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묘책
박연준 지음 / 난다 / 2025년 12월
평점 :
전지적 고양이 시점의 잠언집. ㅋ
점잖은 천재묘 '당주'와 천방지축 '헤세'의 조합이 익숙하기도 하고 귀엽기도 하다.
선비 타입의 고양이가 이러쿵저러쿵 인생 강의하는 모습이 떠오르며, 고양이로소이다 현대판 같기도.
세상사에 통달한 고양이라는 의인화는 이제 부쩍 트렌드가 된 기법이 아닐까 한다.
고양이를 반려하는 인구수가 계속적으로 증가하고, 부가 콘텐츠도 많아지고,
그에 비례하여 동물에 대해 상식적이고 바람직하게 생각하게 되는 세상이 되어 조금은 마음이 좋기도 하지만, 역시 아직은 모자란 부분이 많기도 하고.. 여러 가지 생각이 들게 된다.
사실 고양이뿐 아니라 동물을 반려로 삼게 되면 어쩔 수 없이 여러모로 팔불출이 되곤 하지.
현재 봄이라는 느긋한 성격의 고양이와, 루키, 에코라는 성격 다른 남매 고양이와도 살아봤기에 여러 옛 생각이 나면서 조금은 센티멘털해졌다.
- 사는 게 어렵다고 느낄 때마다 저는 '고양이처럼 살자'라고 다짐합니다. 좋아하는 것을 하고, 싫어하는 것은 하지 않고, 싫은 존재 앞에서는 하악질하고, 무서울 땐 숨고, 불안할 땐 높은 곳에 올라가고, 창밖 풍경을 오래 바라보고, 잠을 푹 자고, 사랑하는 존재에게 가서 등을 내보이고 얼굴을 비비며 살자고 생각하죠.
고양이는 자기 자신을 가장 사랑합니다.
여기에 묘책이 있지 않겠어요? - 8
- 인간들은 중심을 잡고 사는 데 어려움을 느끼는 게 분명하다. 중심을 잡는다는 건 스스로 뭘 좋아하고 뭘 싫어하는지 아는 일이다. 그런데 인간은 하고 싶은 것, 하기 싫은 것, 좋아하는 것, 싫어하는 것, 되고 싶은 것, 되기 싫은 것 이외에도 무엇처럼 보이고 싶거나 보이기 싫은 것, 좋지만 하면 안 되는 것, 싫지만 해야 하는 것, 지금도 좋지만 더 좋게 만들어야 하는 것들 사이에서 허우적댄다. 혼란 속에 자기를 세워두고 중심을 못 잡아 버둥대는 것 같다. 어쩌자고 나는 이들에게 호감을 느끼게 되어, 답답한 모습까지 가련히 여기게 된 걸까? - 33
- <신>
살아 있는 신을 모시고 싶어
집에 고양이를 들였다
털복숭이 신
점프의 신
용맹한 발톱의 신
비린내 나는 신
목숨이 닳지 않는 신
사랑을 모르는 사랑의 신
나를 쥐고 멀리 가는 신
가서,
돌아오지 않는 신
살아있는 신을 섬기고 싶어
집에 고양이를 들였다
고양이는 살아냈다
살아냈다는 말은 엄청,
사랑했다는 말
신에게 올리는 기도 소리에
고양이는 눈을 끔뻑인다
그냥 있어
그냥 두렴
- 내가 생각하기에 평화란 밤이 오고 밤이 가는 거야. 아침이 오고 아침이 가는 거지. 슬픔이 오고 슬픔이 가는 것, 이런 게 평화에 가깝다고 생각해. - 134
- 사람이 사람으로 태어난 것처럼, 우리는 고양이로 태어나 고양이로 살아가고 있을 뿐이야. 좋고 싫다고 평가하는 건 사람들이지, 우리가 원하는 게 아니야. 한 존재를 경험하기 전엔 누구도 다 알 수 없잖아. - 161
- 화장실에서 나온 연집사는 스마트폰을 들여다봐. 밤새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확인하기 위해서라는데 정말 바보 같지 뭐야. 세상이 어떤지 확인하려면 창을 열고 밖을 내다봐야지. 새가 날고 구름이 흘러가고 사람들이 지나다니는 '진짜 세상'이 바로 저기 있는데! - 196
2026. jan.
#묘책 #박연준 #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