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 상실, 사랑 그리고 숨어 있는 삶의 질서에 관한 이야기
룰루 밀러 지음, 정지인 옮김 / 곰출판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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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소문이 상당했고 스포일러 금지라는 언급이 하도 많아서 이러면 대부분 실망각인데 싶으면서도 기대감이 상승했다. 뭐... 결과적으론 적당하게 기대감이 충족되었다고 할 수 있다.

[ 그래서 언급하지만 스포일러를 피하려면 읽지 마세요 ]

과학 전문기자이면서 개인의 우울과 자존감 상실을 극복해야만 하는 당면과제를 안은 작가가 스탠포드 초대 학장이면서 분류학자로써의 일가를 이룬 데이비드 조던을 빛으로 삼아 이야기를 축조한다.
초반까지는 모든 고생과 노력이 헛수고로 돌아가는 시점에서도 다시 덤덤하게 벽돌을 쌓아올리는 사람으로써의 데이비드 조던은 그런 빛으로 삼기 충분한 것처럼 보인다.

우생학의 미국내 인기는 정치, 경제, 문화 전반에 존재했고, 최고의 아기 컨테스트 등으로도 발현되는데, 우량아 선발대회같은 것이 우리나라에도 있었던 걸 생각하면 이것도 미국 문화의 영향이었나 싶다. 역사적으로는 우생학의 피해자였던 나라인 적도 있었음을 상기하면 조금 괴상한 일이다. 크고 좋은 것?? 에 대한 열망일까.

그런 면들에 비추어 내가 속한 사회를 바라보면 온갖 생각들이 교차한다. 다양성을 인정하지않는 우월감에 빠진 자들이 너무, 많이, 자주 보여서인것 같다. 새삼 다윈의 주장과 생각에 깊이 동의하게 되고 말이다.

작가에게 캐롤 계숙 윤 이라는 과학자가 새로운 길잡이가 되어주는게 얼마나 다행인지.

이 글에서 가장 카타르시스가 느껴지는 문장.
데이비드 스타 조던 (이름을 계속 풀네임으로 호명 하는 건 역시, 그자의 반 인륜적인 면을 결코 있지 않으려 노력 같다고 생각한다)의 평생의 연구, 업적 모든 것이 아무것도 의미도 없는 헛개비 라고 선언하는 장면. 너 따위의 인간이 결국 이룬건 타인을 해한 악행 뿐이라고.

- ˝natura non facit saltym˝(자연은 비약 하지 않는다 )이라고 썼다. 다윈에 따르면 자연에는 가장자리도, 불변의 경계선도 없다. - 67

- 그는 책을 하나 쓰기 시작했다. 자선과 호의가 ‘부적합자 생존‘을 초래하는 일이라고 일이라 믿고, 그런 자선의 위험을 세상 사람들에게 알리고 경각심을 심어주는 게 그 책을 쓰는 목적이었다. 전세계에서 인류의 ‘쇠퇴‘를 예방할 유일한 방법은 이 ‘백치들‘을 몰살하는 것이라고 권고하는 책, 겨우 몇십년 전에 처음 생겨난 한 단어에 과도하게 의존하는 책이었다. ‘그 단어‘는 그가 처음 쓰기 시작했을 때는 미국에서 그리 인기가 없는 단어였지만, 그가 지극한 열성과 과학적 권위를 갖고 옹호 했던, 그리하여 그의 도움의 힘입어 미국 땅에 널리 보급된 단어, 바로 우생학eugenics이다. - 180

- 다윈은 <종의 기원>의 거의 모든 장에서 ‘변이‘의 힘을 칭송한다. 그는 다양성이 있는 유전자 풀이 얼마나 건강하고 강력한지, 서로 다른 유형 개체 간의 이종 교배가 그 자손에게 얼마나 큰 ‘활력과 번식력‘을 만들어 주는지, 심지어 완벽하게 자기 복제할 수 있는 벌레들과 식물들까지도 새로운 변이형을 만들어낼 수 있게끔 유성생식 능력을 갖추고 있는 것을 발견하고 ˝이 사실들은 정말로 이상하구나!˝하고 경탄을 금치 못했다. ˝이따금이라도 서로 다른 개체와 교배하는 것이 유리하거나 필수불가결하다는 점을 생각하면 이 사실은 아주 간단히 설명된다!˝ 이를 달리 표현하자면 ˝당신의 유전자 포트폴리오를 다양화 ˝하라˝가 될 것이다. - 188

- 나는 그에게 통쾌하게 반박해줄 말이 있었으면 싶었다. 현란하게, 당신이 틀렸다고 말해 줄 방법이. 우리는 중요하다고, 우리는 사실 아주 중요하다고 말해 줄 방법. 그러나 주먹이 올라가는 게 느껴지자마자 내 뇌가 주먹을 다시 잡아당겼다. 왜냐하면 당연히, 우리는 중요하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는 중요하지 않다. 이것이 우주의 냉엄한 진실이다. 우리는 작은 티끌들, 깜빡거리듯 생겨났다가 사라지는, 우주에게는 아무 의미도 없는 존재들이다. 정말 이상한 일이지만, 이 진실을 무시하는 것은 정확히 데이비드 스타 조던과 똑같이 행동하는 것이다. 자기 자신의 우월성에 대한 터무니없는 믿음때문에 자신은 상상도 할 수 없는 폭력을 저질러도 괜찮다고 생각하는 데이비드 스타 조던. 그럴 순 없다. 명민하고 선한 사람이 되기 위해서는 모든 호흡, 모든 걸음마다 우리의 사소함을 인정해야 한다. 그와 다르게 말하는 것은 죄를 짓고, 거짓을 말하고, 기만과 광기로, 그보다 더 나쁜 것으로 자신을 이끌고 가는 일이다. - 221

- 백인 우월주의자들의 지도자라는 사람이 라디오에 출연했다. 그는 목숨을 앗아간 데 대해서는 유감을 표했지만, 자신들의 생각에 대해서는 그러지 않았다. 어떤 인종은 다른 인종 보다 더 높은 위치에 있고, 백인은 흑인보다 우월하다는 생각, 그것은 ˝그냥 과학의 문제˝라고 그는 킬킬거리면 말했다. 아무 문제 될 것 없다는 투로.
이 사다리, 그것은 아직도 살아있다.
이 사다리, 그것은 위험한 허구다.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이 말은 그 허구를 쪼개버릴 물고기 모양의 대형망치다. - 268

2022. mar.

#물고기는존재하지않는다 #룰루밀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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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달 2022-06-11 03:0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