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랜드 - 여자들만의 나라 Rediscovery 아고라 재발견총서 5
샬롯 퍼킨스 길먼 지음, 황유진 옮김 / 아고라 / 2016년 8월
평점 :
품절


재밌게 읽었다.

플래그를 붙이 부분의 상당수가 캐릭터의 인상에 대한 것인데, 정말 스테레오타입이란 것의 정석이랄지. 주요 남성 캐릭터 셋이 전형적인 남성 우월주의자, 배려하는 평화주의자, 페미니스트에 가까운 남성으로 구성되어 있다. 전형의 남성 우월주의자 캐릭터인 테리의 한심함은 이야기 내내 비웃음 거리로서의 역할을 훌륭히 수행하지만, 그 끝간데 없는 미련함을 참고 받아주는 상대 캐릭터들에 존경심 마저 들 지경이었다.
페니미즘 유토피아라 불리는 허랜드에 가장 잘 적응한 남성은 사회학자이고 학구적 열정이 큰 밴 뿐이었다.
여성성이라는 허상은 공고한 남성역사의 결과물일 뿐이라는 작가의 생각은 요즘의 여성주의가 말하는 지점과 정확히 일치한다.
소름 끼친다. 1900년대 부터 자각이 있는 여성이라면 느낄 수 있었던 이 모든 불합리를 여전히 느끼고 있다는 사실.

다만 ‘처녀 생식’ 부분이 조금 ?? 스러운 부분이지만, 남성을 배제하고 차별을 두는 설정이 등장될 경우 여성들의 나라에 도덕적 흠결을 될만한 소지를 불식시키고자 했던 의도가 아닐까 생각해 본다.

‘누런 벽지’ 인상적이다. 작가의 경험이 반영된 짧고 깊은 심리 드라마. 1860년생 작가의 1900년대 작품으로 새삼스럽지만 대단한 글쓰기이다.

진짜 재밌다. 추천추천.

- 그들은 젊은 여자도 늙은 여자도 아니었다. 여자라는 측면에서 보면, 그들은 아름답지 않았다. 하지만 결코 사나워 보이지도 않았다. 차분함, 신중함, 현명함, 두려움이 전혀 없는 확신이 깃든 단호한 표정의 얼굴을 보고 있자니 묘한 기분이 들었다. 아주 어릴 때 이런 기분을 느낀 적이 있는 것 같은데 그게 언제였는지 기억을 되짚다, 나는 그 기분의 정체를 알아냈다. 그것은 바로 다 틀려먹었다는 걸 알았을 때 드는 절망감이었는데, 어린 시절, 내 짧은 다리로 아무리 최선을 다해 뛰어봤자 학교 지각을 면치 못할 거라는 사실을 깨달았을 때 종종 느끼던 기분이었다. - 41

- 그녀들이 본질적으로 지닌 모성애가 문화 전체를 지배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에게는 우리가 말하는 ‘여성스러움’이 현저히 부족했다. 이 점 때문에 나는 이내 우리가 너무도 좋아하는 ‘여성스러운 매력들’은 사실 전혀 여성스럽지 않으며 남성성이 반영된 결과물일 뿐 임을 확실하게 깨닫게 됐다. - 105

- 신경과민 증상 때문에 몹시 우울하다. 존은 내가 얼마나 고통스러워 하고 있는지 모른다. 그는 내가 고통스러울 이유가 전혀 없다고 생각하며 그에 흡족해 한다. - 256, 누런 벽지

2019. j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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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고라편집부 2020-08-22 10: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녕하세요? <허랜드>를 펴낸 도서출판 아고라 편집부입니다. 저희 책을 읽고 이렇게 기록까지 남겨주셔서 감사합니다. 이 글을 페이스북 그룹 ‘아고라 북클럽‘에 공유합니다. https://www.facebook.com/groups/agorabooks/ (참고로 알라딘에서 서재를 운영하시는 분께서 8월에 그룹에 가입하시면, <시선으로부터>, <동물농장>,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 중 한 권을 받으실 수 있습니다. 무료 가입이니 둘러봐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 주말 즐겁게 보내세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