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책자 생리학 인간 생리학
루이 후아르트 지음, 류재화 옮김 / 페이퍼로드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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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TMAN의 북 리뷰 시리즈 01-29 : 산책자 생리학, 루이 후아르트 저, 2022(1841)


* 본 리뷰에 들어가기 앞서, 이 글은 서평단으로서 개인의 의견임을 밝힙니다... 

#도서협찬

1. 들어가며...

어김없이 주말이 오면, 난 저녁 식사를 위해 오후 일찍 장을 보러 나간다. 주말 만찬을 위한 메뉴를 생각하다 보면, 어느새 나의 발걸음은 동네마트나 재래시장 보다는 대형마트로 향하게 되기 마련이다. 한 걸음 한 걸음을 옮기며 생각한 만찬 메뉴들에 어울리는 각종 식재료와 그에 걸맞는 주류가 다같이 한꺼번에 구비된 곳은 그곳밖에 없기 때문이다. 진열대를 가득 채운 온갖 재료들과 다양한 식품들 앞에서 오늘의 메뉴를 위한 나의 구상을 떠올리며 흐뭇하게 미소를 지으며, 정신없이 쇼핑을 하고있자면, 늘 불청객들이 있기 마련이다.

가족들이 같이 나온건지 운동장을 방불케하는 어린 아이들의 쉼없는 질주, 공중매너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아주머니들의 무례한 행동들, 방금 자다 나온것처럼 대충 걸치고 나온 아빠들의 모습...그제서야 내가 나만의 공간을 넘어서 사람들 사이에 나와 있음을 실감하게 되고, 내 눈앞에 펼쳐지는 사람들의 모습에 잠시 눈을 팔고는 한다. 때로는 그림 속의 군중들의 모습처럼 밋밋하게 지나쳐갈 때도 있고, 셜록 홈즈에 비견되는 예리한 관찰력을 동원하여 분석할 때도 있다. 그러다보면 시간의 흐름이 순간적으로 무의미해지는 순간이 존재하게 되고, 어느새 나의 장보기가 끝나감을 알리는 알람이 울린다...

비단 마트뿐만이 아니다. 가끔 의류를 구매하기 위해 들리는 대형 쇼핑몰에서도 유사한 경험을 할 수 있다. 정말 다양한 인간군상을 목도할 수 있고, 천지에 가득한 상품들과 함께 눈요깃거리를 제공하는 동시에, 간단하게 먹거리까지 해결할 수 있으니 이 얼마나 간편한 세상인가! 나는 현대의 문화는 단연코 "몰 Mall"로 대변되는 대량 소비 사회라 감히 규정한다. 내 의견에 동의를 못한다면 슬픈 일이다. 당신의 이해와 상관없이 휴일에 한번만 몰에 나가보면 얼마나 사람들이 소비에 "진심"인지 알 수 있을테니 말이다...

2. 저자의 의도...


이 책 "산책자 생리학"은 19세기 파리로 대변되는 "벨에포크 Belle-e-poque" 시대의 한가운데에 루이 후아르트의 베스트 셀러 "생리학" 연작 시리즈 중 하나이다. 저자는 당대의 저널리스트로서, 남다른 예리한 관찰력과 그 특유의 해학으로 세계 최초의 풍자 일간지의 편집자로 명성을 얻은 바 있다. 이 시기는 바야흐로 산업혁명과 시민혁명의 결과로 탄생한 서구 근대 국가들이 눈부신 산업 발전과 과학 기술력을 자랑하며, 이른바 소위 "제국주의"의 시대로 나아갈 그 무렵이다. (그리고 우리를 비롯한 중동과 아시아의 침체 시기이기도 하다.) 하루게 다르게 변화하는 가운데, 그 상징과도 같은 대도시 "파리"에서 시대의 흐름과 인간 군상들을 마추질 수 있고, 이를 저자는 놓치지 않고 자신의 작품 소재로 차용해서 큰 반향을 얻은 바 있다. 본 저서는 특별히 "산책"이라는 소주제에 맞춰 평소 자신의 생각과 지적 유희를 무겁지 않게 위트있게 풀어내고 있다. 그럼으로써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시대의 모순들이나, 어두운 면을 슬쩍 보이기도 하는 날카로움을 또한 가지고 있는 매력적인 작품이다.  

3. 인상적인 부분...

일단 이 책에서 저자는 산책을 하며 (가상으로) 동행하는 독자들이 마주하게 되는 다양한 인간군상들을 탁월하게 묘사한다. 하는 일없이 인생의 시간을 허비하는 "룸펜"들, 애써 짐짓 있어보일려고 비만한 몸을 이끌고 산책을 하나 이내 땀범벅이 되고마는 "부르주아지"들, 온갖 일들을 겪으며 닳고 닳아 언제든 만만한 시민들을 등쳐먹고자 하이에나처럼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는 "양아치"들... 정말 살아 숨쉬는 듯이 생생하게 등장하는 인간들에 대한 묘사는 보는 내내 흥을 돋운다. 게다가 여기서 그치지 않고, 단순한 현장의 나열이 아닌 저자 특유의 지적 관찰력에 의거한, "미리 세심하게 분류"된 인간군상들의 나열이란 점이 가장 주목할 만하다. 때로는 위대하게, 때로는 측은하게 그들을 바라보며, 온종일 "비아냥"거리는 그 특유의 해학은 정말 대목마다 웃음을 유발하게 만든다. (심지어 200년 전의 이야기임에도 말이다!)

또한 저자가 분류한 각 인간 군상들을 매우 촌철살인의 일러스트로 그려내어 풍부하게 배치해 놨다. 글에 지쳐갈만한 독자들도 이 일러스트만 보는 재미에 한장씩 책을 읽어나가게 만들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매우 잘 표현한 그림들이 눈을 즐겁게 한다. 이는 저자의 일간지에서 작업한 전설적인 판화가 "그랑빌"과 탁월한 풍자화가 "도미에" 같은 유명 작가와 일종의 콜라보 작업을 통해 이 시리즈가 베스트셀러가 되도록 만드는 일등공신임에 틀림없다. 몇 줄을 넘어가는 장황한 문장이 단 하나의 그림으로 한번에 표현되는 그 일목요연함을 일찍이 편집자로서 알아보지 않았을까 사료된다. 매우 효과적으로 독자들의 상상력을 사로잡고, 또한 그림 자체로서도 예술 작품이 된다는 저자의 안목이 상당히 인상적이다. (실제로도 많은 예술가들과도 교류를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마지막으로 그 특유의 "비아냥"거리지만 그렇다고 결코 "무례"하지는 않은 풍자의 문체가 사랑스러운 작품이다. 세상 모든 것에 삐뚤어지게 시비를 거는 듯한 비평가 특유의 시선이 존재하지만, 그것을 독자들이 불편해하게 하지도 않고, 매우 위트있게 비꼼으로써 표면상으로는 코메디의 형식을 취해 일반 대중들이 받아들이기 쉽게 쓰여져 있다. 그러나 등장하는 다양한 문학작품의 인명, 작품 곳곳에서 스쳐 지나가듯 나오는 역사적 배경이 서린 장소들, 시대적 함의를 내표한 에피소드에 등장하는 정치인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결코 가볍게 쓴 작품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된다. 그리고 이런 것들을 "알아볼 사람만 알아보라"는 저자의 숨은 의도도 눈에 띈다. (당시에는 검열이 엄연히 존재하였으니 말이다.)    

4. 아쉬운 부분...

이 작품에서 전면적으로 다루는 "산책"은 말 그대로 인간의 행위양식을 대표한 것 뿐이다. 반드시 산책을 선택해야하는 이유도 존재하지 않고, 다만 저자의 주장대로 그 의미를 부여할 수 있는 정도의 지적 능력을 가진 사람들의 이야기인것이다. 따라서 이 책의 제목은 굳이 "산책"이 아니어도 또 다른 무엇이 되어서 나올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나는 저자의 생각에 동의를 못한다는 것을 말하고자 함이 아니다. 이 책의 고도로 계산된 그 의도가 진심으로 느껴졌고, 거기에 기꺼이 동의하여 한참을 웃으면서 이 책을 읽은 독자로서 저자의 지적 유희에 동참한다. 이 책은 대단한 철학책이 결코 아니다. 다만 그렇다고 싸구려 소설에 지나지 않는 것도 아니다. 세상의 경박함에 대해 뒤틀린 심정으로 비아냥대는 지성인의 한 편의 블랙 코메디인 것이다. 아쉬운 것은 단 하나, 이 책이 케케묵은 고전이라는 딱지를 달고 있다는 것이다. 앞서 도입부에서 밝혔듯이 나는 이 책이 현대에도 여전히 "유효"함을 말하고 싶다. 단지 그 당시의 파리 시내를 산책하는 것에서 현대의 "쇼핑몰"을 거니는 사람들로 바뀌었을 뿐이다.  

5. 나오며...

이 책이 나올 시점의 파리와 동시간대의 한국은 적어도 내 개인적인 생각으로 100년이 넘는 간극이 존재한다. 따라서 이 시기의 저자가 느낀 감정과 유사한 작품들이 쏟아져 나온 시점은 채만식과 같은 작가들의 "태평천하(1938)" 정도에 비견할 수 있겠다. 역사는 반복된다. 산업의 발달 정도와 사회 성숙의 단계, 그리고 도시화의 정도에 따라 연도는 다르지만 현대 국가들이 대부분 겪었던 시절의 어느 한 순간일 것이다. 단지 이 시기를 날카롭게 포착한 작품들이 동서양 공통으로 존재하고, 그 원류가 되는 작품이 이 책인 것이다. 또한 또다시 세대가 변함에 있어 이러한 시각의 작품들은 여전히 생명력을 가진다. 지금도 이 취지를 이해하는 독자들이 읽었을때 웃음을 유발하지 않는가. 고전이 지닌 힘이란 바로 이런 것이다. 부디 과거의 작품이라는 선입견을 버리고 이 책을 "쇼핑몰"의 카페에 가서 한 번 읽어보라고 추천해보고 싶다. 겉모양새만 다르지, 바로 지금 눈 앞에서 벌어지는 현상들의 예리한 관찰을 여전히 목격할 수 있다. 아직도 이 책을 못접해본 독자들에게 간곡히 이와 같이 부탁하고 싶은 사랑스러운 책이다.

 

#산책자생리학 #루이후아르트 #페이퍼로드 #파리 #풍자소설 #19세기 #벨에포크

#채성모의손에잡히는독서 @a_seong_m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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꿀딴지곰의 레트로 게임 대백과 - 열혈 겜돌이의 명작 고전 게임 추억 찾기 연구소
꿀딴지곰 지음 / 보누스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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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TMAN의 북 리뷰 시리즈 01-28 : 꿀딴지곰의 레트로 게임 대백과, 윤장원 저, 2022


* 본 리뷰에 들어가기 앞서, 이 글은 서평단으로서 개인의 의견임을 밝힙니다... 

#도서협찬

1. 들어가며...


당신은 혹시 국민학생이었던 적이 있는가? 이 질문에 해당하는 70~80년대 생이라면 잠시 어릴적 하루로 돌아가보자. 점심을 먹고 오후 수업이 시작되고, 따분한 수업을 마히고 (대략 오후 3시) 들뜬 마음으로 집으로 가는 우리들은 대략 두 그룹으로 나뉘었다. 학교운동장에 남아 공놀이나 고무줄을 하며 노느라 정신없는 한 그룹과, 끝나자마자 "쌩"하고 가방도 그대로 맨채로 어디론가 달려가는 또 한 그룹...이 그룹이 어디로 가는지 따라가보자. 어스룩한 골목길이나 지하로 향하는 그들 앞에 펼쳐지는 온갖 전자음과 그래픽의 향연. 그곳은 다름 아닌 "오락실"이었다! (대부분은 남자녀석들 이었던걸로 기억한다.) 대략 5~6시에는 집에 가서 "티비만화"를 보고, 저녁을 먹어야 하니까 그 사이 시간은 늘 오락실에 아이들로 가득차 있었다.

나도 친구 녀석 손에 이끌려 한번 따라왔다가, 어떤 한 게임에 사로잡혀 한동안 늘 오락실에서 살았던 기억이 난다. 그 게임은 다름 아닌 그 유명한 "보글보글"! 생전 처음 보는 화면에 귀여운 캐릭터가 신나게 입으로 거품을 발사하며, 적들을 물리치고, 계속 다음 스테이지로 넘어가는 비교적 단순한 게임이었지만, 너무나도 재미있었고, 친구들 사이에서는 소위 "스코어" 경쟁이 이뤄져서 그 당시 굉장히 잘하던 친구는 친구들 사이에서 인기도 좋았다. 가끔 친구 어머니가 집에 바로 안온다고, 또는 그당시 오락실이라는 이미지가 "불량청소년"들의 온상이라는 편견에 의해 친구 녀석을 잡으러 오셔서 도망가고는 했던 기억이 새록새록 난다.

이처럼 소위 "X세대"로 분류되는 나와 동년배의 독자들은 흔히들 가지고 있는 기억들일 것이다. 꼭 나의 세대여서가 아니라 시대의 분류로 보면 이 세대는 아케이드 게임(오락실), PC의 보급, 인터넷의 시작과 PC 통신 시장으로 대변되는 IT 1세대에 해당하는 사람들이다. 성인이 되서 접하는게 아닌, 성장기에 자연스럽게 IT 기술들과 같이 해오고, 그 수혜를 입었으며 그것을 문화로서 기억으로 가지고 있는 첫 세대라는 것이다. 이제는 중년의 나이를 향하는 사람들이지만, 아직도 게임을 하는 세대이다. (이 점에서 윗 세대와 차이가 난다고 생각한다.)

2. 저자의 의도...

이 책의 저자인 일면 "꿀단지곰"은 게임 칼럼니스트이며, 특히 "레트로" 게임 분야에 해박한 지식을 바탕으로 게임 커뮤니티와 관련 업계에서 꽤 이름이 알려진 마니아이다. 또한 최근의 트렌드하고도 맞물려 유투브에도 동명의 이름으로 채널을 개설하여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는 비평가이기도 하다. (특이한 건 무려 교수님이시라는 점!)  

사실 나는 게임을 아주 찾아서 하는 정도의 정성은 가지지 못해서, 저자의 이름은 이번에 처음 접하였지만, 주변이나 관련 매체에서는 나름 인정받는 전문 지식인으로 알려져 있음을 쉽게 확인할 수 있었다. 그리고 책을 읽으며 확실히 확인 가능했던 것은 나와 거의 동시간대의 경험과 유년시절의 기억을 공유하고 있다는 점이다. 오락실, MSX2000, 재믹스, 겜보이로 대표되는 초기 PC와 콘솔 게임기부터 시작하여, 지금까지도 살아남은 플레이스테이션까지 1세대의 폭넓은 시기에 걸쳐 수많은 게임에 대한 소개와 개인 평을 남기고 있다. 아울러 중간중간에 이와 관련된 문화적 추억(예를 들어 전자상가)과 경험을 토대로 한 시대상마져 반영하고 있어, 더없이 정겨운 책이라 할 수 있겠다.  

3. 인상적인 부분...


일단 외견상 이 책은 일종의 "연대기" 형식을 취하고 있다. 초기 아케이드 게임의 시작부터 후일의 콘솔 게임기의 발전까지 시대순으로 각 장을 나누고 있고, 매 장마다 개인의 추억과 경험을 소개하고, 그 당시 상황을 회고하여 나와 같은 독자들에게 더없이 동질감을 불러오고 있다. 한 가지 인상적인 것은 그 당시 시대상을 반영하는 장소를 너무나도 사실감있게 소개한다는 것이다. 국민학교 학생들의 모든 생활과 직결되는 "학교 앞 문방구", 유원지나 해수욕장 또는 대학가 근처의 "오락실", 그리고 가정용 게임기의 태동으로 인해 성장한 이른바 "전자상가" (이 책에서는 반포에 위치한 고속 터미널 상가가 등장한다.) 등등... 지금은 사라져버린 곳들도 있고, 근근히 명맥을 유지하는 곳도 있겠지만, 어떤 장소나 대상에 각인된 정서는 쉽사리 사라지지 않는다. 따라서 이런 장소들을 가감없이 나열하며 이야기를 전개해나가는 저자에게 어느덧 나는 동행을 하고 있는 나자신을 발견하게 되었다. (나 역시 줄기차게 가던 장소였으니까...)

또한 시대상의 회고가 끝나면 그 시기에 맞는 게임 대표작들을 풍부한 사진들과 함께 나열하고 각 게임에 대한 평들을 곁들인 "백과사전"식 구성을 취한 것이 눈에 띈다. 앞서 설명한 "보글보글" 게임 이외에도 오락실에서 한두번 해봤고, 친구들이 플레이하는걸 옆에서 지켜보던 게임들이 눈 앞에 펼쳐지는 사진과 함께 마치 "진수성찬"처럼 우리 앞에 그득히 놓아진다. 흐뭇한 마음으로 체크도 해보고, 그 당시 상황들을 떠올려 보기도 하며, 몰랐던 게임도 읽어보는 재미가 상당하다. 개인적으로 책의 내용을 정리하기 위해, 공감가거나 좋아하던 게임 소개글에 "인덱싱" 작업을 하는 편인데, 책을 거의 다 읽고 난 후에 한번 돌아보니 대략 70%의 싱크로율을 보였다. 이 모든 게임에 대해 기억과 평을 정리해놓은 저자의 열정이 돋보이는 대목이다.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해당 분야에서 상당한 인지도를 인정받은 것이 수긍이 간다.)

4. 아쉬운 부분...

앞서 밝혔듯이 나와 저자와의 공감대가 70%라고 말한다면, 나머지 30%의 차이는 무엇일까? 아마도 그것은 콘솔 게임기와 PC 게임과의 차이 때문이라 짐작한다. 고등학교에 진학할 무렵, 개인 PC에 대한 수요가 폭발하고 또 그에 걸맞는 기술적 진화가 빨라져 게임 시장 또한 양분되던 양상이었다. 기존의 콘솔 게임기와 별도로 PC에서 구동되는 게임이 갈라져 나와 별개로 시장을 형성하였던 것이다. 그 당시 PC를 가지고 있던 나에게는 콘솔 게임기 보다는 당연히 PC 게임에 더 관심이 갔고, 유명한 작품들은 친구들을 통해 해보고는 했다. 그러나 저자는 나모다 더 게임에 대한 지식이 해박함에도 불구하고, 이 책에서는 PC게임을 다루지 않는다고 천명하고 있다. 책의 타이틀 또한 "레트로"라는 표현이 있으며, 저자의 개인적인 견해로도 현재 레트로 게임이라 이름붙일 수 있는 특징들을 잘 반영한 분야는 PC게임은 아니라는 주장을 하고 있고, 이는 나로서도 어느 정도 수긍이 가는 대목이 있다. 따라서 이번 저서에서는 아쉽지만 PC 게임은 다루지 않는 걸로 만족하겠으나, 향후 저자의 다른 저서에서 그에 대한 욕구를 충족할 수 있는 저서를 만날 수 있으리라 기약해 본다. 

5. 나오며...

이 책은 철저히 "X세대"에 의한 책이고, 이 책에 온전히 그 기억을 투사할 수 있는 세대 또한 "X세대"이다. 우리보다 윗 세대는 "만화방", "당구장"으로 대변되는 놀이 문화를 향유하고 있으며, 아래 세대로는 "PC방", "모바일 게임"으로 상징되는 IT 2세대의 놀이 문화에 대한 직접적인 기억이 있다. 물론 다른 세대가 이 레트로 게임 문화를 이해하지 못하거나, 향유하지 않는다고 주장하지는 않는다. 단지 내가 지적하고 싶은 것은 정확히 "성장기"에 이 게임들과 함께해온 경험을 온전히 가지고 있는 세대는 우리 세대가 맞다는 것이다. 이러한 저서가 나오는 것도 어느덧 시간이 흘러 이 세다가 우리의 문화를 추억할 만한 시점이 흘렀으며, 이 목소리를 내도 될법한 위치에 왔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그리고 가끔은 철학적, 사회적 맥락을 잊고 온전히 이 추억들을 소환하고 같이 웃고 떠들게 되는 이런 서적들은 사랑스럽다. 다시한번 지난날의 추억을 소환하게 한 저자에게 작은 감사를 드리고 있다. 아울러 이 게임 문화 만의 매력을 발견하는 다른 세대들에게도 좋은 소개의 책이 될 것이라 확신한다.
 

#레트로게임대백과 #꿀단지곰의레트로게임대백과 #꿀단지곰 #보누스 #레트로게임

#채성모의손에잡히는독서 @a_seong_m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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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묵의 지구 - 당신의 눈앞에서 펼쳐지는 가장 작은 종말들
데이브 굴슨 지음, 이한음 옮김 / 까치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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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TMAN의 북 리뷰 시리즈 01-27 : 침묵의 지구, 데이브 굴슨 저, 2022


* 본 리뷰에 들어가기 앞서, 이 글은 서평단으로서 개인의 의견임을 밝힙니다... 

#도서협찬

1. 들어가며...

혹시 당신은 어릴 적 "파브르 곤충기"를 읽은 적이 있는가? 지금이야 영상매체가 더 와닿는 세대이고, 각종 다큐멘터리를 쉽게 찾아볼 수 있는 환경이지만, 내가 기억하는 유년 시절은 그런 세례를 받지 못한 세대였다. 대신에 "소년문고"로 대표되는 어린이 서적들이 있었고, 그 시리즈의 목록에는 당당히 파브르 곤충기가 자리잡고 있었다. 아름답고 신기한 작은 "곤충친구"들에 대한 이야기로 가득차 있고, 마치 동화처럼 그림을 접하면서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곤충들부터 시작하여 때때로 시골에서 접하는 곤충에게 호감을 가지고, 관찰하며 즐거이 보냈던 기억은 지금도 소중히 여긴다. (또한 자연과 가까이 하는 계기이기도 했다.)

그런데 어느덧, 점점 우리 주변에서 곤충들을 볼 기회가 잘 없는 것 같다. 물론 영상이나 매체에서 접하는 곤충들의 모습은 보다 더 생생히 큰 화면으로 볼 지언정, 정말 살아숨쉬는 것들의 움직임을 말이다. 봄이면 꽃봉우리 사이에서 붕붕대며 분주하던 벌들, 여름이면 우렁차게 짖어대는 매미들, 가을이면 잔잔한 물가에 살짝 꼬리를 내리며 춤추듯 활강하는 잠자리들, 겨울이면 숨어버리는 애벌레들... 생명의 신비와 소중함을 체험하는데 곤충의 모습과 관찰들이 어느새인가 실종된 느낌이다. 비단 나의 무관심때문인가...라는 질문은 이제 현실로 깨닫게 되어 마음이 무겁다. 그것은 많은 저서들에서 경고하듯이, 현재 "여섯번째 대멸종"으로 대표되는 곤충 개체수 급감이 주원인이었다는 사실에 우려를 금할 수 없었다. 웬지 내 지난 날의 추억을 상실하고 덩그러니 남겨진 삭막한 주변을 발견하는듯한 느낌때문이다.

2. 저자의 의도...


저자는 영국 출신의 생물학 교수로, 곤충의 생태에 대한 다수의 논문을 발표하고 있는 현직 학자이다. 또한 베스트 셀러를 포함한 다수의 저서를 내놓은 환경 운동가이기도 하다. 특히나 전작 "사라진 뒤영벌을 찾아서"는 관련 학계 뿐만 아니라 대중적으로도 널리 알려진 바 있다. 이번 저서는 앞서 발간한 일련의 곤충 생태와 관찰보다는, 현재 곤충들의 위기와 기후변화에 대한 경고에 대부분의 지면을 할애한 작품이다. 학자로서 곤충 감소의 현상과 진단, 원인을 먼저 분석하고, 그 심각성을 우리가 깨닫고 무엇을 할 수 있을지를 끝으로 무거운 이야기를 마치고 있다. 다만 절망으로 치닿는 묵시록의 느낌으로 독자들을 짓누르지 않고, 우리의 행동을 약속하고자 하는 "희망"의 느낌으로 저술하여 독자들을 이끌어 간다. 

3. 인상적인 부분...

앞서 언급한 저자의 베스트 셀러는 각종 매체에서 언급되는 것으로 간접적으로나마 접하였고, 이 저서가 저자와 나의 첫만남이다. 저자에 대한 사전 배경으로 짐작하여 다소 딱딱한 문체와 특유의 "이과적" 느낌으로 다가올 것이라는 나의 선입견과 달리, 이 책은 대단히 가독성이 좋은 잘 정련된 문체를 보여준다. 마치 흥미진진한 소설을 읽는 듯한 흐름은 기존에 받았던 저자로서의 명성을 납득하게 하는 대목이었다. 읽다보면 이야기에 집중하세 되는 문장을 가진 좋은 저자임에 틀림없다. (그와 더불어 그 매력을 살려서 번역도 매끄럽게 된 점도 칭찬을 아끼고 싶지 않다.)

또한 곤충 감소의 원인으로 산업적 윤리 측면에서 기업들에게 매서운 질타를 보여주고 있다. 운동가로서의 감정에 호소하는 대목이 아니라, 학자로서 각종 도표와 수치, 그리고 사례들을 나열하며 다국적 기업들의 그간 환경에 대한 인식을 냉정하게 보여주고, 독자들에게 이성적으로 이런 문제점들을 인식하게 한다. "인간"과 "환경"을 외면하고, 오로지 "이윤"만을 위해 모든 것을 희생시키는 비윤리적인 기업 경영들이 초래한 결과를 이제는 간과해서는 안된다고 말한다. 왜냐하면, 결국 이런 단기적 이익 추구는 복구를 위한 비용을 후 세대에게 전가하는 "약탈적 행위"에 다름없기 때문이다. (이는 현재 대한민국에서 벌어지는 어처구니 없는 원전 찬반 논쟁과도 연결되는 부분이다.)

마지막으로 저자는 여기서 멈추지 않고, 행동으로 나서기를 독자들에게 촉구한다. 특별히 마지막 장에서 지면을 할애하여, 무엇을 실천할 것인가 아젠다를 설정해주고, 그에 따라 구체적인 행동의 강령들을 소개해주고 있다. 독자들로서는 이 부분이 생뚱맞을 수도 있고, 생략해도 될 부분으로 오해하기 쉽지만, 아마도 저자가 가장 힘주어 말하고 싶은 대목이 아니었을까 추측해본다. 그 목록들을 읽어보면 그 이유를 짐작할 수 있는데, 개인이 손쉽게 실천할 수 있는 생활의 지침부터 시작하여, 지역의 공동체와 연대하게 하는 대목들을 거쳐 최종적으로 법과 제도를 준비할 수 있는 정치 행동에 까지 확대하는 대목이 그것이다. 그간 환경 운동가로서 고민하고, 느낀 바를 대단히 상세하게 정리하여 독자들에게 도움을 청하고 있는 셈이다.

4. 아쉬운 부분...

이 책은 학자로서의 면모를 보이기 보다는 대중들의 "각성"을 위한 책에 가깝다. 실제 지면의 할애량도 대부분 사태의 진단과 분석, 그리고 해결책을 내놓는데에 촛점을 맞추고 있다. 허나 개인적으로는 아쉬운 부분은 저자에게 있는 것이 아니라, 이러한 "진단"의 성격에 대하여 존재한다. 얼마전 트럼프 전 대통령은 기후협약에 대한 미국의 책임을 묻는 기자들에게 "기후변화에 대한 객관적 증거는 어디에도 없다"라는 놀라운 지적 수준의 발언을 공공연히 한 살례가 오른다. 비단, 트럼프 뿐만 아니라, 상당수의 기업인들, 그리고 그에 동조하는 많은 관료들의 반박논리에 구체적으로 대응을 못하는 지점은 아직도 기후변화의 분석에 대해 의견이 분분하기 때문이다. 우리의 생태계를 비롯한 기후환경 시스템은 결코 몇 개만의 변수로 파악되는 단순한 시스템이 아니다. 소위 말하는 "복잡계 Complex system"인 것이다. 수많은 요소들이 다양하게 내재되어 있고, 이 요소들의 상호 작용에 의해 총체적으로 결과가 도출되는 시스템이므로 학자들이 분석하는데 그동안 굉장히 난점을 토로해왔다. 다행히도 최근의 AI나 컴퓨터 시뮬레이션의 발달로 이러한 복잡계 분석에 대해 조금씩 진전을 보이고 있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머지 않아 몇몇 어리석은 사람들의 무지함을 대중들에게 낯낯히 밝히는 시점이 오리라는 희망을 가져본다.  
5. 나오며...

다시 파브르 곤충기로 돌아와 추억에 빠져본다. 난 운이 좋게도, 시골에서 반딧불을 우연히 목격하는 기억이 있었다. 그 어두컴컴한 어두움에서 신비로운 반딧불의 아른거림에 대한 추억은 세월이 많이 지난 지금도 강렬하게 남아있다. 그 자연의 순수함과 경외감은 서울 하늘을 찌르고 있는 마천루의 "강요된" 위대함과는 비교도 할 수 없는 진정한 위대함이다. 단순히 진화의 결과와 생화학적 반응의 현상 이상의 소중함으로 인생의 기억을 만들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경험을 그야말로 "사전"이나 매체에서 "박제"된 상태로 후대에 남기고 싶지 않다. 그들 또한 자연의 신비함과 매력을 느낄 권리가 있다. 더 이상 그들에게 메마른 절망의 환경을 남기는 우를 범하지 않기 위해 저자의 설득에 같이 동참하기를 바란다. 

#침묵의지구 #까치글방 #데이브굴손 #책스타그램 #환경 #곤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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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엌은 소행성이다 - 세계의 부엌 탐험
오카네야 미사토 지음, 김은진 옮김 / 나나문고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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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TMAN의 북 리뷰 시리즈 01-26 : 부엌은 소행성이다, 오카네야 미사토 저, 2022


* 본 리뷰에 들어가기 앞서, 이 글은 서평단으로서 개인의 의견임을 밝힙니다... 

#도서협찬

1. 들어가며...

지금이야 참 떠올리기 싫은 기억이지만, 젊었을 시절 대한민국의 남아로서 군복무를 할 때였다. 아무리 입어도 춥고, 아무리 먹어도 배고프다고 느끼는 그 시절, 우리 부대의 동료들하고 식사를 같이하면서 "뭐를 가장 먹고 싶나"라는 주제로 한참 대화를 나누었던 기억이 있다. 원하는 음식을 자기 입맛대로 먹을 수는 없는 환경이니, 당연히 여러가지 음식이 거론되고, 대화가 한창 불붙을 무렵 의외의 메뉴가 하나 나오면서, 그 대화가 잠시 정적을 흘렀다. 그 메뉴는 다름아닌 "계란 후라이" 였다! 

군대와 같은 단체 급식에서 의외로 계란 후라이라는 메뉴는 좀처럼 구경하기 힘든 음식이다. 가정식처럼  소규모로 조리를 하는 것이 아니니, 밥도 어마어마한 양으로 쪄야되고, 각종 반찬은 밑반찬과 같이 가공식품이 아닌 이상, 조리환경의 한계때문에 (또는 전투중 보급의 문제를 상정하여) 계란 후라이와 같이 일일히 하나씩 손으로 해야만 하는 보잘 것없는 메뉴가 오히려 군대급식에서는 희귀한 메뉴가 된 사연인 것이다. 때문에 집에서나 볼 수 있는 그 흔한 계란 후라이가 소위 "소울 푸드"의 위치에 놓이게 되는 놀라운 경험을 체험한 기억이 새록새록 난다.

이처럼, 우리 모두에게는 "소울 푸드" 또는 "가정식"에 대한 기억이 다 있다. 집집마다 어머니나 아내의 손맛이 그득한 음식들을 몇가지 가슴속에 안고 산다. 그리고 낯선 환경이나 심리적인 방황이 있을 시, 이러한 기억들이 "강제 소환"당하는 경험들이 다들 있을 것이다. (이를 아예 대놓고 표방하는 티비 프로그램도 있을 정도니 말이다.)

2. 저자의 의도...


본 저서의 저자는 일본 국적으로 이공계 출신이지만, 요리에 대한 열정으로 진로를 바꾼 다소 특이한 경력을 가진 작가이자 요리 비평가이다. 그 중에서도 전 세계의 "부엌탐험"을 표방하여, 여러 나라에 걸쳐 "가정식"을 탐방하고, 취재하며, 이를 일본의 미디어에서 소개하는 활동을 이어온 바 있다. 여기서 한 가지 주목할 점은 미슐랭이나, 기타 공신력있는 요리에 대한 기준을 제시하는게 아니라, 오로지 직접 경험하고, 취재하고, 같이 공유한 기억에 의존하여 그 나라의 가정식으로부터 문화, 사회의 이야기까지 간접적으로 소개하는 일에 앞장 선다는 것이다. 본 저서에서도 그렇게 휘화찬란한 요리가 아닌 "소울 푸드"에 더 열광하고, 기꺼이 그 부엌의 주인들과 교감하며, 매력적인 사진들과 함께 일본인 그 특유의 "일상의 소소함에서 우러나오는 아름다움"을 우리에게 소개하고 있다.   

3. 인상적인 부분...


이 책에서 소개하는 각 국의 가정들에서 만들어지는 음식들은 일단 "정겹다". 화려한 수사도 없고, 담담하고 소박하게 저자는 소개하지만 그 음식들에 대한 애정은 충분히 느껴질 문장들로 가득차 있다. 저 멀리 이역만리에 떨어진, 생판 모르는 남의 집의 부엌에서도 같은 여성들 특유의 동질감으로 공감하며, 같이 요리를 만들기도 하고, 정겨운 이웃들과의 일화도 찬찬히 적어나가고 있다. 때로는 첩첩산중에서 오로지 자연식만 상상했던 태국의 어느 집에서 "미원"을 발견하기도 하고, 보기에는 못생겼고, 투박하지만 그 어느 만찬에서도 느끼지 못하는 "엄마의 손길"을 연상케 하는 에피소드 등, 때로는 웃음을 유발하며 때로는 진지하게 자신이 경험한 "집밥"들을 우리 앞에 내놓는다.

또한 각 가정에서의 평범한 요리 중에서도 그 나라 사람들만이 느끼는 자신들의 소울 푸드나 지역 특색이 살아있는 식재료로 만들어진 메뉴를 반드시 한 가지씩 선정하여 매번 여정의 대미로 소개하는 부분이 기억에 남는다. 평소 요리에 관심이 많던 나로써도 한두번 본 메뉴도 있지만, 전혀 생소한 메뉴도 많았으며, 그 요리에 대한 이질감보다는 정감이 가도록 사진과 간단한 레시피와 함께 친절하게 우리에게 소개한다. 그러면서도 한가지 특이한 것은, 너무 생소한 메뉴를 소개하여 우리가 접하기 힘든 것들보다는, 얼마든지 재현 가능한 메뉴를 주로 다룸으로써, 이 책을 읽는 독자들도 관심을 가지면 저자의 경험을 겪을 수 있도록 한 배려가 눈에 띈다. (실제로 나 역시 저자가 소개한 불가리아의 "루테닛사"의 매력에 빠져들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너무 과하지도 않고, 그렇다고 너무 간략하지도 않은 적절한 사진이 마음에 들었다. 의외로 요즘은 푸드 스타일리스트가 따로 존재할 정도로, 음식을 만드는 것과 음식에 대해 보다 더 꾸미고, 기록을 남기는 것이 다름을 인정하고 있다. 오래된 저자의 경험으로 자신이 가장 말하고 싶은 것들을 사진에 담아, 음식과 주방의 환경, 같이한 이웃들의 모습으로 구성하여 같이 여정을 따라가는 분위기를 충분히 느낄 수 있도록 구성한 점은 매우 훌륭하다.  

4. 아쉬운 부분...

앞서 언급했듯이 참 정겨운 음식들과 행복한 사람들로 가득한 지면에서 우리나라를 볼 수 없어서 아쉬웠다면, 나만의 욕심일까? 꼭 국뽕으로 치부될 만한게 아니라 최근 유럽이나 미국에서 K-푸드가 소개되고 대중화가 비로서 이루어져, 우리 스스로도 놀랄 정도로 보급이 된 건 사실이다. (헝가리에서는 김치 레시피가 매우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는 후알문이다.) 비빔밥이나 불고기는 이미 옛 이야기이고, 거의 실시간으로 우리가 즐기는 메뉴들 중에 상당부분이 타국에서도 화재를 불러모으는 경우는 흔하게 볼 수 있다. 저자도 서문에서 한국의 독자들에게 아쉬움을 표하며, 언젠가 꼭 우리를 방문하고 싶다고도 밝히고 있어서 위안을 삼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자는 "기존의 일본에 알려진 한국음식으로는 우리가 느껴지지 않는다"며 직접 와보고 늘 해왔던 것처럼 가정식을 취재하고 싶다는 날카로운 지적을 하고 있다.)
5. 나오며...

전 세계 어디서나 공통된 점이라면 "밥상"은 행복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 어떤 민족적, 사회적 갈등하에서도 인간은 치열하게 살아왔고, 그 삶의 가운데 핵심에는 "먹고 사는" 문제가 자리잡고 있다. 가족과의 대화, 손님들과의 교제와 기쁨, 국가 정산간의 만찬 등, 인간의 행위양식 중에서 "식사"가 차지하는 그 의미는 절대적이다. 더군다나 "관계의 종말"이라는 극잔적인 표현마져 횡행하는 이 세상에도 따스한 식탁은 우리를 지켜주는 마지막 보루 중 하나이다. 그 집밥의 소중함을 잔잔하게 소개해주는 이 책은 참 사랑스럽고 정겨운 책임에 틀림없다. 이 글을 어서 마치고 나도 여기서 본 레시피를 참고하여 또 하나의 음식을 만들어먹을 즐거운 고민을 떠올리며 저자와의 행복한 동행을 마친다.

#부엍은소행성이다 #나나문고 #오카네야미사토 #가정식 #요리에세이 #채성모의손에잡히는독서

@a_seong_m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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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루얼티프리 - 동물과 지구를 위한 새로운 생활
린다 뉴베리 지음, 송은주 옮김 / 사계절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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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TMAN의 북 리뷰 시리즈 01-25 : 크루얼티 프리, 린다 뉴에리 저, 2022


* 본 리뷰에 들어가기 앞서, 이 글은 서평단으로서 개인의 의견임을 밝힙니다... 

#도서협찬

1. 들어가며...

You wanna know the difference between us and the machines?

We bury our dead...

우리가 저 기계들과 다른 점이 원지 아세요? 우리는 죽은 자를 묻어줘요...

우리에게 SF영화로 잘 알려진 "터미네이터"시리즈 4편의 한 장면이다. 극중에서 등장인물 중 하나인 카일 리스가 인류를 절멸시키려는 냉혹한 기계들과 우리 인간이 다른 점이 뭔지를 한마디로 표현하는 대사이다. 사실 "죽은 자를 묻는 것"은 엄밀히 이야기하면 죽은 자를 위한 행위양식이 아니다. 그것은 오히려 산 자를 위한 "배려"에 가깝다. (물론 위생적인 문제도 있겠지만....) 망자의 최후모습을 여과없이 볼 수 있고, 그 후의 분해과정 또한 그러하다면 아마도 그것을 바라보게 되는 우리들은 대단히 끔찍하거나 감정적으로 동요될 것이다. (망자가 가까운 이라면 더욱 그러할 것이다.) 이처럼 어떤 대상에 주관적 감정과 애도를 담을 수 있는 것은 "인간 종"의 특성이다. 

이러한 종으로서의 특성에 의해 인간은 소위 "생활양식" 또는 "문화"라는 것을 만들어서 영위한다. 예절이나 관습, 전통에는 이러한 우리의 생각이 묻어있고, 그 의미를 우리가 알건 모르건 간에 근근히 내려와 "인간다움"을 규정지어 왔다. 시대의 변화에 따라, 구성원들의 생각에 따라 이는 변화해오기도 하였고, 더 강화되거나 사라지는 면도 있었다. 특히 요 몇년간의 흐름을 보면 "지속가능성"이라는 문구를 자주 접할 수 있었을 것이다. 인간 뿐만 아니라, 우리가 살아갈 지구를 둘러싼 환경에 대해 위기의식을 가진 이들에게서 이 문구가 나오고 있으며, 많은 운동가들에 의해 사회적 이슈로 제기되어 이를 일상생활에서 실천하기 위한 여러 사회적 반응이나 선전들을 만날 수 있다. (예를 들어 ESG 경영이나, 착한 소비 운동 같은 것들 말이다.)

2. 저자의 의도...


저자는 사회운동가이자 작가로서, 그간 동물 복지와 환경보호 운동에 관심을 가지며 다수의 저작을 남긴 작가이다. 본 작의 제목에서도 드러나듯이 "크루얼티 프리 : 동물실험 반대" 운동을 분명히 타이틀로 하여 작가의 신념어린 목소리를 분명히 내고 있다. 앞서 언급했던, "지속가능성"을 위해 주로 추천되는 동물실험반대, 비건(완전채식)주의, 모피반대운동, 동물학대방지, 반려동물에 대한 복지에 대해 상세하게 실천가능한 일이나 지침등을 소개해 주고 있다. (실제로도 작가 본인이 비건임을 고백하고, 특별히 이를 위한 개인적 체험에 상당히 많은 지면을 할애하고 있다. 더 나아가 이를 위한 활동에 참고가 될 단체나 정책들도 포함하여 소개를 하고 있는 저서이다.

3. 인상적인 부분...



먼저 이 책은 저자의 신념과 주장이 선명하여, 일종의 "선언문 Manifesto"에 가깝다. 저자의 동물애호사상과 비건에 대한 신념을 거리낌없이 드러내고 있어서 반대하는 분들에게는 다소 거불할 수도 있을 정도이다. 그러나 이 모든 것들이 지구 환경에 대한 배려와 "인간성 회복"이라는 측면에서 시작되고 있음을 아래의 문장처럼 지적하고, 끊임없이 우리에게 나아갈 바를 설파한다. 설사 저자의 주장에 동조하지 않더라도 그 신념에 찬 부분은 높게살만하다.

우리가 다른 동물보다 우월하다고 생각한다면 자연 세계를 돌볼 책임도 받아들여야 한다.

게다가 그것들에 대한 주장의 설득력에 대해 논쟁을 벌일려고 하지는 않는다. 이는 요즘 일부 목격되는 "강경 비건주의자"들이나 "도덕적 우위를 가장한 반대파들에 대한 감정적 공격"의 오류에 빠지지 않으려는 저자 본인의 신념이 엿보인다. 흔히들 "그린피스"로 대표되는 강경노선 주의자들의 발언들이나 일련의 운동들이, 그 의도는 좋으나 상당수 사회적 논란을 일으켜 불피요한 논쟁을 불러오게 하는 선례를 참고한 것이 아닐까 한다. 결과적으로 저자를 포함한 운동가들의 최종목표는 "사회적 담론을 통한 합의 도출"이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저열한 "과격노선"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 책에서 가장 돋보이는 부분은 실천 사례와 강령에 있다. 심정적으로 저자의 주장에 동조하여 실천에 옮기고자 하는 독자들에게 일상 생활의 아주 세세한 부분에서부터 가능한 항목들을 지적하고, 자신이 체험한 경험도 공유함으로써, 보다 더 친숙하게 실천할 수 있도록 하는 배려가 돋보인다. 게다가 반려동물에 대한 "실천계획"을 보면 상당히 공감하는 부분이 존재한다. 최근들어 급속히 시장이 커진 반려동물분야에서 과연 이 항목들을 제데로 돌아보는 반려인들이 많을지 궁금하다. (실제로도 이 정도까지는 아니지만 나 역시 반려견을 고려함에 있어, 비슷한 고민을 하고 포기한 경험이 있다.) 그저 사유품으로, 물건처럼 소유욕에 못이겨 쇼핑하듯이 반려동물을 마련했다가, 대책없이 유기하는 사례가 너무나도 주변에 많이 목격되어 눈쌀을 지푸리는 경우가 많았다. 적어도 말도 못하는 반려동물을 가족으로 들일 때는 정말 "입양"하는 자세와 마음으로 책임감있게 독자들이 고려하기를 바란다.

4. 아쉬운 부분...



이 책은 "선언문"과 일종의 "수기"에 가까운 형식을 띄고 있어서, 저자가 제기한 주제들에 대한 담론들에 대해 깊이있는 논의를 하기에는 적절하지 않아 보인다. 사실 "동물권"이라는 단어 하나에도 당장 수없이 많은 담론이 존재함을 지적하고 싶다. 인간과 동물의 차이점을 오래전부터 지적한 철학의 문제, 권리보장을 위한 정치 행정제도와 법률의 문제, 기존 방식과의 차이로 인한 사회적 비용 증가로 인한 경제적 담론, 등등등... 어느 것 하나만 따로 책으로 출간한다 하더라도 상당한 분량을 가질법한 주제들 아닌가...이런 것들을 이 작은 책 하나에 모두 담기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까우므로 저자는 최대한 담론을 자제한 것으로 추측된다. 때문에 저자의 주장과 다른 독자들은 저자의 주장에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인상을 받을 수도 있으므로 이는 유의해야할 지점이다.

또한 책의 맨 마지막 장에 배치한 "반 비건주의자"들과의 대화를 위한 반론 모음 부분이 아쉽다. 실제적으로 저자의 주장에 힘을 실은 부분이 여기에 대대수가 문답형식으로 소개되고 있는데, 아예 이를 서두로 옮겨 강조를 하는 것이 이후의 이야기를 진행하는데 자연스럽지 않을까 조언을 하고 싶다. 

5. 나오며...

이제 우리는 바야흐로 인권의 해석에 변화를 가져오는 세대이다. 이제껏 정의되왔고, 보장되었던 인권은 "우리 스스로의 신체, 소유물에 대한 직접적인 권리"를 대부분 말해왔다. 사회가 점점 변화하고, 생각이 바뀝에 따라 이제는 "우리 뿐만 아니라 우리를 둘러싼 모든 것들에 대해 우리가 인간적으로 살 수 있는 포괄적인 권리"를 표방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더 이상 잔인하게 도살되는 가축들을 외면하지 않고, 우리를 대신해 생명을 희생당하는 동물실험에 대해 대체할 수단을 강구하며, 동물들이 될 수 있으면 자신들의 환경에 맞게 살아갈 수 있도록 인간이 그들의 환경에 배려하는 모습을 포함하는 일련의 시도들이 제기되고 있다. 과연 이러한 시도들이 성공할지 지켜봐야 할 것이다. 인간은 그동안 관성에 의해 "알파종"으로써의 특권을 너무 당연하게 누려왔던 종이기 때문이다. 또다른 혁명이 될지는 우리의 후대가 평가해 줄것이지만 세상의 변화를 위해 이처럼 신념에 찬 행동을 하는 분들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다.

#크루얼티프리 #사계절 #동물권 #비건 #동물보호 #지속가능한삶 #북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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