징구 - 로마의 열병 / 다른 두 사람 / 에이프릴 샤워 ㅣ 얼리퍼플오키드 2
이디스 워튼 지음, 이리나 옮김 / 책읽는고양이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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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디스 워튼은 여성에게 참정권조차 없던 시절의 작가고, 그럼에도 그의 글을 읽을 때마다 공감의 실소가 나니 이 세계는 대체 어떤 방향으로 질주해 온 것인가 싶은 어처구니 없음의 감정에 사로잡히게 된다.

무엇을 혼자하는 것이 두려운 밸린저 부인이 결성한 ‘런치클럽‘.
그안의 내부 서열싸움은 치열하기만 한데, 그 안에서 아직 온전한 소속원이 되지못한 로비부인의 ‘징구‘발언은 파장을 일으킨다. 아니... 내가 모르는 어휘가 있단 말인가 류의 지적허영심은 우스꽝스러운 상황으로 치닫고.... 라는 이야기가 표제작 <징구>. 그 경망스러움과 아이러니를 꼬집는 재미가 있다.

‘로마의 열병‘에선 정신적 자립을 채 하지 못한 여성들의 세밀한 감정묘사가 돋보이고, ‘다른 두사람‘은 결혼의 의미와 성별의 차이란 무엇인가라는 통찰이 있다. 사회로 첫발을 내딛는 어린 여성에게 의지가 되어 주는 가족의 의미에 대한 ‘에이프릴 샤워‘로 흥미롭다.

여러 이야기안에 여성의 주체성에 대한 작가의 생각이 담겨 있다.

- 사회가 아직 이혼의 중요성에 익숙하지 않으니 적응 될 때까지는 여자들이 법의 허용범위 내에서 스스로 당당하게 자유를 누려야 한다고 생각했다. - 다른 두사람 중

2019. no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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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어
서보 머그더 지음, 김보국 옮김 / 프시케의숲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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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제의 탄압을 받던 작가 ‘나‘는 가정부 에메렌츠의 헌신으로 평온한 일상을 영위한다. 에메렌츠의 헌신은 ‘나‘에게만 주어지는 것이 아닌, 온 마을에 주어지는 선물같은 것이었다.
자신은 철저하게 닫아놓은 채로 존재한 에메렌츠는 나의 성공과 맞물려 강제로 비밀이 드러나게 된다.

두 여성의 관계는 고용인-피고용인이기도 하고, 딸-엄마이기도, 친구이기도 하지만, 뭐라 규정할 만한 특정한 용어가 없는 무엇이다. 사람간의 신뢰, 유대같은.
이런 모호함은 감정표현에 인색했던 두 여성이 보여주는 감정에 깊이 공감하지 못한 독자의 탓일지도 모르겠다.

예견되어 있던 에메렌츠의 비극은, 시대가 알아채지 못한 트라우마를 방치한 결과이다.
자의로 결정할 수 없었던 죽음 앞에서 최소한 지키고 싶은 자존. 그것을 충분히 이해하지 못한 작가는 어떤 글을 쓴것일까.

조르바의 건너 편이라든가, 여성화라든가 하는 평가는 받아들이기 어렵다.
가족이 아닌 두 여성의 관계를 설명하는 이야기이다가, 죽음을 받아들이는 삶의 자세에 대한 이야기이다가, 아 됐다... 이 모든 걸 아우르는 성녀의 이야기인가 싶으니까.

큰 감동까지는 아니라고 기대한 바가 확실히 있어 고른 책인데, 그에 미치지는 못했고, 다만 존엄한 죽음에 대해 더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마음이 어수선해지는 이야기다.

- 손님들이 반문할 거라고 알리거나, 예기치않게 누군가가 방문할 때면 그녀는 자신의 도움이 필요한지 물어왔다. 그럴 때 나는 주로 그녀의 호의를 정중히 사양했다. 바로 나의 집에서, 내가 이름도 없이 지낸다는 것을 친구들에게 알리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에메렌츠에게는 내 남편에 대한 호칭만 있었을 뿐, 그녀에게 나는 여성작가도, 부인도 아니었다. 그녀의 삶에 마침내 내가 자리매김하기 전까지, 그녀의 관계망 속에서 내가 누구이며, 나에게 적합한 호칭은 어떤 것인지 그녀는 생각도 하지 않았을 그 기간 동안, 나에 대해서는 그 어떤 호칭도 없었다. 물론 어떤 류의 성격을 가진 사람인가에 대한 파악없이는 그 어떤 정의도 내릴 수 없기에, 이 경우에도 그녀가 옳았다. - 19

- 누군가에게서 모래가 빠져나가기 시작하면, 그것을 저지하면 안된다는 것을 알아두세요. 죽어가는 그에게 당신은 삶을 대신할 그 어떤 것도 줄 수 없으니까요. - 145

2019. de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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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 주인공만 모른다 ㅣ 재미있는 영화 클리셰 사전
듀나 지음 / 제우미디어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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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상에 대한 진지한 이해 없는 관성적 비판은 어떤 일에도 제대로 된 해결을 제시하지 못한다는 말이 와닿았다.

클리셰 사전이므로, 이해할 수 없는 영화적 장치는 없다. 적절한 예시와 함께 ˝사전˝으로서의 역할에 충실하다.

2019. de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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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소리를 드릴게요 - 정세랑 소설집
정세랑 지음 / 아작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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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도치 않게 멸망 혹은 재난에 휩쓸린 우리의 주인공들은 심각하게 절망하지 않는다. 어느 정도 각오한 일이라는 듯, 지구의 실패, 인류의 무지의 댓가를 감내하는 sf.

기본적으로 캐릭터들이 다정하고 윤리적이고, 그 당연한 애티튜드가 바탕이 된 유머가 있다.
마음을 확 놓아버리고 좋아해야지!하는 기분만 준비하면 술술 흘러가는 이 책 읽기가 무척 즐겁다.

- 우주선의 문이 닫힐 때 저는 남선 오빠에게 고함을 질렀습니다.
˝너 그러다 망한다? 그렇게 원칙도 윤리도 없이 막 살다가 망한다? 너 같은 놈들 때문에 지구가 끝난거다?˝
끝까지 빙글빙글 웃는 얼굴이더라고요. 재수없어. - 11분의 1 중

- 재활용은 자기기만이었다. 쓰레기를 나눠서 쌓았을 뿐, 실제 재활용률은 형편없었다. 그런 문명에 미래가 있었다면 그게 더 이상했을 것이다. - 리셋 중

- 수요를 한참 웃돌게, 아마도 원하지 않는 물건들을 생산하다니 과거의 풍요로움이란 굉장히 기분 나쁜 풍요로움이었던 것 같다. - 리셋 중

- 3분의 1을 잃고도 80억이 넘었다. 120억에서 40억이 죽고 80억. 살아남은 80억이 전쟁을 시작했다. 그것은 그때까지 없었던 종류의 전쟁이었다. 무기없는 시민들이 정부와, 무엇보다 기업과 싸우기로 마음먹은 것이었다. 아라는 참혹한 시대를 살았던 그 80억에게 경외심을 느꼈다. 슬픔 속에서 예전처럼 다시 인구를 늘릴 수도 있었는데, 그렇게 하지 않았다. 사람들은 깨어나 명확하게 말하기 시작했다. 웨스트나일바이러스가, 새나 모기가 사람들을 죽인 게 아니라고. 그때까지도 성장만을 향해 폭주하는 체제를 끌고 가려고 애쓰던 기업이 자본이, 정부가 책임을 져야 할 문제라고, 환경주의는 드디어 비웃음당하지 않는 보편 가치가 되었다. 죽어 떨어진 새가 그려진 깃발 아래, 파업과 시민혁명이 거의 모든 나라로 확산되었다. - 7교시 중

- 나는 23세기 사람들이 21세기 사람들을 역겨워 할까봐 두렵다 지금의 우리가 19세기와 20세기의 폭력을 역겨워하듯이 말이다. - 작가의 말 중

2020. j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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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연필을 씁니다 - 젊은 창작자들의 연필 예찬
태재 외 지음 / 자그마치북스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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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자들의 다채로운 연필 이야기 라서 기대를 했으나,
흑심, 김겨울 의 글 정도가 흥미로웠다.

사실 이제는 어느 정도 감이 와서, 안 읽어도 되겠다는 느낌을 받았는데... 아마 연필을 준대서 샀던가....
굿즈에 현혹되는 미숙함은 개선이 안되는것 같다.

어쨌든 연필은 매력적이다.
소리, 냄새, 필감 모두가 충족되는 아마도 가장 저렴한(물론 아닌 경우로 이미 많이 발을 담그기는 했다) 애호품이 아닐까 한다.

2019. de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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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그다드 2020-03-16 23: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그래요. 내용은 익히 짐작했는데 굿즈연필 땜에 사고 말았네요. 연필사랑 초보라서...^^

hellas 2020-03-17 03:22   좋아요 0 | URL
그놈의 연필이 뭐라고 ㅋㅋㅋㅋㅋ 이렇게 호갱님 되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