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 룸
레이철 쿠시너 지음, 강아름 옮김 / 문학동네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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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감자를 현미경으로 들여다 보는 듯한 소설이다.

일찌감치 생의 희망을 잃어버린 자들의 목소리.

그 안의 막막함과 제각기의 감정들이 수긍되면서도 어쨌든 그들이 범죄를 저지른 이들이라는 바뀌지 않는 사실때문에 완벽한 이입은 어렵다.

내가 좋아하는 여러 작가들의 추천의 이유는 왜인지 잘 알겠지만, 어떤 서사가 두드러지지 않는 이 소설이 그다지 매력적이진 않았다.

그나저나 미국인 작가들은 소로를 상당히 좋아한다고 느꼈다.

- 오래 살 계획은 없다. 그렇다고 짧게 살겠다는 것도 아니다. 내게는 그런 계획이라는 게 전혀 없다. 문제는 계획이 있든 없군 사람은 존재하지 않을 때까지 존재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고, 그렇다면 계획 따윈 무의미하다. - 26

- 메데이아는 그 인간에게 고통을 줘야만 했어. 그도 메데이아의 고통을 알 수 있게. 역사에 나와있는 얘기야. 실화라고. 남한테 그런 짓을 할 땐 자기도 피해를 볼 수밖에 없는 법이지. 그 남자는 메데이아의 삶을 갈가리 찢어버렦고, 그래서 메데이아도 똑같이 되갚아줄 방법을 찾은 거야. 그랬다는 게 내 유일한 위안이야. 너무 너무 너무 작은 위안이지. 너무도 작아서 평소엔 있는지도 모르고 살아. - 125

- 세상사는 우리가 기꺼이 인정할 수 있는 수준보다 더 복잡하다. 인간은 우리가 기꺼이 인정할 수 있는 수준보다 더 멍청하고 덜 사악하다. - 266

- 내가 나의 길 위에 있듯 그애는 그애의 길 위에 있다. 세상은 오래, 아주 오래 지속되어왔다.
나는 그애에게 삶을 주었다. 그토록 큰 것을 주었다. 무와는 정반대다. 무의 반대는 무언가가 아니다. 무의 반대는 전부다. - 517

2022. aug.

#마스룸 #레이철쿠시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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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나를 사랑해서 나를 혐오하고 문학동네 시인선 171
서효인 지음 / 문학동네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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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위에서. 연작이 좋았다.

- 시를 후회하는 용도로 쓰고 있는 게 아닌가 걱정이다. 현실에 이토록이나 완벽하게 투항했는데, 무릎 꿇고 빌고 있는 주제에, 도가니와 손모가지의 멋진 각도를 계산하는 것이다. - 시인의 말 중.

- 매 순간 최선을 다하지 못해
다행스러웠다
아무것고 연결되어 있지 않아서
아무것도 기억하지 않아서
아무것도 보여주지 않아도 되어서 - 육교에서의 친구들 중

- 바깥은 평온하다, 그것이 나를 더 미치게 하는 줄도 모르고 - 로맨스 중

- 이기를 위해 사는 삶, 내 신을 위해 사는 삶, 시를 쓰고 시를 위해 사는 삶, 결국 다 이기적이고 비겁한 일 아닐까? 삶을 움켜쥔다는 건 많은 이들을 손에서 놓아야 한다는 변명 아닐지. 왜 손은 두 개밖에 없나. 하루를 마감하는 깨끗한 빈 손. 왜 떨리는지. 왜 저리는지. - 정용준 발문 중

2022. jun.

#나는나를사랑해서나를혐오하고 #서효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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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리홀 문학과지성 시인선 453
김현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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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번 되새김질하며 읽어야 할 듯한 시집.

생생하고 생경하고.

노골적인듯 하지만 숨겨둔 암시가 잔뜩이다.

해설에 등장한 그래고리 크루드슨이 너무 반가웠다.

2022. may.

#글로리홀 #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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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하는 일
오지은 지음 / 위고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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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둘러싼 공기가 조금 가볍고 따스하게 전화될 필요가 있을 때마다
그런 때를 대비해 구매해둔 에세이를 골라든다.

내용이 가볍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나와 비슷한 감성의 인류가 삶의 조각들을 보여주는 글이 좋기 때문이다. 외국의 에세이보다는 같은 국적의 여성 에세이스트를 조금 더 사랑하는 이유도 그와 같을 것이다.

그래서 좋은 에세이스트를 발견하면 무척 반갑고, 충성도 높은 독자가 된다.

오지은 작가도 그런, 새 책을 발간할 때마다 반가운 사람이다.


- 에세이는 삶을 직시하지 않으면 쓰지 못한다고 생각한다. 본인의 삶이든, 타인의 삶이든, 우리를 둘러싼 세상이든, 괴로워도 바라봐야 한다. 도망갈 곳이 없기 때문이다. 심지어 글로 만들려면 아주 오래 바라봐야 한다. 그래서 에세이는 용감한 문학이라고 생각한다. 시대에 따라 ‘생각이 가는 대로 써 내려간 글‘을 뭐라고 부르든, 그것이 산문이든 수필이든 에세이든, 글에 담긴 가치는 변하지 않는다. 나는 에세이라는 장르의 팬으로서 그렇게 생각한다. - 10

- ˝그러니까 지금은 참정권이 있는 거잖아. 옛날 여자들이 희생했다는 건 알겠어. 근데 네가 무슨 차별을 받았어? 이런 얘기를 자꾸 왜 해? 굳이 편을 갈라서 뭐가 좋아?˝ 나는 기운이 빠진다. 어떤 사람들은 빤히 보이는 것이 보이지 않는다고 한다. 그럼 0에서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 현재를 보아야 미래로 넘어갈 수 있다. 나는 이제 보이는 것들 너머의 것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다. - 152

2022. may.

#마음이하는일 #오지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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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과 두더지와 여우와 말 (10만부 판매 기념 한정판)
찰리 맥커시 지음, 이진경 옮김 / 상상의힘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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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이 일단 멋지다.

꼬마와 두더지 여우 말이 만나서 서로에게 의지하는 것도.

긴 말은 하지 않지만 삶에 있어 중요한 것들을 일깨우는 그림책.

가끔씩 텍스트가 간소화되고 이미지로 마음을 움직이는 것이 필요할 때가 있다.

환기도 되고 바닥에 가라앉은 인간애가 조금 살아나기도 한다.

- 저는 여러분이 자신과 다른 사람들에게 더 많은 친절을 베풀며 용기있게 살아가는데 이 책이 도움이 되기를 바랍니다.

- ˝난 아주 작아.˝ 두더지가 말했어요. ˝그러네.˝ 소년이 말했지요. ˝그렇지만 네가 이 세상에 있고 없고는 엄청난 차이야.˝

- ˝넌 좋아하는 말이 있니?˝ 소년이 물었어요. ˝그럼 있지.˝ 두더지가 대답했습니다. ˝그게 뭔데?˝ ˝처음 시도해서 잘 안 되면 케이크를 먹어라.˝ ˝그래? 그럼 괜찮아져?˝ ˝늘 그랬지.˝

- ˝이상하지 않아? 우리는 겉모습 밖에 볼 수가 없어. 거의 모든 일은 우리 내면에서 일어나는데 말이야.˝

2022. aug.

#소년과두더지와여우와말 #찰리맥커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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