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라노이드 파크 내인생의책 푸른봄 문학 (돌멩이 문고) 11
블레이크 넬슨 지음, 위문숙 옮김 / 내인생의책 / 201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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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다수의 소년들을 보면 늘 위태로워 보인다. 세상에 대한 불만, 풀리지 않는 삶에 대한 의문과 분노로 뒤틀린듯한 표정의 소년들은 자기 혼자만의 세계를 필요로 한다. 그들은 자신의 마음을 정확히 표현하지 못하고, 할 생각도 별로 없는 듯하다. 다만 속으로 혼자 삭이고 있는 분노가 어느 순간 폭발하여 주위를 뒤흔들기도 하고, 또 때로는 적절한 탈출구를 찾아서 그 시기를 이겨내기도 한다. 여자 아이들처럼 친구들과 공감대를 형성하거나 해서 연대감을 갖기보다는 온 세상 고민을 혼자 짊어진 듯 고독한 표정을 짓고 있거나 자기만의 세상으로 침잠해 버리는 아이들을 흔히 본다.

  이 소설의 주인공은 십대 후반의 소년으로 고등학생이다. 부모가 이혼을 앞두고 싸우고, 동생은 그 스트레스로 계속 구토를 한다. 답답한 집에서 빠져나와 숨을 쉴 수 있을 때는 오직 스케이트 보드를 탈 때뿐이다. 악명이 높은 스케이트 보드 공원인 파라노이드 파크에 혼자 간 날 소년은 본의 아니게 철도 경비원의 죽음에 깊이 관계하게 된다. 미친듯이 도망치는 소년은 머릿 속에서 벌어지는 온갖 최악의 상상으로 터질 듯하다. 누구 하나 마음 놓고 상의할 어른이 없는 소년은 뼈 속까지 사무치는 외로움으로 몸서리를 치고 죄책감으로 정신이 나간 사람처럼 행동한다. 별로 좋아하지도 않는 여자 친구도 그의 위로가 되지 못하고, 형사들의 수사는 점점 소년과 스케이트 보드를 타는 친구들로 좁혀진다.

  소설은 소년이 언제나 착한 여동생 같았던 옆집 소녀 메이시에게 쓰는 편지 형식으로 구성되어 있어 소년의 내면에 소용돌이 치는 갈등과 분노, 불안과 우울이 세밀하게 묘사되어 있다. 그렇잖아도 불안하고 외로운 사춘기에 혼자의 힘으로 감당하기 어려운 두려운 상황에서 소년은 흔들리고 부딪친다. 그러나 소년은 자신이 혼자가 아님을 알게되고 늘 한결같이 자신의 곁에 있던 착한 소녀 메이시에게서 희망을 발견한다.

  J.D 샐린저의 <호밀밭의 파수꾼>을 처음 읽었을 때, 홀든의 정신없는 넋두리에 어리둥절했던 기억이 난다. 그 정신없는 독백이 홀든의 혼란스러운 갈등과 불안의 표현인 것처럼 <파라노이드 파크>의 소년의 독백 역시 읽을수록 소년의 혼란에 공감하게 한다. 이 불안함이 소년이 든든한 청년으로 자라는 자양분이라는 것을 이제는 안다. 햇빛 환한 공원에서 마음껏 보드를 타면서 활짝 웃을 소년을 상상한다.

 

해당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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웰컴, 마이 퓨처 블루픽션 (비룡소 청소년 문학선) 53
양호문 지음 / 비룡소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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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이가 들어도 청소년 문학은 참 재미나다. 또래의 아이들과 많은 시간을 보내는 직업인지라 아이들의 내면 깊숙한 곳에 들어있는 비밀 이야기를 듣는 것은 언제나 새롭다. 내 아이의 마음 속이 저렇구나, 우리 반 아이가 속으로는 그런 생각을 하고 있구나 하는 깨달음으로 가끔씩 멀쩡한 얼굴로 앉아있는 아이들의 속내가 의심스러워지기도 한다.

  예전에 읽었던 양호문 작가의 <꼴찌들이 떴다>에서는 공부 못하는 아이들이나 가는 학교라고 생각하는 전문계고 아이들의 이야기를 실감나게 읽었다. 다들 돌머리, 골치덩어리라고 생각하는 아이들의 내면에 살아있는 순수함과 아이다움, 그리고 인간에 대한 사랑은 우락부락한 남자 고등학생을 다른 눈으로 볼 필요를 절감하게 했다. 이번 소설 <웰컴 마이 퓨처>에서는 공부가 최고인 일반계 고등학교에서 대학 진학을 목표로 할 수 없는 아이 장세풍을 만날 수 있었다. 평생을 공사판에서 일하시다가 돌아가신 아빠, 동생보다 더 동생같은 형 기풍이, 조금 모자라지만 기사 식당에서 일하는 누나, 그리고 관절염으로 아픈 다리를 이끌고 좌판 장사를 하는 엄마가 세풍이네 식구다. 학교라고 가봤자 화장실 청소나 하고, 시험 시간엔 잠이나 자지만 그래도 가끔 웃어주는 친구도 있고, 개장수라는 별명을 가졌지만 의리는 있는 담임도 괜찮다. 하지만 엄마는 좌판을 접어야하고, 먹고 살 길이 어려워져서 세풍이는 결국 학교를 자퇴하기로 한다.

  이 풍진 세상에 겨우 고교 중퇴생인 세풍이가 할 일은 배달 계레의 후손답게 배달일 뿐이다. 오토바이 면허조차 없지만, 눈치로 대학가에서 배달을 시작한다. 열심히 돈을 벌어 어머니 가게를 얻어드리고 싶어서 자퇴를 했지만, 도리어 있는 돈마저 병원비로 까먹어 버린 세풍이는 그래도 웃는다.

  당장 오늘의 끼니를 걱정해야하고, 혹시 누가 아프기라도 하면 집을 담보로 대출을 받아야할 정도로 가난한 세풍이네 집이지만, 세풍이는 기죽지 않는다. 예쁜 아영이와도 친해지고, 형도 고물상에 취직했다. 못생긴 남부장이 누나와 결혼을 하면 든든한 형도 생긴다. 가난하다고 사랑을 모르겠느냐는 한 시인의 말도 있지만, 세풍이는 사랑하는 가족들과 친구들을 든든하게 믿는다.

  만약 세풍이 같은 아이가 우리반이라면 어떻게 해야할까? 보나마나 세풍이는 지각을 밥 먹듯이 할 것이고, 공부도 못할 것이다. 수업 시간엔 자는 시간이 깨어있는 시간보다 더 많겠지? 그렇다면 이렇게 착하고 여리고 정의로운 세풍이의 속마음을 알 길이 없는 담임에게 세풍이는 골치덩어리가 아닐 수 없다. 세풍이는 사실 그놈의 학교에서 얻어갈 것이라곤 달랑 종이로 된 졸업장 한 장뿐인 것이다. 그러니 세풍이의 자퇴를 이해하지 못할 것도 없다. 아르바이트를 하느라 날마다 지각을 한다는 다른 반의 한 남자아이가 이 책을 읽는 내내 떠올랐다. 학교에 늦게 오면 내내 잠을 자다가 겨우 일어나 점심을 먹고 또 자는 그 아이에게 이 책을 권한다면 자퇴를 은근히 권유하는 게 될까? 세풍이가 자퇴 이후에 겪는 어려움을 미리 알게 된다면 학교 생활에 대해서 조금 다른 생각을 할 수 있을까?

  모두가 공부를 잘 할 수는 없다. 그리고 공부만을 할 환경이 되지 않는 아이도 많다. 모든 아이들이 자신의 재능과 처지에 알맞는 행복한 생활을 꿈꾸는 것은 허황한 일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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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과 황홀 - 성석제의 음식 이야기
성석제 지음 / 문학동네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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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상을 살아가는 즐거움이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그 중에 좋아하는 작가가 있어서 그의 새 책을 기다리는 즐거움도 내게는 참 의미가 있다. 날마다 많은 책들이 쏟아져 나와서 인터넷 서점의 장바구니가 몇 페이지씩 넘어가고, 책장에 읽은 책과 미처 못 읽은 책들이 엇비슷해지고 있어도 이 작가의 책이 나오면 나도 모르게 신이 난다. 그 중 한 분이 바로 이 책의 저자 성석제 선생님이다.

 저자의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다들 엇비슷하겠지만, 특히 이 작가의 문장이 주는 짭짤한 맛이 좋다. 마치 혀에 착 감기는 어떤 것을 먹은 듯 또 침이 고이게 하는 문장들이 나를 매료시킨다. 잠시 지칠 때 쯤 그럴 줄 알았다는 듯이 찾아오는 유머와 재치는 다른 사람들에게 권할 만하고, 미워할 수 없는 사람 냄새 나는 주인공들이 벌이는 어처구니 없는 일들은 정말 책을 손에서 뗄 수 없게 한다. 이 분은 정말 말씀도 이리 재미나게 하실까?

 그러니 처음 인터넷 문학동네 까페에 성석제 선생님의 음식이야기가 연재된다는 소식을 듣고 기쁘지 않을 수 없었다. 이제 나이가 들어 특별히 맛있을 것도 없고, 더 이상 새로울 것도 없어 어릴 때 먹던 맛을 찾는 지경에 이른지라 경상도 시골출신인 선생님의 음식 이야기는 내 입맛에도 맞을 것 같았다. 일주일이 기다려지고 다음번 연재가 업로드 되었는지 까페를 들락거리기도 했다. 그리고 이젠 그 맛나고 재미진 문장들이 책으로 묶여 나왔다.

 그랬다. 그가 말하는 음식들은 할머니의 손맛이 많았다. 오래된 해장국집의 김이 펄펄 나는 양은솥이 꿈에 나오고, 욕쟁이 할머니가 주문도 받지 않고 퍼준다는 육개장은 대구로의 여행을 기획하게 했다. 김을 처음 만들어 왕께 바친 사람의 성씨가 '김'이라서 이름이 김이된 이야기를 저녁상에서 김을 먹으면서 하기도 하고, 베를린의 할머니 포장마차에서 먹게되었다는 흰 소시지와 독일의 지방마다 무궁한 맥주 이야기는 긴 겨울밤의 허기를 부채질한다. 도대체 이 분의 입에 들어가 이야기로 다시 태어나지 않은 음식은 뭘까? 어디가서 마시는 칵테일 한 잔, 묵밥 한 그릇, 야키짬뽕도 예사롭지 않다. 아무래도 추풍령으로 돼지갈비를 뜯으러 이번 주말에 가야할 모양이다.

 다만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이 분은 왜 대전의 음식에선 아직 감동을 못 받으신 걸까? 지금까지 한 번도 오신 적이 없을까? 그 유명한 두부두루치기를 과연 모르시는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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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너비 스타
로리 컬웰 지음, 한미전 옮김 / 은행나무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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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타가 되고 싶으면 연락해!!" 한 때 장안을 풍미하던 유행어이다. 수많은 오디션 프로그램들이 나날이 상금을 올리며 성행하고, 셀 수 없이 많은 사람들이 심사 위원과 시청자 앞에서 춤추고 노래하고 울고 웃는 것을 보면 지금 우리 나라는 스타가 되고 싶은 사람들의 열망에 날이 도로 더워져야 하는 건 아닌가 싶다. 저렇게 많은 사람들이 다들 노래를 잘 부르는 것을 보면 <삼국지 위지 동이전>에 있다는 우리 나라 사람들이 가무를 즐긴다는 기록이 정말 정확한 기록이 맞구나 싶다. 오죽하면 남의 나라 역사책에 기록이 될 정도인가 말이다. 너도나도 노래와 춤, 연기와 웃음으로 스타가 되고 싶어한다.

 스타가 되면 삶이 달라진다고 한다. 갑자기 지대한 관심의 한 가운데에 서게 되고 경제적으로여유로워진다고 한다. 그럼 정말 좋은 점만 있을까? 자고 일어나 하루 아침에 스타가 된 한 소녀의 삶을 따라가 보았다.

 독립 영화를 지향하며 열심히 생활하던 한 예술 학교의 학생 에이미 스펜서는 친구가 대신 신청해 놓은 오디션을 보고 덜컥 텔레비전 드라마의 주인공으로 발탁되고 만다. 그녀는 헐리우드로 옮겨서 티브이 드라마에 출연을 하게 되는데, 화려한 음식과 의상들 그리고 멋진 배우들 틈에서 그만 어리둥절해 지고 만다. 촬영장엔 언제나 맛난 간식 거리들이 넘치고, (얼마 전까지 식비를 아끼며 살던 에이미에게 그것은 지나칠 수 없는 유혹이었다) 의상 담당은 그녀의 옷이 맞지 않는다고 짜증을 낸다. 그러나 정기적으로 전해지는 고액의 수표는 경제적으로 고통받는 엄마에게 큰 도움이 된다는 생각에 에이미는 이름을 바꾸라면 바꾸고 굶으라면 굶는다. 새로운 계약이 이루어질 때마다 에이미는 성형을 강요 받고, 유명 스타와 비밀 계약을 맺는다. 화려한 조명과 드레스 사이에서 에이미는 친구를 잃고 점점 자신을 잃어간다. 

 이 소설은 실제 헐리우드의 가십을 바탕으로 했다고 한다. 단지 이런 일들이 헐리우드만의 것은 아닐 것이다. 저 많은 오디션에 참가한 사람들 뿐 아니라 단정히 교복을 입고 교실에 앉아있는 많은 아이들이 꿈꾸는 바로 그것이 어쩌면 이런 일들을 이면에 감추고 있는 지도 모를 일이다.

 <워너비 스타>는 재미난 이야기를 전달하면서도 자칫 허황한 꿈을 꾸는 아이들과 우리 사회에 경종을 울린다. 하루 아침에 되는 스타란 하루 아침에 나락으로 떨어질 수 있고, 또 그 화려한 스타의 뒷면에 이렇게 아픈 상처들이 난무한다는 것을 우리 모두 알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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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중한 나를 위한 기막힌 여행
이소발 지음 / 꿈의지도 / 201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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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의 제목을 보면서 그동안 나는 '소중한 나'를 위해서 무엇을 했을까 하는 생각에 마음이 편치 않았다. 순간순간 위축되거나 상처를 받았을 때 '나를 위해서'라는 명목으로 값비싼 물건을 사 거나, 음식을 먹곤 했지만, 진정 나 자신의 내면의 안식을 위해서 무엇을 해 주었나 하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학창 시절을 마치고 바로 직장 생활을 시작한 나는 여름과 겨울의 긴 휴가를 얻는 직업임에도 불구하고 그 시간들을 오로지 나의 마음과 정신을 사랑하는데 쓴 적이 없다. 나는 늘 분주했고, 늘 할 일이 있었다. 그 어느 것 하나도 놓아두질 못 했고, 다 끌어모아서 내 곁에 두고 싶어했다.

 이 책의 지은이는 다른 사람들이 한창 직업을 얻으려고 자신의 경력을 만들어 갈 시기에 돌연 캐나다의 한 시골 마을로 떠난다. 한국 사람들이 아주 없는 그 곳. 겨울이면 눈이 거리 한 가득 내리고, 치즈 가게와 작은 레스토랑이 있는 그 곳에 도착한 첫날은 홈스테이 호스트 부부를 못 믿어 송곳을 손에 쥐고 자면서 눈물을 흘리며 그 곳으로 온 자신을 후회한다.

 그러나, 올리브와 그이도라는 이름의 주인 호스트는 아들을 잃은 상처를 가진 노부부였고, 먼 동양의 나라에서 오는 홈스테이 학생을 위해서 쌀을 재료로 한 요리를 연습해 볼 정도로 마음이 착한 사람들이었다. 지은이 이소발은 그들에게서 엄마 아빠의 사랑을 듬뿍 받으면서 구엘프에서의 생활을 즐긴다. 때로는 올리브와 쇼핑을 하고, 그이도와 와인 한 잔을 하면서 따뜻한 오후를 보내면서 소발은 자신의 내면에 가득히 차오르는 평화와 안정을 만끽한다.

 많지 않은 오히려 어리다면 어린 20대에 어떻게 그런 기특한 생각을 할 수 있었을까? 남들보다 한 발짝이라도 앞서 가려고 다들 기를 쓰는 이런 시절에 모든 것을 두고 오로지 내면을 바라 볼 용기를 가진 그녀는 결코 어리지 않다. 지금의 충전이 오히려 그녀를 더욱 강하게 할 것이기 때문이다. 

 소중한 나를 사랑하는 방법을 나도 배우고 싶다. 이젠 어쩌면 지금까지의 삶을 돌아보고 앞으로 향하기 위한 힘이 필요한 시기일 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이 책의 한 페이지를 열고 그 안으로 들어가고 싶다. 편안하고 유머러스한 그림과 풍경, 소발의 짧은 한 마디는 정말 부러운 한가한 시간을 만든다.

 

56페이지 붉어졌다 -> 불거졌다.

 

[네이버 북카페를 통해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된 서평입니다.

본 서평은 작성자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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