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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 브라이슨의 대단한 호주 여행기
빌 브라이슨 지음, 이미숙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12년 1월
평점 :
품절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은 얼마나 행복한 일인가. 불가에서는 마음의 짐이 무거워지니 미워하는 사람도 사랑하는 사람도 두지 말라고 했다지만,  삶이란 게 또 어찌 그렇게 계획대로 되는 것이며 굳이 마음만을 가볍게 하는 것이 삶의 목표가 아닌 사람도 있을 터이다. 그러니 다른 누군가를 예쁘게 보는 마음이 좋다. 설사 그 대상이 사람이 아닌 다른 무엇일지라도 몰두하고 사랑할 수 있는 대상이 있다는 것이 얼마나 큰 축복인가 말이다.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 그는 배가 좀 나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저녁이면 시원한 맥주 한 잔으로 피로를 풀려고 한다. 슬쩍 서운한 곱슬머리는 대부분 야구모자로 눌려있기가 일쑤다. 그는 걷기를 즐긴다. 가끔은 남의 집 뒷마당으로 들어가기도 하고, 얼굴이 시뻘개진 줄도 모르고 다니지만 그의 좋은 취미다. 그는 지역의 신문을 골똘히 보고 동네의 대소사에 관심이 많다. 대상이 되는 동네가 자주 바뀌는 점이 조금 독특하다. 그는 자신의 경험을 글로 쓰기를 즐겨한다. 얼마만큼의 거리를 운전했는지, 새로 발견한 것들은 무엇인지 또 점심을 먹을 때 주문을 받은 웨이트리스의 불친절함에 대한 감동 따위를 즐겨 쓴다. 나는 그런 그의 일기를 읽는 것을 좋아한다.

 그는 차가운 북유럽에서 더운 남유럽까지, 영국의 구릉지대에서 미국의 드넓은 고속도로까지 나를 데리고 다녔다. 나는 마치 그의 차 조수석에 탄 것처럼 생생하게 그의 묘사를 보고 들었다. 때로는 그와 함께 먼지를 들이마시기도 하고, 근사한 펍에서 맥주를 마시기도 했다. 그와의 여행은 세상을 다른 눈으로 바라보게 했다. 빈정이 상하는 대상을 만나면 살짝 비꼬면서 외면하기도 하고, 아름다운 경치 앞에선 한없이 감탄을 하는 그의 어린애같은 표현들이 좋다. 한동안은 그의 여행이 뜸해서 서운했었다. 그런 그가 이번에 더 근사한 곳으로 나를 데리고 갔다. 그 곳은 바로 어쩌면 사라진 대륙 아틀란티스일지도 모르는 신비의 대륙 오스트레일리아다.

 그간의 내가 아는 그 곳은 캥거루가 뛰어놀고 과일이름의 새가 있다는 정도였다. 아니면 텔레비전에서 보이는 그곳은 뉴욕이나 상하이와 다를 바 없는 거대도시들이었다. 그러나 나의 절친 빌이 나를 데리고 간 곳은 황량한 사막과 부시가 무성한 벌판이었다. 그는 몇 천 킬로미터나 되는 고속도로를 하여없이 운전하면서 어린 시절과 오버랩되는 기시감을 느끼기도 하고, 텅 빈 고속도로에서 향수를 느낀다. 오스트레일리아는 아직도 사람들의 발길이 닿지 않는 곳들이 무궁무진하다. 하루 종일 기다려도 단 한 사람도 들르지 않을 것 같은 펍에서 맥주를 마시고, 나 이외에 다른 손님이 없는 것이 확실한 호텔에서 잠을 잔다. 기상예보에서는 폭우와 폭풍으로 호들갑인데 그들은 태연히 잔잔한 바다에서 크루즈를 한다. 어쩌면 오스트레일리아는 우리 인류가 두고 온 고향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어스트레일리아에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오래전부타 사람이 살았다는 흔적이 있다. 도대체 그들은 누구였을까? 어디서 와서 어디로 사라진 것일까?

 이제 또 어떤 곳으로 나의 친구는 여행을 할까? 벌써부터 다음 여행을 재촉하고 싶어진다. 그의 여행 기록은 나를 들뜨게 하고, 책을 열기 전부터 설레게 한다. 오래오래 더 많은 곳들을 그가 다녀왔으면 좋겠다. 그나저나 오스트레일리아에서 그는 한 한국인과 집을 바꾸기로 했다는데 그곳이 부산인 점이 몹시 애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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