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숙한 새벽 세시
오지은 지음 / 이봄 / 2016년 4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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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뒤통수 맞았다.

평범한 에세이려니... 얼른 읽고 처분해야지라는 생각을 하면서 구입했는데.

생각 이상 좋다.(절대 처분할 수 없게 되었다)

그것도 뭔가 엄청난 통찰 이런게 있어서가 아니라.(통찰이 없다는건 아니고)

조곤조곤하게 두리번 거리는 글이라서.

마음이 심란해서 가볍게 읽으려고 했는데 점점 읽을 페이지가 줄어가는게 아까웠다.

가면을 아주 잘 만들어 쓰고 영차영차 살아가는 사람이 이런 모습이라면 그것도 나름대로 괜찮겠다고 생각한다.

당사자의 내면이 어떨지는 모르겠지만......

내 주변의 어지간한 모두는 가면을 대충은 잘 만들어 쓰고 사는 것 같다.

나도 어느날은 매우 맞춤한 가면을 쓰고 그럴듯해 보일테지만,

아무래도 요즘의 난 이런 가면도 저런 가면도 썼다 벗었다

이건 이래서 싫고 저건 저래서 싫고.

에이 제기랄...하고 말아버리고 있으니 아무래도 오지은의 산문집이 꽤 다독거려준 느낌.

때마침 읽게 되어 잘됐다...하고 생각한다.

이쪽과 저쪽의 경계에서 쓰는
어쩌면 쓸모없을지도 모르는
하지만 남기고 싶은 기록. - 5

잠시 지나가는 우울증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증세는 심각해졌다. 음악을 들을 수 없게 되었다. 그다음은 영화, 그다음은 책, 그다음은 사람을 만날 수 없게 되었다. 나쁜 생각은 더 나쁜 생각을 불러왔고, 그 찌질한 기운에 좋은 생각들은 짐을 싸서 나가버리고 돌아오지 않았다. - 15

아, 적당함이란 얼마나 충족시키기 어려운 가치인가. 적당함은 분명 뛰어남을 의미하는 것이다. - 33

드디어 싸리눈을 보았네.
지금 금각사가 정말 아름답겠지만 용기가 없는 나는 상상만 한다. - 74

우리는 앞에 놓인 이 황무지를
받아들이는 수밖에 없다.- 125

지금 지내고 있는 곳에
눈 폭풍우주의보가 발령되었다.
바람소리가 무시무시하다.
눈은 바람 따라 요동친다.
컴컴하고 암담하고 좋다.
떠날 때가 되었다. - 152

이런 사람도 개똥의 스파이럴에 빠진다 생각하면 위로가 된다. 하지만 여기에서 빠져나오기 위해 오 년간 명상을 했다는 대목을 읽으면 고스란히 다시 기운이 빠진다.
당신 같은 사람이 오 년이나 명상을 해서 해결한 걸, 나 같은 미물이 일 년 정도 천장 보고 누워 있는 걸로 해결할 수 있을 리가 없지 않은가. 단 하나 위로가 되는 것은 솔직함과 굴복이 가장 아름다운 부분이라는 것. 구체적으로 어떻게 해야 저기서 창을 겨누고 있는 나의 심판관을 피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 199

버티지 못한다고 비겁자는 아니다.
그냥 그런 것이다. - 258


2016. M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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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물선 2016-05-09 21: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딱 그 느낌^^

hellas 2016-05-09 21:51   좋아요 1 | URL
그러게요. 여느 에세이와 뭐 그리 다르겠나 하고 가볍게 들었는데 엄청나게 마음에 들어버렸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