했다.

몇년 동안 도서전에 발걸음을 안하다가 지인을 만날겸 오랫만에 가게 됬는데, 가면서도 절대 십만원 넘게 책을 사지 않겠다(퍽이나 ㅡ.,ㅡ ) 라고 다짐을 하고 갔음에도...

굳이 온라인으로 살수 있지만, 메이저는 아닌 개인적 취향의 출판사들을 지나치질 못했고....
이하 생략.

어쨌든 독립서점에서도 한두권 사야지 했는데, 예상외로 살만한 책이 없었다. 취향이 아니었던 탓이다.

그 중 한 곳에서 표지만 보고 뽑기 하는 기분으로 고른 책 중 하나.

단상의 나열이라는 점에서 심플하게 읽히기도 하지만 깊이 없이 읽히기도 한다.

- 우리의 시대는 오지 않을 것이다.
친구여, 절망 앞에서 슬퍼하던 나의 친구여.
그래도 언젠가 오지 않겠는가.
이런 말이 얼마나 위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 28

2019. j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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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물의 탄생 - 메리 셸리의 『프랑켄슈타인』에 숨은 과학
캐스린 하쿠프 지음, 김아림 옮김 / 생각의힘 / 2019년 3월
평점 :
절판


1816년 5월 2일 제네바. 역사상 가장 유명한 문학 모임, 메리, 퍼시, 바이런, 클레어.... 규정짓기 어려운 조합의 공동체 안에서 가쉽의 대상이었던 여성 메리 셸리라는 존재에 대해 들여다 볼 수 있는 좋은 책.
시끄러운 대중을 뒤로 하고 마음이 통하는 사람들과 끊임없는 지적 대화로 얼마나 고양되었을지 눈에 선하다.

1797년 8월 30일 생. 나폴레옹이 폐위된 해에 퍼시와 만남.
1818년 프랑켄슈타인 출간.

연표만 봐도 메리 셰리는 획을 긋는 사건이다. 놀라운 여성 서사. 영화도 있던데.. 언제 한번 볼까 생각한다.

시대의 윤리를 떠올리면 그저 트랜디한 과학을 소재로 한 고딕 소설로만 바라볼 수 있지만, 메리 셰리의 정체성과 현대의 윤리와 결합되어 조금 더 철학적 외피를 쓴 문학으로 스스로 성장한 소설이 프랑켄슈타인 아닐까 생각한다.

좋은 문학은 언제나 그렇듯이.

이 책은 레퍼런스로 읽은 터라 인용을 많이 남긴다.

- 메리 셸리의 데뷔 소설 프랑켄슈타인은 괴물 하나를 만드는데 그치지 않았다. 이 소설은 과학소설이라는 새로운 문학 장르의 시발점이었다. - 9

- 임마누엘 칸트는 1784년에 계몽을 다음과 같이 정의했다. “인류가 스스로 초래한 미성숙과 자유롭게 사고하지 않으려는 경향에서 해방되는 것.” - 15

- 퍼시와 메리 셸리는 노예무역을 비판한다고 알려져 있었으며 프랑켄슈타인은 주변 사람들과 겉모습이 확연히 다른 인종의 사람들에 대한 취급방식을 다룸으로써 노예제를 비판했다고 해석되었다. - 17

- 16세기에 안드레아스 베살리우스 같은 해부학자가 대담하게도 인간 사체를 탐색하여 인체 내부의 작동에 따르는 엄청난 세부사항과 아름다움을 기록하면서 변화가 일어났다. 17세기 사람들은 인간의 몸을 점점 유기적인 기계로 바라보기 시작했다. - 25

- 19세기에 접어들 무렵의 사회적, 정치적 분위기 또한 과학에 영향을 주었다. 당시 프랑스는 혁명의 혼란기였고 프랑스와 영국 사이의 적대감은 최고조에 이르렀다. 이 때 영국에서 이뤄진 발견들은 영국의 과학이 프랑스의 과학보다 우월하다는 뜻으로 선전되었다. 그런 상황에서 몰래 고립된 채 이뤄진 빅터의 실험은 과학적 탐구 결과를 공유한다는 계몽의 원리에 반하는 것이다. 어쩌면 이것이 빅터가 몰락한 원인의 일부인지도 모른다. - 28

- 자연발생, 그리고 일반적인 의미에서 재생산은 수천년 동안 성찰되어온 주제였다. 조그맣지만 완벽한 인간 혹은 여타 동물들의 형상을 하고 있어서 성체로 ‘자라날’ 수 있는 호문쿨루스 homunculus의 이야기는 원래 고대 그리스에서 기원했다. 고대 그리스인들은 구더기와 파리, 벼룩이 겉보기에는 무에서 생겨나는 현상을 설명하고자 했다. 이런 생물들이 대를 잇는데는 부모가 꼭 필요한 것 같지 않았다. - 78

- 당시(1816년)에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이렇게 날씨가 나빴던 것은 화산폭발 때문이었다. 1815년 4월에 인도네시아의 탐보라 화산이 폭발했다. 지금껏 기록된 가장 강력했던 화산 폭발이었다. 화산이 폭발한 지역에서는 화쇄류pyroclastic flow로 인해 거의 1만명이 사망했다고 추정된다. 하지만 이어진 몇 개월, 몇 년 동안 기아와 질병으로 훨씬 더 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잃었다. 이 화산 폭발은 규모가 무척 컸기 때문에 전 지구적으로 영향을 끼쳤다. 대기권에 폭발하듯이 퍼진 엄청난 양의 재와 쇄설물이 높이 43킬로미터에 이르는 분출기둥을 형성했다. 크기가 큰 편인 잔해는 여러 주에 걸쳐 땅으로 계속 떨어졌지만 입자가 고운 것들은 대기에 몇 개월 동안 머무르며 전 지구적으로 퍼져 1815년 9월에는 멀리 런던까지 보이는 일몰이라는 장관을 만들어냈다. 이 일몰은 J.M.W터너의 뛰어난 회화 작품 몇 점에 기록되었다.
먼지와 재 구름이 끼친 장기적 영향은 태양 복사가 유달리 낮았던 기간과 우연히 맞물리면서 전 지구적으로 기온을 0.4에서 0.7도까지 낮추는 결과를 낳았다. 아주 적은 변화처럼 보일 수도 있겠지만 그 결과는 파괴적이었다. 1816년은 ‘여름이 없는 해’로 불렸으며, 독일에서는 ‘거지들의 해’라는 별명이 붙었고, 미국에서는 ‘얼어죽을 1800년대의 한 해’라고 불렸다. 1816년 6월 4일. 뉴햄프셔에는 서리가 곤찰되었고 6월 5일에는 뉴욕주 올버니에 눈이 내렸다. 유럽에서는 끊임없이 내리는 비 때문에 작물이 떠내려가 추수를 할 수 없었다. 독일에서는 식량때문에 폭동이 일어났고 웨일스의 농부들은 식량을 구걸하려고 먼 거리를 이동했다. 지중해 지역에서는 티푸스가 발생했다. 인도에서는 계절풍에 교란이 일어나 삼모작을 할 수 없게 되었고 벵골 지방에는 콜레라가 퍼지기 시작했다. - 82

- 탐보라 산에서 터진 화산재가 전 지구적인 영향을 끼쳤던 것처럼 콜레라 또한 대단한 흔적을 남겼다. 콜레라는 인도에서 처음 시작되어 천천히 자바와 탐보라로 거슬러올라갔고 그 과정에서 1819년 20년 사이에만 12만 5000명이 죽었다. (....) 그러던 6월 16일에 바이런이 이렇게 제안했다. “우리 각자 유령 이야기를 써봅시다.” - 84

- 프랑켄슈타인의 부제가 ‘현대의 프로메테우스’라는 사실은 메리가 고전 신화와 민담에서 강한 영감을 받았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 91

- 메리가 소설의 등장인물을 잉골슈타트로 보낸 것은 흥미로운 선택이었는데, 그 이유는 이곳에 진짜로 대학교가 있기는 하나 이곳이 여러 논란의 원천이었기 때문이다. 1472년에 세워진 이 대학은 18세기에 들어 여러 음모의 진원지가 된 비밀결사, 일루미나티illuminat(계몽을 뜻하는 라틴어)의 중심이 되었다. (...) 일루미나티는 뚜렷한 반종교적 성향을 띤 동시에 영국 계몽주의에 흔했던 평등주의 같은 개념에도 흥미를 가진 자유사상가들의 모임이었다. (...) 그렇기 때문에 비록 프랑켄슈타인에 일루미나티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은 없지만, 19세기 독자들은 이 소설에 등장한 잉골슈타트 대학교를 비밀결사 그리고 위험한 혁명적 실천과 연결지어 이해했을 것이다. - 138

- 그가 부속들을 한데 모은 것은 그 결과 만들어진 창조물의 정체성과 관련해 흥미로운 질문을 제기한다. 이 창조물은 부분적으로 기계이자 인간인 잡종인가 아니면 완전히 새로운 종인가? - 242

- 과학적인 관점에서 보면 빅터의 실험은 놀랄만한 성공을 거둔 셈이다. 사체를 재료로 해서 살아 있는 존재를 탄생시켰을 뿐만 아니라 인류를 좀 더 개선 시키 듯 했기 때문이다. - 317

- 메리는 자기 책이 널리 알려진 데 대해 기뻐했다고 전해지지만, 그 책이 해석된 방식에 대해서는 실망했을 것이 분명하다. 메리의 소설은 창조물들을 동등한 존재로서 잘 보살피자고 했지 억압하자고 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 356

2019. j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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샌드위치의 기초 ㅣ 기초 시리즈 1
최현정 지음 / 맛있는책방 / 2018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너무 기본적인 것을 환기시키는 시리즈다.

모르는 것도 아닌 것을 왜 책으로 한 번 더 봐야 직성이 풀리는지 모르겠다.

책으로 배워봐요, 책으로 배웠어요 성향은 이런 면에서 불필요한 시간이 소모된다.

그래도 참 예쁘게 만든 책이다.

2019. jun.

#샌드위치의기초 #최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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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랜드 - 여자들만의 나라 ㅣ Rediscovery 아고라 재발견총서 5
샬롯 퍼킨스 길먼 지음, 황유진 옮김 / 아고라 / 2016년 8월
평점 :
품절


재밌게 읽었다.

플래그를 붙이 부분의 상당수가 캐릭터의 인상에 대한 것인데, 정말 스테레오타입이란 것의 정석이랄지. 주요 남성 캐릭터 셋이 전형적인 남성 우월주의자, 배려하는 평화주의자, 페미니스트에 가까운 남성으로 구성되어 있다. 전형의 남성 우월주의자 캐릭터인 테리의 한심함은 이야기 내내 비웃음 거리로서의 역할을 훌륭히 수행하지만, 그 끝간데 없는 미련함을 참고 받아주는 상대 캐릭터들에 존경심 마저 들 지경이었다.
페니미즘 유토피아라 불리는 허랜드에 가장 잘 적응한 남성은 사회학자이고 학구적 열정이 큰 밴 뿐이었다.
여성성이라는 허상은 공고한 남성역사의 결과물일 뿐이라는 작가의 생각은 요즘의 여성주의가 말하는 지점과 정확히 일치한다.
소름 끼친다. 1900년대 부터 자각이 있는 여성이라면 느낄 수 있었던 이 모든 불합리를 여전히 느끼고 있다는 사실.

다만 ‘처녀 생식’ 부분이 조금 ?? 스러운 부분이지만, 남성을 배제하고 차별을 두는 설정이 등장될 경우 여성들의 나라에 도덕적 흠결을 될만한 소지를 불식시키고자 했던 의도가 아닐까 생각해 본다.

‘누런 벽지’ 인상적이다. 작가의 경험이 반영된 짧고 깊은 심리 드라마. 1860년생 작가의 1900년대 작품으로 새삼스럽지만 대단한 글쓰기이다.

진짜 재밌다. 추천추천.

- 그들은 젊은 여자도 늙은 여자도 아니었다. 여자라는 측면에서 보면, 그들은 아름답지 않았다. 하지만 결코 사나워 보이지도 않았다. 차분함, 신중함, 현명함, 두려움이 전혀 없는 확신이 깃든 단호한 표정의 얼굴을 보고 있자니 묘한 기분이 들었다. 아주 어릴 때 이런 기분을 느낀 적이 있는 것 같은데 그게 언제였는지 기억을 되짚다, 나는 그 기분의 정체를 알아냈다. 그것은 바로 다 틀려먹었다는 걸 알았을 때 드는 절망감이었는데, 어린 시절, 내 짧은 다리로 아무리 최선을 다해 뛰어봤자 학교 지각을 면치 못할 거라는 사실을 깨달았을 때 종종 느끼던 기분이었다. - 41

- 그녀들이 본질적으로 지닌 모성애가 문화 전체를 지배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에게는 우리가 말하는 ‘여성스러움’이 현저히 부족했다. 이 점 때문에 나는 이내 우리가 너무도 좋아하는 ‘여성스러운 매력들’은 사실 전혀 여성스럽지 않으며 남성성이 반영된 결과물일 뿐 임을 확실하게 깨닫게 됐다. - 105

- 신경과민 증상 때문에 몹시 우울하다. 존은 내가 얼마나 고통스러워 하고 있는지 모른다. 그는 내가 고통스러울 이유가 전혀 없다고 생각하며 그에 흡족해 한다. - 256, 누런 벽지

2019. j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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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고라편집부 2020-08-22 10: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녕하세요? <허랜드>를 펴낸 도서출판 아고라 편집부입니다. 저희 책을 읽고 이렇게 기록까지 남겨주셔서 감사합니다. 이 글을 페이스북 그룹 ‘아고라 북클럽‘에 공유합니다. https://www.facebook.com/groups/agorabooks/ (참고로 알라딘에서 서재를 운영하시는 분께서 8월에 그룹에 가입하시면, <시선으로부터>, <동물농장>,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 중 한 권을 받으실 수 있습니다. 무료 가입이니 둘러봐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 주말 즐겁게 보내세요, 감사합니다!
 
사하맨션
조남주 지음 / 민음사 / 2019년 5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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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르는 사이에 함정에 빠진 사람들.
인간의 선의가 선의가 아니게 되는 순간.
대상없는 울분이 삶을 집어 삼키는 일.

그런 디스토피아를 생각하니 가슴이 답답하다.
외국 작품의 그것들과 다른 차원의 막막함을 느끼는 것은 현실의 반영이 상당히 구체적 어떤 사건들을 떠올리게 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너무 많은 사연이 담겼다.
담고자 하는 이야기가 너무 많고, 캐릭터 사이의 접착제가 부족한게 아닌가 생각한다.
sf 스러운 느낌도 잘 모르겠고, 깊이가 기대에 못 미쳤다.

- “나방이라기에는 너무 예뻐서.”
우미가 한쪽 입술을 일그러뜨리며 웃었다.
“예쁘고 안 예쁘고 그런걸로 종을 구분해? 재밌네.” - 37

- 사하맨션에서 태어나고 자란 사라에게 세상은 딱 그 크기, 그 만큼의 빛과 질감, 그 정도의 난이도였다. 그런데 요즘 사라에게 너머의 세상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동안 당연하게 여겨 왔던 많은 일들에 화가 나고 억울했다. - 112

- 우리, 잘못한 것도 없는데 왜 서로 미안하지? 나한테 진짜 미안해야 할 사람은 누구지? 아무도 내게 사과를 안 해. 누군지도 모르겠어. 그래서 나는, 요즘 분해서 자꾸 눈물이 나. - 117

- 위로는 받았어요. 위로라고 생각하고 받았어요. 위로와 배려를 받고 나니 그걸 준 사람들에게는 아무것도 따질 수가 없었어요. 그래서 결국 팔아먹은 게 됐어요. 그러니까 진경 씨, 살면서 혹시 위로받을 일이 생기더라도 받지 말아요. 위로도 배려도 보살핌도 격려도 함부로 받지 말아요. - 163


2019. j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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