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 프로젝트
박세라 지음 / Media2.0(미디어 2.0) / 2009년 7월
평점 :
품절



누구에게나 비밀스런 꿈은 있을 것이다.

누구는 다니던 직장을 시원하게 때려치우고 집에서 뒹구는 것이 비밀스런 꿈일테고, 누구는 누추한 일상의 일에서 벗어나 화려하게 살아보는 것이 꿈일런지도 모른다. 또 어떤 사람은 이 곳을 떠난 다른 곳에서의 삶을 꿈꾸기도 한다.

저자는 인생을 낭비하는 것을 꿈으로 삼은 듯하다.

어린 시절부터 시간이든, 돈이든, 전기든 낭비하는 것은 큰 죄악으로 알고 자란 우리는 잘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외국의 도시에서 한 번 살아보려는 마음을 쉽게 먹기는 어렵다. 그 일을 실행에 옮긴 저자조차 그것을 인생의 낭비라고 부를 정도로 말이다. 그러나, 우리는 한 번쯤의 호사가 자신을 스스로 위로하고 힘을 주게 하기도 한다는 것 또한 경험으로 알고있다. 어쩌다 한 번의 고급 커피가 입 안을 달달하게 할 때, 그 이후의 어려움을 이겨낼 용기가 생기기도 하는 것처럼.......

저자는 런던에서의 15주의 생활을 인생의 낭비라고 불렀다,. 그러나 그 표현 안에 들어있는 저자의 뿌듯함과 그 시간에 대한 애정은 '낭비'라는 단어의 의미를 새롭게 느끼게 한다. 저자는 그 사치를 충분히 느끼고 즐기기 위해서 모든 것을 찍고 기록하고 붙여두었다. 그가 간 곳의 사진, 먹은 것의 사진, 산 물건의 영수증과 심지어 마시고 남은 빈 병까지도 그는 사랑했다.

한 주 한 주 꼼꼼하게 계획하고 동선을 짜고 그는 런던과 영국을 탐색하고 사랑한다.

때로는 런던의 박물관에 가기도 하고, 작지만 소중한 전시회를 즐기기도 한다. 가끔은 기차를 타거나 버스를 타고 런던의 교외를 찾기도 한다. 작고 멋진 B&B에서 하루를 묵으면서 엘리자베스 베넷의 흔적을 찾아 다니기도 한다. 공원에서의 오후는 햇볕을 맘껏 즐기는 한가로움의 절정이다. 그 한가로움은 얼핏 보면 낭비이지만, 그에게는 또 다른 인생을 설계하는 재료가 되니 그것은 피곤하고 지친 날 내게 주는 호사스런 커피와 같은 것이다.

 

그는 살 집 구하기의 경험을 통해서 런던 생활을 시작하려는 사람들에게 실제 정보를 주기도 하고, 물건의 가격을 적어놓아서 읽는 사람들에게 실제 런던의 물가를 체감하게 하기도 한다. 각 지역들을 찾아갈 때의 튜브 번호와 내리는 정류장 안내는 기본이고 멋진 샵과 레스토랑, 베이커리들의 사진과 주 메뉴와 가격의 소개까지 완벽해서 지금 당장 런던에 도착하더라도 이 책 하나면 든든할 것 같은 느낌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나와 마릴린 - 이지민 장편소설
이지민 지음 / 그책 / 2009년 7월
평점 :
절판




 이 책 <나와 마릴린>을 읽기 전에 작가의 전작인 <망하거나 죽지 않고 살 수 있니>를 먼저 읽었다. <망하거나 죽지 않고 살 수 있니>는 문학동네 작가상을 수상한 작품으로 영화 <모던보이>의 원작이기도 하다. 영화가 한창 개봉될 무렵 이 책에 관심이 생겼다. 이미 그 한참 전에 수상 소식을 들었고 다른 이들의 서평을 보기도 했지만, 막상 이 책<망죽살>을 사려하니 품절이었다. 아마도 <모던보이>라는 새 이름으로 출간하기 위함인 듯했다. 왜 그리도 원래 출간된 책이 갖고 싶었는지 모른다. 각종 중고책 사이트를 뒤져서 원제 그대로인 <망하거나 죽지 않고 살 수 있니>를 손에 넣고 얼마나 흐뭇하던지...... <나와 마릴린>을 읽기 전에 꼭 <망하거나 죽지 않고 살 수 있니>를 먼저 읽고 싶었다. 어쩌면 작가에 대한 이해가 더 쉬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는지도 모를 일이다.

 

 두 작품 모두 가독성이 대단했다. 책의 본문을 읽기 전에 앞뒷날개를 읽으면서 책의 내용을 상상하곤 하는 나는 어서 빨리 책을 펼치라고 재촉하는 목소리를 들은 것 같기도 했다. 펼친 지 한 시간이 지나면 책의 중반을 휙 넘기곤 하는 것을 보면서 나의 예감이 잘못된 것이 아님을 확신했다.

 두 책을 연거푸 읽으면서 묘한 혼란을 느꼈다. 작가의 나이는 일제시대나 한국전쟁과는 거리가 멀다. 오히려 작가보다는 내가 더 그 역사와 가까움(아주 약간이지만)에도 불구하고 어쩐지 할머니가 이야기해주는 듯한 느낌도 들었다. 그만큼 철저한 고증이 뒷받침되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망하거나 죽지 않고 살 수 있니>를 읽으면서 경성의 모던걸과 모던 보이들의 생활을 상상하고 <나와 마릴린>을 읽으면서 포로 수용소와 눈보라가 휘날리던 바람찬 흥남부두를 어렵지않게 떠올릴 수 있었다.

 

 <나와 마릴린>의 화자인 앨리스는 요령부득의 여자다. 미군부대의 타이피스트인 그녀는 양공주들처럼 맥주로 머리를 감아서 우중충한 머리색깔을 하고 과거를 숨긴다. 부호의 셋째첩의 딸이면서도 아버지에게도 어머니에게도 버림받고 홀로 자란 애순은 지나간 옛사랑과 연관된 상처들로 자살 시도와 약물 중독의 황폐한 생을 보낸다. 어느 날 미군 위문 공연을 오게되는 당대 최고의 스타 마릴린 먼로의 통역을 맞게되면서 그녀는 잊고 싶었지만 잊지 못해서 삶을 망치게 되는 과거와 직접 대면하게 된다.

 

 특이한 소재와 생생한 묘사가 한 장의 사진에서 비롯되었다는 작가의 말은 작가를 지망하는 많은 평범한 이들을 절망케할 수 있다. 어쩌면 작가란 하고 싶은 말들을 가슴 속에 담은 채로 태어나는 것은 아닐까?  그들의 가슴 속에 켜켜이 쌓인 그 많은 이야기들을 이 세상에 기어이 풀어놓아야 업보에서 해방되는 것처럼 훨훨 자유롭게 살 수 있을 지도 모른다. 마치 하늘이 내린 형벌을 받은 날개 잃은 천사처럼 말이다. 천사가 아닌 평범한 우리는 어쩌면 불가능한 꿈을 꾸고 있는지도 모른다.


문학·책, 나와마릴린 EDIT
태그저장 취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어글리 - 못생긴 나에게 안녕을 어글리 시리즈 1
스콧 웨스터펠드 지음, 송경아 옮김 / 문학수첩 / 2009년 7월
평점 :
절판


아름다움은 권력이라고 한다. 요즘 아이들은 예쁘고 성격이 나쁜 여자와 성격 좋은 여자 중에서 택하라면 두 번 생각할 것도 없이 예쁜 여자를 선택한다. 예쁜 여자가 성질을 부리는 것은 참아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온 나라가 다이어트에 성형에 열중하는 것을 보면 과연 미모가 중요하긴 한가보다.

 그러나 우리가 사람을 만나고 가까워질 때 상대의 외모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언제까지일까? 우리는 가족들을 사랑하지만, 그들이 미남미녀여서 사랑하는 것은 아니잖는가 말이다. 상대의 말, 상대의 생각과 행동이 그의 외모보다 더 크게 느껴지는 순간이 바로 찾아오는 것을 우리는 알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모에 연연하는 우리의 모습은 불완전하기에 사랑스런 인간이다.

 이 책 <어글리>의 주인공은 하이테크 시대를 살아가는 한 소녀 탤리다. 탤리는 어서 16살이 되기를 기원한다. 16살이 되면 전신 성형 수술을 받고 예쁜이가 되어서 날마다 멋지고 즐거운 일들만 하면서 지내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단짝 친구 패리스가 먼저 예쁜이가 된 후로 탤리는 외롭기까지 하다. 그러다가 우연히 만난 친구 셰어와 함께 도시의 외곽으로 모험을 다니던 중 성형을 거부하고 자연인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이 모여 사는 ‘스모크’라는 곳을 알게 된다. 그리고 도시를 지배하는 특수상황국에서는 탤리에게 예뻐지고 싶거든 셰어를 찾아가서 ‘스모크’의 위치를 특수상황국에 알리도록 시킨다. 셰어가 남긴 쪽지의 수수께끼를 풀면서 황무지를 지나 ‘스모크’에 당도한 탤리는 점점 그 곳을 사랑하는 자신을 발견하고 자신이 떠나온 도시의 무서운 비밀을 알게 된다. 그리고 못난이라고 불렀던 이들의 모습에서 알 수 없는 아름다움을 찾아내고 진정한 아름다움에 대해서 새로운 생각을 갖는다.

 이 책은 조지오웰의 <1984년>을 떠올리게 한다. 거대한 힘이 지배하는 도시에서 사람들은 철저한 지배와 통제를 받으며 살아간다. 서로가 서로를 믿지 못하고 감시하는 그 곳이 바로 탤리의 도시인 것이다. 특수상황국에서는 도시민을 아름답게 만든다는 구실로 예쁜 바보를 만들어 놓는다. 예쁜 그들은 늘 아름다운 옷과 멋진 파티를 즐기며 그저 행복하면 된다. 도시는 특수상황국에서 통제하는 대로 움직이고 아무도 그들의 존재를 궁금해하거나 의심하지도 않는 것이다.

 아직은 시작인 이 책, 곧이어 그 후편이 나온다고 한다. 탤리는 자신이 망쳐버린 ‘스모크’를 재건하기 위해서 스스로를 실험 대상을 바치기로 하고 도시로 돌아온다. 예뻐진 탤리는 어떤 생각과 행동을 할까? 데이비드와 크로이, 그리고 ‘스모크’를 기억하기는 할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카레소시지 - 27일 간의 달콤한 거짓말 풀빛 청소년 문학 6
우베 팀 지음, 김지선 옮김 / 풀빛 / 2009년 7월
평점 :
품절


이 책을 읽고나서 한동안 마음이 아팠다.

때로 인간이란 얼마나 이기적이며 나약한 존재인가.

레나의 행동은 어쩌면 다시는 오지 않을 시절에 대한 마지막 갈망이었는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 짧지만 강렬하고 평생을 뒤바꿀 만한 힘을 가진 그 사랑의 흔적은 레나에게 남은 삶을 살아가는 방편이 되어 주었다.

사랑을 잃고서 오히려 그것이 그 이후의 삶을 지탱해주다니 말이다.

 

이글의 화자인 "나"는 어린 시절 고모의 집에만 가면 먹었던 카레 소시지의 맛을 잊지 못한다. 지금은 여기저기에서 카레 소시지를 팔지만, 아무래도 어린시절 고모와 같은 건물에 살던 그리고 나중에는 근처에서 노점상을 하던 브뢰커 부인의 카레 소시지맛은 따라갈 사람이 없다. "나"는 카레 소시지의 원조가 브뢰커 부인임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나'는 브뢰커 부인을 수소문해서 근처의 한 양로원에서 보이지 않는 눈으로 아름다운 스웨터를 뜨고 있던 그녀를 찾아낸다. 그리고 그녀에게 카레 소시지의 시작을 물어본다. 레나에게 카레 소시지란 그 남자 브레머를 떠올리지 않고서는 이야기할 수 없는 것이엇다.

먹을 것이 배급제가 되고 서로의 행동이  감시의 대상이던 그 시절에 레나는 한 군인의 탈영을 돕게된다. 아들도 딸도 멀리 떨어져있고 방종한 남편은 이미 그녀를 떠난 지 오래인 그 시절이었다. 먹을 것도 없고 툭하면 방공호로 달려들어가던 어두운 시간 속에서 아들의 나이보다 조금 더 먹어보이는 그 청년은 죽음이 거의 확실한 부대로 들어가는 것을 두려워한다. 그리하여 그녀는 그를 그 작은 집에 숨기고 그는 집안에 숨어서 레나만을 기다린다. 집을 치우고 창밖을 보는 것이 전부인 브레머는 답답하고 두려웠으나 탈영병 신세인 것이 들통날까 두려워서 집안에 숨어 지내고 레나는 아이러니하게도 자신만을 기다리는 그 남자에게서 행복과 사랑을 느낀다. 마침내 전쟁은 패전으로 끝을 맞이하였으나, 하루만 더 하루만 더 하는 심정으로 레나는 그에게 종전 소식을 알리지 않는다. 그가 떠나면 한 세상이 끝날 것이고 더 이상은 자신의 인생도, 레나 자신도 아름답지 않을 것임을 예감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 슬픈 욕심은 레나에게 카레 소시지를 남긴다.

 

이 소설은 여러차례 이야기되었던 2차 세계대전 당시의 독일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그러나, 안네의 일기류도 쉰들러리스트 스타일도 아니다. 오히려 아무도 궁금해하지 않던 가해 민족의 너절한 일상을 드러내 보이면서 그 안에서 먹고 숨쉬고 웃고 사랑하던 그들을 되살려내었다. 그것은 또다른 신선한 충격이었다. 그저 단순히 "잔인한 독일인"으로 뭉뚱그려져서 용서받지 못할 죄인이었던 그들은 이 책에서 브레머로 레나로 되살아나 그들 역시 감자와 커피가 필요하고 누군가의 따뜻한 위로가 필요한, 참혹한 전쟁의 궁핍에서 괴로워하는 사람들이었음을 일깨우고 있다. 그러니 그들은 너나할 것 없이 모두 피해자들인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럭키 원
니콜라스 스파크스 지음, 김진주 옮김 / 퍼플레인 / 2009년 7월
평점 :
절판



행운이라는 것은 어떻게 다가오는 것일까?

어느 날 우연히 나에게 오는 것일까?

아니면 나의 어떤 것이 그것을 만들어 내는 것일까?

 

해병대였던 로건 타이볼트는 이라크전에 참전하게 된다. 그것도 세 번씩이나 ..... 그야말로 주검을 밟고 피를 건너며 그는 목숨을 건진다. 가까운 전우 빅터는 그것이 로건이 가진 행운의 부적 때문이라고 철썩같이 믿는다. 그 부적은 바로 바닷가에 주운 사진 한 장이다. 전쟁 후 미국에 돌아온 그들은 각기 삶을 꾸려가지만, 빅터는 외상후 스트레스 증후군에 시달린다. 전쟁의 악몽이 그를 쉽사리 놓아주질 않는 것이다. 오랜만에 호수로 낚시 여행을 간 그들은 또다시 행운의 부적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지만, 이번에는 그 부적이 로건만을 지켜주었다. 보트 사고로 빅터가 죽고 만 것이다. 전쟁 후에도 잘 지내던 로건. 그러나 그는 친구의 죽음을 목격한 것에 큰 충격을 받았고, 빅터가 남긴 말을 잊을 수가 없다. 사진 속의 그녀를 찾아가서 진 빚을 갚으라는 그 말이었다. 로건은 모든 것을 정리하고 콜로라도부터 도보로 햄프턴으로 향한다. 그 사진 속의 배경이 햄프턴이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는 드디어 그녀를 찾아낸다. 유아적인 남편과 이혼하고 할머니와 함께 아들을 키우며 살아가는 엘리자베스가 바로 행운의 그녀였다. 드디어 찾아낸 그녀 앞에서 어쩐지 로건은 사실대로 모든 것을 털어놓지 못한다. 그는 엘리자베스의 할머니가 운영하는 애견 훈련소에 취직을 하고 그들을 돕는다. 그들과 함께 일을 하면서 로건은 엘리자베스의 아들 벤과 가까워지고 엘리자베스는 점차 그에게 빠져드는 자신을 발견한다. 그런 그들의 앞에 그녀의 전남편 클레이튼은 곱지않은 눈초리를 치켜 뜨고 나타난다.

 

작가의 전작 <워크투리멤버>를 영화로 보았다. 잔잔하고 아름다운 줄거리와 몽환적인 화면이 참으로 인상적인 영화였다. 운명으로 맺어진 두 주인공의 피할 수 없는 사랑은 메마른 우리의 가슴을 촉촉하게 만들기에 넉넉했다. 이 소설 역시 분위기나 구조가 그것과 비슷하다는 느낌을 가졌다. 화려하고 격렬한 사랑은 아니지만, 이 세상 어딘가에서 이미 엮여 있는 두 영혼은 언젠가는 이렇게 만나서 잔잔하고 평온한 그러나 따뜻하고 밝은 삶을 만들어가리라는  확신을 받은듯한 느낌이었다.

 

어쩌면 행운이라는 것은 나의 삶의 모습이 만들어내는 결과가 아닐까 한다. 내가 지금 살아가는 모습이, 삶에 대한 진지함과 열정이 언젠가는 행운이라는 이름으로 내게 돌아오는 것은 아닐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