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레소시지 - 27일 간의 달콤한 거짓말 풀빛 청소년 문학 6
우베 팀 지음, 김지선 옮김 / 풀빛 / 2009년 7월
평점 :
품절


이 책을 읽고나서 한동안 마음이 아팠다.

때로 인간이란 얼마나 이기적이며 나약한 존재인가.

레나의 행동은 어쩌면 다시는 오지 않을 시절에 대한 마지막 갈망이었는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 짧지만 강렬하고 평생을 뒤바꿀 만한 힘을 가진 그 사랑의 흔적은 레나에게 남은 삶을 살아가는 방편이 되어 주었다.

사랑을 잃고서 오히려 그것이 그 이후의 삶을 지탱해주다니 말이다.

 

이글의 화자인 "나"는 어린 시절 고모의 집에만 가면 먹었던 카레 소시지의 맛을 잊지 못한다. 지금은 여기저기에서 카레 소시지를 팔지만, 아무래도 어린시절 고모와 같은 건물에 살던 그리고 나중에는 근처에서 노점상을 하던 브뢰커 부인의 카레 소시지맛은 따라갈 사람이 없다. "나"는 카레 소시지의 원조가 브뢰커 부인임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나'는 브뢰커 부인을 수소문해서 근처의 한 양로원에서 보이지 않는 눈으로 아름다운 스웨터를 뜨고 있던 그녀를 찾아낸다. 그리고 그녀에게 카레 소시지의 시작을 물어본다. 레나에게 카레 소시지란 그 남자 브레머를 떠올리지 않고서는 이야기할 수 없는 것이엇다.

먹을 것이 배급제가 되고 서로의 행동이  감시의 대상이던 그 시절에 레나는 한 군인의 탈영을 돕게된다. 아들도 딸도 멀리 떨어져있고 방종한 남편은 이미 그녀를 떠난 지 오래인 그 시절이었다. 먹을 것도 없고 툭하면 방공호로 달려들어가던 어두운 시간 속에서 아들의 나이보다 조금 더 먹어보이는 그 청년은 죽음이 거의 확실한 부대로 들어가는 것을 두려워한다. 그리하여 그녀는 그를 그 작은 집에 숨기고 그는 집안에 숨어서 레나만을 기다린다. 집을 치우고 창밖을 보는 것이 전부인 브레머는 답답하고 두려웠으나 탈영병 신세인 것이 들통날까 두려워서 집안에 숨어 지내고 레나는 아이러니하게도 자신만을 기다리는 그 남자에게서 행복과 사랑을 느낀다. 마침내 전쟁은 패전으로 끝을 맞이하였으나, 하루만 더 하루만 더 하는 심정으로 레나는 그에게 종전 소식을 알리지 않는다. 그가 떠나면 한 세상이 끝날 것이고 더 이상은 자신의 인생도, 레나 자신도 아름답지 않을 것임을 예감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 슬픈 욕심은 레나에게 카레 소시지를 남긴다.

 

이 소설은 여러차례 이야기되었던 2차 세계대전 당시의 독일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그러나, 안네의 일기류도 쉰들러리스트 스타일도 아니다. 오히려 아무도 궁금해하지 않던 가해 민족의 너절한 일상을 드러내 보이면서 그 안에서 먹고 숨쉬고 웃고 사랑하던 그들을 되살려내었다. 그것은 또다른 신선한 충격이었다. 그저 단순히 "잔인한 독일인"으로 뭉뚱그려져서 용서받지 못할 죄인이었던 그들은 이 책에서 브레머로 레나로 되살아나 그들 역시 감자와 커피가 필요하고 누군가의 따뜻한 위로가 필요한, 참혹한 전쟁의 궁핍에서 괴로워하는 사람들이었음을 일깨우고 있다. 그러니 그들은 너나할 것 없이 모두 피해자들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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