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를 낳았지 나 갖고는 부족할까 봐 문학과지성 시인선 472
임승유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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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이 참 재밌구나..하는 느낌이 첫 느낌.

읽어보니 참으로 많은 것들이 쏟아져 나오는 시집이다.

진솔하다가, 섬뜩하다가, 귀엽다가 막 그런 다양한 감성들이 들락날락하는 것 같다.

그래서인가 조증과 울증이 번갈아 발현하는 시인의 모습이 보이다가도

어쩌면 그 모든 걸 가장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기도 하고.

그래서 내 감상이 어땠냐고 묻는다면

좋았다. 라고 대답하겠다.


2016. Feb.

나를 앞지른 그림자가 나를 막아설 때
아무도 내 이름을 묻지 않는다
비명이 어깨를 짚고 서 있다
- 묻지마 장미 중

반성문을 자진해서 쓰고 또 써도 결국은 저지를수밖에 없었던 너를 심하게 다룬 거 미안해
- 적용되는 포도 중

여기가 어딘지 모르게 되고
휘파람 소리가 들리면 눈을 떠야 하는데
눈은 어떻게 뜨는 건지 기억이 나지 않았다
- 원피스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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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벨
정용준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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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히 어떤 의도나 목적 없이 오랜시간 책장에 꼿혀있던 책으로 바벨을 골랐다.

흠.. 그런데 왠열..

이건 꼭 요즘의 정국과 별반 다르지 않은 우화 랄까?

언어를 잃은 사람들, 언론을 통제하고 반기를 드는 사람들은 무차별 폭압하는 정부.

물론 이것보다 더 큰 카테고리가 이야기 전반에 있다.

종말론에 대한 위기의식과 말이 가지고 있는 폭력성에 대한 성찰?

멋진 신세계나, 나를 보내지마와 같은 작품들 처럼 sf적 요소들은 상당히 잘 이미지화 되어서

이 내용이 영상매체로 번역? 되어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

한편,

필리버스터 때문에 책 읽기는 번거로워졌지만,

선거기간에 뽑아달라 고래고래, 청문회 기간에 대답하세요 호통호통이 익숙한 많은 사람들에게

정치인이 갖춰야할 자질이란 어떤 것인지를 잘 보여주는 사례가 된 것같다.

생각 이상으로 지적이고, 차분한 필리버스터 발언 중인 국회의원들 덕에 편견이 깨지고 있는 요즘.

그 와중에 골라든 이 책 또한 왠지 어울리는 조합이었다.


2016. Feb.

NOT이든 레인보든 바벨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어쩔 수 없는 행동 양식이라고 생각하네. 양쪽 모두 절망하고 있기 때문이지. 그것은 바꿔 말하면 모든 인간이 절망에 빠져 있다는 뜻이기도 하겠지. 한쪽은 희극적인 비극이고 또 다른 쪽은 비극적인 희극이야. 둘이 차이가 있나? 없네. 그 둘은 결국 같다고 생각하네. - p. 67

- 아벳은 미치광이가 돼가고 있어요. 솔직히 지금 아벳을 챙길 여력이 없어요. 저 역시 요즘은 미칠 것 같아요. 무엇을 견디고 무엇을 위해서 노력해야 할지 아무것도 모르겠어요. 그저 혼란스럽고 무의미해요.
밀은 요나의 미러를 보고 가볍게 웃었다.
-때로는 완전히 무의미한 것들도 겪어내야 해. 몸을 낮추고 그냥 가만있어야 할 때도 있는 거야. 견디지 말고 그냥 가만히 있어. 가장 변덕스러운 게 날씨고, 시간이고, 상황이니까. - p. 98

얼음이라면 온전한 얼음인가? 아니다. 펠릿은 처음부터 부서진 얼음이다. 혹 그것을 잘 간직하고 녹인다고 해도 동화 속의 사냥꾼이 품고 있던 얼음처럼 그 어떤 소리도 살려내지 못하고 비명과 절망만 가득하겠지. 그리고 `아이라`의 회원들이 지닌 태도를 행복이라고 볼 수 있는가? 아니다. 그들은 그저 모른 척하고 있다. 간절히 바라는 모든 것이 다 이루어질 거라고 믿는 어린아이들과 다를 바 없다. 상처가 벌어지고 피가 흐르는데 얼굴을 찡그리지 않고 활짝 웃고 있는 사람이 있다면 누가 그를 건강하고 긍정적인 사람이라고 할 수 있겠는가. 그들은 그저 통증을 견디고 있는 슬프고 미친 사람들일 뿐이다. - p. 150

-그런데 이 집에 스크린은 없나요? 뉴스를 좀 보고 싶은데요.
-스크린이 있긴 한데 사용하지 않고 있어요. 뉴스야 뻔하잖아요. 어차피 뉴스에서 보도하는 내용은 모두 정부에서 기획하고 편집하거든요. 그리고 이유는 정확히 모르겠지만 방송도 신문처럼 무기한 중단됐다고 하더군요. 별일이야 있겠어요? 정부가 어떻게든 안정을 시키고 있겠죠. 지금까지 늘 그래왔잖아요.
요나는 마리의 미러에 나타나는 문장을 읽고 마리를 바라봤다. 마리는 자신도 모르게 요나의 눈을 피해 고개를 숙였다.
-그렇겠지요. 이제껏 어떻게든 안정을 시켜왔으니까...... 이번에도 안정이 되겠지요. 그런데 제가 언제까지 이곳에 있어야 하는지 모르겠어요. 시간이 꽤 흘렀잖아요.
- 조금만 더 있어요. 볼이 뭔가를 이야기해줄 때까지만. 조만간 해결이 된다고 했어요. 조만간. - p. 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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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눈썹이 지르는 비명 창비시선 271
박연준 지음 / 창비 / 200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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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웅덩이를 철퍽철퍽 밟고 빠져나와 한동안 핏빛 발자국을 남기고 터벅터벅 걸어가는 기분이 되었다.

고요한 피칠갑이랄까.

그런 분위기와 이미지를 좋아하는 편?인데도 와닿지 않는 어떤 지점이 있는데.

그 지점을 명확하게 설명하기가 힘들다.

아무래도 에세이와의 상대적인 평가에서 비롯된 감상일수도 있고.

2016. Fe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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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과 나쁜 날씨 민음의 시 218
장석주 지음 / 민음사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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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었다.

딱히 할말이 떠오르지 않는다.

이만.

2016. Fe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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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국의 문 - 2016년 제40회 이상문학상 작품집 이상문학상 작품집
김경욱 외 지음 / 문학사상사 / 201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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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밌게 읽었다.

팬심이 작용하는지 아무래도 황정은 작가의 `누구도 가본 적 없는`이 나는 제일 좋았다.

단순하고 명료해 보이는 문장 안에 담긴 쓸쓸한 감정을 황정은 작가만큼 잘 쓰는 사람이 있을까 하는 마음이 들기도.

매번 이상문학상 수상작품집은 의무적으로 사보는 책이지만,

그렇지 않았다고 하면 황정은 작가가 구매의 이유였을 것이다.

책 내용과는 그다지 관계없는 이야기일지 모르나,

몇년 동안 사용했던 표지 컨셉은 왜 바꾸었을까. 좋았는데...

이번 표지 실망이다. 구려졌어. ㅡ.ㅡ

2016. Feb.

독자가 떠나간다고, 떠나갔다고 말합니다. 정말로 독자가 없다면 아무도 쓸 수 없게 되겠지요. 소설은 `혼잣말`이 아니니까요. 누군가에게 건네는 눈짓이며 손짓이니까요. 독자들의 사정이야 제 아둔한 머리로 다 헤아릴 수는 없습니다. 다만 끝까지 독자로 남아서 읽겠습니다. - 김경욱 작가 수상 소감 중

횡단보도로 마중 나온 엄마를 발견한 아이가 자전거를 끌고 달려왔다. 누가 안장을 가져갔는데 그게 누구인지 모르겠다며 변명하듯 말하는 아이를 내려다보다가 그녀는 아이의 머리를 배 쪽으로 당겨 안았다. 아이의 머리가 뜨거웠다. 까만 정수리에 달라붙은 은행나무 수꽃을 털어냈다. 안장이 있던 자리엔 세로로 솟은 파피프만 남아 있었다. 안장이 사라진 자전거가 곤혹스러운 세계 자체로 보였다고 그녀는 말했다. 어느 개새끼가 가져갔을까. 안장은 어디에 있을까. 세상이 아이에게서 통째로 들어낸 것, 멋대로 떼어내 자취 없이 감춰버린 것. 이제 시작이겠지, 하고 나는 생각했지...... 이렇게 시작되어서 앞으로도 이 아이는 지독한 일들을 겪게 되겠지. 상처투성이가 될 것이다. 거듭 상처를 받아가며 차츰 무심하고 침착한 어른이 되어갈 것이다. 그런 생각을 했지...... - p. 296, 황정은, 누구도 가본 적 없는

수정은 고양이 대신 화분을 샀다. 엄마 말처럼 나무 화분 두개를 두었다고 새 아파트가 더 이상 삭막하지 않게 보이는지는 자신할 수 없었다. 하지만 실내에서 초록색을 보고 있으니 착한 사람이 된 기분이 들기는 했다. 액자와 화분을 구비했지만, 수정의 친구들을 부른 집들이에서는 커피 캡슐머신이 없느냐는 말을 들었다. 남편 직장 동료들 집들이 때는 여직원이 와인을 선물하는 바람에 와인잔이 필요해졌다. 무언가 계속 사들이는데도 무언가 계속 부족했다. 뭔가 계속 채우는데도 없는 것은 계속 존재했다. 완벽에 도달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처럼 여겨졌다. 새 아파트를 누군가에게 계속 자랑하고 싶은 마음은 여전했지만 그랬다가는 수정이 미처 채워놓지 못한 것을 또 발견하게 될 것 같았다. 결핍을 확인하는 건 괴로운 일이었다. 이제는 더 이상 아무도 초대하지 않기로 결심했다. - p. 125. 김이설, 빈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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