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의 지구 - 당신의 눈앞에서 펼쳐지는 가장 작은 종말들
데이브 굴슨 지음, 이한음 옮김 / 까치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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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TMAN의 북 리뷰 시리즈 01-27 : 침묵의 지구, 데이브 굴슨 저, 2022


* 본 리뷰에 들어가기 앞서, 이 글은 서평단으로서 개인의 의견임을 밝힙니다... 

#도서협찬

1. 들어가며...

혹시 당신은 어릴 적 "파브르 곤충기"를 읽은 적이 있는가? 지금이야 영상매체가 더 와닿는 세대이고, 각종 다큐멘터리를 쉽게 찾아볼 수 있는 환경이지만, 내가 기억하는 유년 시절은 그런 세례를 받지 못한 세대였다. 대신에 "소년문고"로 대표되는 어린이 서적들이 있었고, 그 시리즈의 목록에는 당당히 파브르 곤충기가 자리잡고 있었다. 아름답고 신기한 작은 "곤충친구"들에 대한 이야기로 가득차 있고, 마치 동화처럼 그림을 접하면서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곤충들부터 시작하여 때때로 시골에서 접하는 곤충에게 호감을 가지고, 관찰하며 즐거이 보냈던 기억은 지금도 소중히 여긴다. (또한 자연과 가까이 하는 계기이기도 했다.)

그런데 어느덧, 점점 우리 주변에서 곤충들을 볼 기회가 잘 없는 것 같다. 물론 영상이나 매체에서 접하는 곤충들의 모습은 보다 더 생생히 큰 화면으로 볼 지언정, 정말 살아숨쉬는 것들의 움직임을 말이다. 봄이면 꽃봉우리 사이에서 붕붕대며 분주하던 벌들, 여름이면 우렁차게 짖어대는 매미들, 가을이면 잔잔한 물가에 살짝 꼬리를 내리며 춤추듯 활강하는 잠자리들, 겨울이면 숨어버리는 애벌레들... 생명의 신비와 소중함을 체험하는데 곤충의 모습과 관찰들이 어느새인가 실종된 느낌이다. 비단 나의 무관심때문인가...라는 질문은 이제 현실로 깨닫게 되어 마음이 무겁다. 그것은 많은 저서들에서 경고하듯이, 현재 "여섯번째 대멸종"으로 대표되는 곤충 개체수 급감이 주원인이었다는 사실에 우려를 금할 수 없었다. 웬지 내 지난 날의 추억을 상실하고 덩그러니 남겨진 삭막한 주변을 발견하는듯한 느낌때문이다.

2. 저자의 의도...


저자는 영국 출신의 생물학 교수로, 곤충의 생태에 대한 다수의 논문을 발표하고 있는 현직 학자이다. 또한 베스트 셀러를 포함한 다수의 저서를 내놓은 환경 운동가이기도 하다. 특히나 전작 "사라진 뒤영벌을 찾아서"는 관련 학계 뿐만 아니라 대중적으로도 널리 알려진 바 있다. 이번 저서는 앞서 발간한 일련의 곤충 생태와 관찰보다는, 현재 곤충들의 위기와 기후변화에 대한 경고에 대부분의 지면을 할애한 작품이다. 학자로서 곤충 감소의 현상과 진단, 원인을 먼저 분석하고, 그 심각성을 우리가 깨닫고 무엇을 할 수 있을지를 끝으로 무거운 이야기를 마치고 있다. 다만 절망으로 치닿는 묵시록의 느낌으로 독자들을 짓누르지 않고, 우리의 행동을 약속하고자 하는 "희망"의 느낌으로 저술하여 독자들을 이끌어 간다. 

3. 인상적인 부분...

앞서 언급한 저자의 베스트 셀러는 각종 매체에서 언급되는 것으로 간접적으로나마 접하였고, 이 저서가 저자와 나의 첫만남이다. 저자에 대한 사전 배경으로 짐작하여 다소 딱딱한 문체와 특유의 "이과적" 느낌으로 다가올 것이라는 나의 선입견과 달리, 이 책은 대단히 가독성이 좋은 잘 정련된 문체를 보여준다. 마치 흥미진진한 소설을 읽는 듯한 흐름은 기존에 받았던 저자로서의 명성을 납득하게 하는 대목이었다. 읽다보면 이야기에 집중하세 되는 문장을 가진 좋은 저자임에 틀림없다. (그와 더불어 그 매력을 살려서 번역도 매끄럽게 된 점도 칭찬을 아끼고 싶지 않다.)

또한 곤충 감소의 원인으로 산업적 윤리 측면에서 기업들에게 매서운 질타를 보여주고 있다. 운동가로서의 감정에 호소하는 대목이 아니라, 학자로서 각종 도표와 수치, 그리고 사례들을 나열하며 다국적 기업들의 그간 환경에 대한 인식을 냉정하게 보여주고, 독자들에게 이성적으로 이런 문제점들을 인식하게 한다. "인간"과 "환경"을 외면하고, 오로지 "이윤"만을 위해 모든 것을 희생시키는 비윤리적인 기업 경영들이 초래한 결과를 이제는 간과해서는 안된다고 말한다. 왜냐하면, 결국 이런 단기적 이익 추구는 복구를 위한 비용을 후 세대에게 전가하는 "약탈적 행위"에 다름없기 때문이다. (이는 현재 대한민국에서 벌어지는 어처구니 없는 원전 찬반 논쟁과도 연결되는 부분이다.)

마지막으로 저자는 여기서 멈추지 않고, 행동으로 나서기를 독자들에게 촉구한다. 특별히 마지막 장에서 지면을 할애하여, 무엇을 실천할 것인가 아젠다를 설정해주고, 그에 따라 구체적인 행동의 강령들을 소개해주고 있다. 독자들로서는 이 부분이 생뚱맞을 수도 있고, 생략해도 될 부분으로 오해하기 쉽지만, 아마도 저자가 가장 힘주어 말하고 싶은 대목이 아니었을까 추측해본다. 그 목록들을 읽어보면 그 이유를 짐작할 수 있는데, 개인이 손쉽게 실천할 수 있는 생활의 지침부터 시작하여, 지역의 공동체와 연대하게 하는 대목들을 거쳐 최종적으로 법과 제도를 준비할 수 있는 정치 행동에 까지 확대하는 대목이 그것이다. 그간 환경 운동가로서 고민하고, 느낀 바를 대단히 상세하게 정리하여 독자들에게 도움을 청하고 있는 셈이다.

4. 아쉬운 부분...

이 책은 학자로서의 면모를 보이기 보다는 대중들의 "각성"을 위한 책에 가깝다. 실제 지면의 할애량도 대부분 사태의 진단과 분석, 그리고 해결책을 내놓는데에 촛점을 맞추고 있다. 허나 개인적으로는 아쉬운 부분은 저자에게 있는 것이 아니라, 이러한 "진단"의 성격에 대하여 존재한다. 얼마전 트럼프 전 대통령은 기후협약에 대한 미국의 책임을 묻는 기자들에게 "기후변화에 대한 객관적 증거는 어디에도 없다"라는 놀라운 지적 수준의 발언을 공공연히 한 살례가 오른다. 비단, 트럼프 뿐만 아니라, 상당수의 기업인들, 그리고 그에 동조하는 많은 관료들의 반박논리에 구체적으로 대응을 못하는 지점은 아직도 기후변화의 분석에 대해 의견이 분분하기 때문이다. 우리의 생태계를 비롯한 기후환경 시스템은 결코 몇 개만의 변수로 파악되는 단순한 시스템이 아니다. 소위 말하는 "복잡계 Complex system"인 것이다. 수많은 요소들이 다양하게 내재되어 있고, 이 요소들의 상호 작용에 의해 총체적으로 결과가 도출되는 시스템이므로 학자들이 분석하는데 그동안 굉장히 난점을 토로해왔다. 다행히도 최근의 AI나 컴퓨터 시뮬레이션의 발달로 이러한 복잡계 분석에 대해 조금씩 진전을 보이고 있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머지 않아 몇몇 어리석은 사람들의 무지함을 대중들에게 낯낯히 밝히는 시점이 오리라는 희망을 가져본다.  
5. 나오며...

다시 파브르 곤충기로 돌아와 추억에 빠져본다. 난 운이 좋게도, 시골에서 반딧불을 우연히 목격하는 기억이 있었다. 그 어두컴컴한 어두움에서 신비로운 반딧불의 아른거림에 대한 추억은 세월이 많이 지난 지금도 강렬하게 남아있다. 그 자연의 순수함과 경외감은 서울 하늘을 찌르고 있는 마천루의 "강요된" 위대함과는 비교도 할 수 없는 진정한 위대함이다. 단순히 진화의 결과와 생화학적 반응의 현상 이상의 소중함으로 인생의 기억을 만들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경험을 그야말로 "사전"이나 매체에서 "박제"된 상태로 후대에 남기고 싶지 않다. 그들 또한 자연의 신비함과 매력을 느낄 권리가 있다. 더 이상 그들에게 메마른 절망의 환경을 남기는 우를 범하지 않기 위해 저자의 설득에 같이 동참하기를 바란다. 

#침묵의지구 #까치글방 #데이브굴손 #책스타그램 #환경 #곤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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