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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소리를 드릴게요 - 정세랑 소설집
정세랑 지음 / 아작 / 2020년 1월
평점 :
절판
의도치 않게 멸망 혹은 재난에 휩쓸린 우리의 주인공들은 심각하게 절망하지 않는다. 어느 정도 각오한 일이라는 듯, 지구의 실패, 인류의 무지의 댓가를 감내하는 sf.
기본적으로 캐릭터들이 다정하고 윤리적이고, 그 당연한 애티튜드가 바탕이 된 유머가 있다.
마음을 확 놓아버리고 좋아해야지!하는 기분만 준비하면 술술 흘러가는 이 책 읽기가 무척 즐겁다.
- 우주선의 문이 닫힐 때 저는 남선 오빠에게 고함을 질렀습니다.
˝너 그러다 망한다? 그렇게 원칙도 윤리도 없이 막 살다가 망한다? 너 같은 놈들 때문에 지구가 끝난거다?˝
끝까지 빙글빙글 웃는 얼굴이더라고요. 재수없어. - 11분의 1 중
- 재활용은 자기기만이었다. 쓰레기를 나눠서 쌓았을 뿐, 실제 재활용률은 형편없었다. 그런 문명에 미래가 있었다면 그게 더 이상했을 것이다. - 리셋 중
- 수요를 한참 웃돌게, 아마도 원하지 않는 물건들을 생산하다니 과거의 풍요로움이란 굉장히 기분 나쁜 풍요로움이었던 것 같다. - 리셋 중
- 3분의 1을 잃고도 80억이 넘었다. 120억에서 40억이 죽고 80억. 살아남은 80억이 전쟁을 시작했다. 그것은 그때까지 없었던 종류의 전쟁이었다. 무기없는 시민들이 정부와, 무엇보다 기업과 싸우기로 마음먹은 것이었다. 아라는 참혹한 시대를 살았던 그 80억에게 경외심을 느꼈다. 슬픔 속에서 예전처럼 다시 인구를 늘릴 수도 있었는데, 그렇게 하지 않았다. 사람들은 깨어나 명확하게 말하기 시작했다. 웨스트나일바이러스가, 새나 모기가 사람들을 죽인 게 아니라고. 그때까지도 성장만을 향해 폭주하는 체제를 끌고 가려고 애쓰던 기업이 자본이, 정부가 책임을 져야 할 문제라고, 환경주의는 드디어 비웃음당하지 않는 보편 가치가 되었다. 죽어 떨어진 새가 그려진 깃발 아래, 파업과 시민혁명이 거의 모든 나라로 확산되었다. - 7교시 중
- 나는 23세기 사람들이 21세기 사람들을 역겨워 할까봐 두렵다 지금의 우리가 19세기와 20세기의 폭력을 역겨워하듯이 말이다. - 작가의 말 중
2020. j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