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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을 속삭여줄게 - 언젠가 떠날 너에게
정혜윤 지음 / 푸른숲 / 2009년 9월
평점 :
절판
이 책을 읽기 전에 저자의 전작 <침대와 책>을 먼저 읽었다. 처음 <침대와 책>이라는 책을 알게되었을 때 몹시 관심이 갔었다. 전직 방송국 피디였다는 저자는 폭 넓은 독서의 체험을 감성적인 언어로 구사하여 웬만큼 책좀 읽는다는 사람들은 다들 그의 글을 읽고 싶어한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의 공통적인 관심사 하나가 다른 사람은 어떤 책을 읽는가 하는 호기심과 나와 같은 책을 읽고도 그는 어떻게 느끼고 표현하는가를 알고 싶어하는 것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물론 나도 예외는 아니어서 책과 관계된 책을 즐겨읽는다. 책을 읽다보면 또 다른 책으로의 길을 안내받기도 하고, 급히 읽고 지나치느라 미처 알아보지 못한 작은 들꽃들의 아름다움을 새삼 발견하기도 한다. 그만큼 저자의 글에 대한 관심이 있었고 이 책 <언젠가 떠날 너에게 런던을 속삭여 줄게>와 <침대와 책> 말고도 또 한 권의 책이 책장에 꽂혀있다.
<침대와 책>에서도 마찬가지였지만, 다시 한 번 저자의 방대한 독서 세계에 감탄을 하면서 이 책<언젠가 떠날 너에게 런던을 속삭여 줄게>를 읽었다. 새 밀레니엄에 들어서부터 가장 핫(hot)한 도시라는 평을 듣고 누구나 한 번쯤은 파리나 뉴욕 못지 않게 가 보고 싶어하는 도시 런던의 명소 곳곳에 살아 숨쉬는 많은 작가와 주인공들이 그의 책을 통하여 우리에게 말을 건넨다. 웨스트 민스터 사원에서 찰스 디킨스와 제인 오스틴 그리고 아이작 뉴턴과 키츠, 셸리를 추억하고 세인트 폴 대성당에서 넬슨의 엠마 해밀터에 대한 사랑을 전해주었다. 대영 박물관의 그리스 신전의 벽을 보면서 어쩌면 저자는 프랑스에 있다는 외규장각 도서를 생각했을 지도 모른다. 자연사 박물관, 런던탑 그 외의 많은 곳에서 저자는 수많은 사람들의 목소리를 찾아낸다. 그리고 저자는 단지 런던이 아니라 런던의 곳곳에서 떠올릴 수 있는 세계 전부를 우리에게 이야기 한다. 그는 파리를 생각했고, 남아메리카를 헤매는 윌리스를 기억해냈으며, 피지의 인도 카레를 떠올렸다. 그것은 그의 책 읽기와 생각하기에서 올 수 있는 힘일 것이다. 그의 책 읽기는 나처럼 치우친 것이 아닌 듯했다. 예술, 철학, 문학과 과학에 걸친 방대한 지식과 사색이 책의 곳곳에서 드러나 나의 일천한 지식이 부끄러워지기도 하고, 부럽기도 했다.
단지 이 책을 읽기 전에 가졌던 나의 작은 바람이 이루어지지 않은 점이 조금 아쉬웠다. 런던의 안개와 런던의 사람들도 좋지만, 나는 런던에서의 저자의 모습을 조금은 보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낯선 곳에서 높은 건물을 두리번 거리며 살짝 당황하기도 하고, 런던탑에서 앤 불린을 추억하며 깊이 생각에 잠기기도 하는 그런 이야기를 조금은 듣고 싶었나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