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점의 시대 - 지성과 문화가 피어난 곳, 그 역사를 읽다
강성호 지음 / 나무연필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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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TMAN의 북 리뷰 시리즈 01-34 : 서점의 시대, 강성호 저, 2022


* 본 리뷰에 들어가기 앞서, 이 글은 서평단으로서 개인의 의견임을 밝힙니다...

#도서협찬

1. 들어가며...

A : 내일, 어디서 만날까?

B : 광화문 교보에서 12시에 보지, 뭐...

A : 응, 내일 그 시간에 봐...

지금도 어디에선가 들릴법한, 만날 약속을 정하는 흔한 대화이다. 우리가 시내에서 친구와의 약속이나 데이트를 위해서 상대방을 만날 약속을 하면 보통 "랜드마크"를 지정해서 특정 시각에 만나기 마련이다. 그리고 이 랜드마크라는 것이 시대에 따라 변화해 왔다는 것을 어렵지 않게 느낄 수 있다. 조선 시대라면 어느 정자나 연못가를 택할 것이고, 근대 개화기라면 기차이나 백화점을 택할 것이며, 지금이라면 지하철역이나 잘 알려진 건물이 선택될 것이다. 

그런데 시대에 관계없이 빈번하게 선택되는 곳이 하나 떠오른다. 그곳은 다름아닌 "서점"이다. 서울 사대문 안이라면 교보문고나 종로서적을 떠올릴 것이고, 각 지방의 중심가 근처에는 항상 그 지역을 상징하는 서점이 하나씩 존재하여 그 역활을 하고 있다. 실제로도 이런 서점들 앞에 가보면 많은 인파가 있고, 누군가를 기다리는 얼굴들을 쉽게 볼 수 있다. 과거에도 그렇고, 현재에도 그러하며, 후에도 그러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하지만 잠깐만 생각해보면 그 이유가 궁금해지기 마련이다. 왜일까....개인적으로 그 이유는 "종이냄새"로 대표되는 아날로그적 향수가 남아있는 장소라 생각한다. 물론 상대가 늦거나 해도 책을 보면서 기다릴수도 있고, 대부분의 랜드마크 역활을 하는 서점들은 사통팔달로 교통의 요지에 위치한다는 장점때문이기도 하겠지만, 책으로 대표되는 문화의 위력은 여전히 사람들의 가슴에 남아있는 "무언가"를 자극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것은 감수성에 대한 회귀적 연민이라고 나는 주장한다. 인간이라면 영원한 이 감수성은 우리가 왜 인간임을 보여주는 마지막 보루라고 믿는 것 중 하나이다.

2. 저자의 의도...


필자는 역사에 관한 관심을 두는 작가이자, 독립 서점을 운영한 바 있는 이색적인 경력을 가지고 있다. 책에서도 언급하듯이 "서점"에 대한 사랑이 각별하고, 고서적을 다루는 외국의 서점들이나 문화가 어우러지는 공간으로서의 서점에 대해 꿈꾸는 사람이다. 또한 디아스포라, 지역문화에 얽혀진 작은 역사를 통해 거대한 역사적 담론을 이야기하는 "사민주의"에 가까운 태도를 취하고 있다. 최근 "미나리", "파친코"로 대변되는 코리안 디아스포라에 대한 전세계적인 관심을 보이는 가운데 이 책 또한 묘하게 그 지점과 맞닿아 있는 부분이 존재한다. 늘 동아시아의 변방인 역사로 묻혀있고, 상대적으로 강대국인 중국과 일본에 가려 제대로 발견되지 못한 내러티브가 영화나 기타 매체를 통해 주목을 받기 시작하고, 그 질곡의 끈질긴 역사를 다시한번 재조명하고 있다. 이 책은 표면적으로 "서점"에 대한 이야기지만, 그 이면에는 서점을 둘러싼 대중들의 생활사, 문화사가 고대로 녹아있는 일종의 소소한 지표와 같은 역사책이다. 더군다나 이제껏 아무도 주목하지 않은, 어쩌면 잊혀질법한 작은 이야기로부터 우리 근대사의 이면을 잡아낸 최초의 시도이며 앞으로도 보강되서 다뤄져야 할 우리의 소중한 이야기임에 틀림없다. (책에서도 필자가 사료나 고증의 어려움을 끊임없이 토로하고 있다.)
3. 인상적인 부분...


먼저 필자의 참신한 시도에 격려를 아끼고 싶지 않다. 근엄하고, 거대한 담론을, 멋드러지게 다루는데만 급급한 기존의 역사학자들과 달리, 우리 주변에서 쉽게 접할 수 있고, 누구나가 기억을 공유하고 있으며, 때로는 잊어져 버릴수도 있는 "서점"에 대한 의의와 역사를 고증하여 신선함을 주는 동시에 폭넓은 공감대를 형성하는데 촛점을 맞추고 있다. 돈이 없어 가판대에 서서 책을 읽다가 주인에게 핀잔만 듣는다든지, 호감가는 이에게 나의 감정을 전달하기 위해 고르고 골라 좋은 시집을 꾹꾹담아 선물하는 감정을 가진 이들이라면 이 이야기를 자신의 그것으로 감정이입하기 쉬우며, 그것이 거대한 시대의 흐름과 곁코 떨어진 이야기가 아님을 자연스레 느낄 수 있다는 점에서 아주 좋은 기획이라고 평하고 싶다.

또한 지금은 사라진 조선 시대의 고서적이라든지, 개화기 신문물의 최첨단에 선 서점들의 역활, 또한 일제강점기의 독립운동의 연대에 정점에 섰던 그 역사적 의의같은 살아숨쉬던 현장의 사진들과 이름들을 확인할 수 있어서 또다른 사료로서의 역활을 수행하고 있는 것이 눈에 띈다. 더욱이 현대의 군사독재 시절에도 학생운동과 노동운동의 중심에 섰던 "그날이 오면"과 같은 서점들을 재조명함으로써 점점 극보수화되어가는 젊은 세대들에게 청년 문화의 힘을 유산으로써 전달하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공산주의와 자본주의가 대립하던 시절이 아닌, 미국의 일극체제에 기댄 표류하는 현대사의 모순이 어디로부터 비롯되었는지, 또한 우리가 나아갈 대안이 무엇인지 반대편 의견들을 남기는 시도는 이 책 뿐만 아니라 지속적으로 행해져야할 우리의 의무에 가깝다. (그러나 나는 그 대안으로 기존의 공산주의를 제안하는건 아님을 밝힌다. 다만, 견제없는 자본주의 독주체제는 분명 문제가 있다는 것이 나의 생각이다.)

마지막으로 "협동서점"으로 대표되는 대안서점의 의의와 배경소개에 관심이 갔다. 이미 동네서점의 대부분은 거대한 온라인 서점의 등장으로 고사하였고, 정말 손꼽을만큼만 남아 근근히 유지를 하고 있다. 그러나 생명유지의 힘만 남아있을 뿐, 기존의 문화운동의 최전선에서 그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자신의 모든 것을 불태우고, 그 재에서 다시금 태어나는 피닉스처럼 독립서점들의 등장이 요 몇년간 흥미로웠다. 각 서점마다 주로 취급하는 주제별 분야로 차별화하고, 각종 독서모임이나 문화활동, 콘서트와 어우러지는 이벤트로 다시금 사람들의 발길을 붙잡고 있으며, 이른바 "살롱문화"로 대변되는 과거의 영광을 재현하고자 하는 서점 또한 속속 등장하고 있다. 문화적 다양성의 측면과 젊은 세대의 "힙한" 감성을 연결하기 위한 눈물어린 시도들이 반가우며, 이 또한 영속적으로 다시 사람들을 서점으로 발길을 돌리게 할 수 있을거라 믿는다. 아무리 유투브가 세상 모든 지식 채널을 독점한다 하더라도, "영혼"이라 불리우는 인간적인 감수성은 쉽사리 대체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4. 아쉬운 부분...

책에서도 밝히듯이 본 저서는 이러한 주제의 거의 최초의 시도이다. 따라서 이제껏 정리된 사료도 존재하지 않으며, 기존 사료들도 보존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던 성격이 농후하여 지금껏 미미한 부분만이 남아있다. 따라서 저자는 일일히 취재를 하고, 생존인물들의 인터뷰를 시도하며 그나마 발췌된 자료들만이 이 책에 녹아있는 안타까움이 있다. 특히 개화기 시대의 사료들은 일제강점기의 청산과 6.25 동란으로 인해 많은 부분 소실되었으며, 현대의 독재정권 시절의 사료들은 아직 생존자들이 있으나, 그 필요성을 느끼지 못해 사라져만 가고 있다. 더 시간이 늦어져 이 소중한 기록들이 사라지기 전에 누군가라도 기록을 남겨야 하며, 그런 의미에서 저자의 시도는 박수를 받아야 마땅한 일이다. 향후 더 자료들이 발굴되면, 후속작이나 연작 시리즈가 나와 좀더 다양하고 내면적인 이야기들을 느낄 수 있는 작품들을 기대해 본다.

5. 나오며...

다시 지금으로 와, 문득 전람회의 "기억의 습작(1994)"이라는 추억의 곡을 들어보자. 

많은 날이 지나고 나의 마음 지쳐갈 때, 내마음속으로 ...

쓰러져가는 너의 기억이 다시 찾아와

생각이 나겠지...

너무 커버린 내 미래의 그 꿈들 속으로...

잊혀져 가는 너의 기억이 다시 생각날까.... 

그렇다...우리에게 추억이란 감수성은 위의 가사처럼 "스러져가는 기억에 대한 회고"인 것이다. 비록 그것이 낡고 진부하다 할지라도 우리는 그것에 의존하여 살아간다. 그것이 인간의 숙명이다. 네크워크가 발달하여 전 기구를 뒤덮고, AI가 나타나서 생각하는 우리를 대신한다 하더라도, 인간은 "추억"을 먹고 사는 동물이다. 그리고 그 추억은 "서점"에 아직 존재한다. 이러한 소중한 장소에 대한 의미를 다시금 일깨워 주는 저자의 노력에 치하를 아끼지 않으며, 앞으로도 더 시도를 하여 우리에게 또다른 감흥을 전달해주길 바란다.

 

#서점의시대 #강성호 #나무연필 #서점 #역사 #문화

@woodpencilbook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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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렐라이의 일기
아니타 루스 지음, 심혜경 옮김 / ICBOOKS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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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TMAN의 북 리뷰 시리즈 01-33 : 로렐라이의 일기, 아니타 루스 저, 2022(1925)


* 본 리뷰에 들어가기 앞서, 이 글은 서평단으로서 개인의 의견임을 밝힙니다... 

#도서협찬

1. 들어가며...

Some boys kiss me                             어떤 남자들은 내게 키스하고
Some boys hug me                             어떤 남자들은 나를 안아
I think they're OK                               나는 딱히 나쁘진 않아
If they don't give me proper credit 그치만 내게 그럴만한 선물을 안해주면,
I just walk away                                 난 그저 떠나 버릴 뿐이야

...

'Cause we are living                         왜냐면 우린 물질만능주의 
in a material world                          세상에 살고 있거든.

And I am a material girl                 그리고 난 속물여자야.
You know that we are living          너도 알잖아, 우리는 물질만능주의

in a material world                          세상에 살고 있어.
And I am a material girl                그리고 난 속물인 여자야.

위 노래를 기억하는가? 1984년 전세계에서 공전의 히트를 기록한 마돈나 Madonna의 "Like a virgin" 앨범의 두번째 힛트싱글이자, 지금까지도 마돈나의 익숙한 이미지 중 큰 반향을 남긴 "Material Girl(속물인 여자)"의 가사 중 일부이다. 이 곡의 뮤직비디오에서는 대놓고 마릴린 몬로 Marilyn monroe의 "신사는 금발을 좋아해" 중 여러 장면을 오마쥬하며 80년대 레이거노믹스로 대표되는 "신자유주의" 세상의 물질만능주의에 대해 찬가 (반어적으로 살짝 경멸의 의미도 담는)를 부르고 있다.

최근까지 여권신장을 넘어서 확장된 페미니즘의 시대르 "미투운동"마져 촉발하며, 전세계를 휘몰아쳤던 2020년대를 사는 우리에게 이 곡이 과연 무슨 의미가 있을까하고 반문하시는 독자들도 있겠지만, 마릴린 몬로가 연기한 "신사는 금발이 좋아해", 마돈나의 "Material Girl"을 찬찬히 들어다보면 결코 그리 가볍게 넘길만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두 작품에서 공히 연기하는 극중 여주인공들은 얼핏보면 "금발미녀 Blonde Girl"로 대표되는 미모와 허영만 가득하고, 내면의 성숙함이 부재한 단순한 캐릭터가 아니다. 시대가 시대이니만큼 남성 중심주의 사회에서 제한적인 역활내지는 외모만을 강요받는 수동적인 역활이지만, 실제로는 남성과 대등한 지적능력과 인격을 갖추고 있음을 은연 내비친다. 허나 자신을 바라보는 남성들은 오로지 금발미녀의 모습만을 원하니, "당신들이 원하는 걸 줄테니 대신 나는 당신 남성들의 지갑을 노리겠어!"라는 도피구를 만들어 당당히 비웃는 캐릭터로 이해해야 맞을 것이다. (팜므파탈하고는 또다른 캐릭터이다.) 그리고 한 편의 코메디로 이런 부조리함을 익살스럽게 비판하는 지점이 보인다. 이를 알고 2020년대에 와서 이 작품들을 보면 놀라울 따름이다. 

2. 저자의 의도...


"신사는 금발을 좋아해" 영화의 원작인 본 저서는 작가 아니타 루스가 1925년에 처음 출간한 소설이다. 저자부터가 1912년에 할리우드 최초의 여성 시나리오 작가로 등단한 커리어를 가지고 있고, 1925년에는 첫 번째로 자신의 자전적 행보를 담은 듯한 이 소설을 출간했다. 예상을 깨고 출간하자마자 놀라운 성공을 거두고 그 해의 베스트셀러가 되며, 연극과 영화로까지 제작되어 큰 인기를 누린 바 있다. 본작은 표면적으로는 로맨틱 코메디를 표방하며 당시의 시대상을 희화화한 작품이지만, 저자의 숭은 의도는 시대적 배경과 다른 대담하고 멋진 여성상을 그려내는데 있다. (영화와 소설은 약간 내용의 차이가 있다.) 훗날 기사에 의하면, 1925년 멘켄과 함께 할리우드로 가는 기차 안에서 그가 식당차에 있던 금발의 여자에게 관심을 표명하는 걸 보고 "지적인 신사들은 두뇌를 가진 여성이 아니라 아름다운 여성들에게 빠져드는 경향이 있다"라는 깨닫고 그 일을 계기로 로렐라이의 일기를 쓰게 되었다고 한다. 그리고 제목처럼 이야기는 일기의 형식으로 이야기가 진행되어 간다.

3. 인상적인 부분...

먼저 이 작품은 자전적인 일기의 형식을 취하고 있는 것이 눈에 띈다. 주인공 1인칭의 시점에서 세상을 바라보고, 남성들의 부조리함에 분노하며 독자들에게 감정이입을 시키고 있다. 그러면서도 코메디 특유의 가벼운 터치를 잃지않고 있어, 다소 통속적으로 느껴질법한 작품이기는 하다. 그러나 다른 한 편으로는 "통속적"으로 느낄만큼 서사의 흡인력은 상당하다는 장점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한장 한장을 읽어나감에 있어 속도감이 있으며, 독자들이 친근하게 다가설 수 있는걸 느낄 수 있다.

또한 주인공 로렐라이는 대담하고 자존감이 멋진 여성이지만, 때로는 다이아몬드와 황금을 지나치게 숭배해도 미워할 수 없는 매력적인 캐릭터임에는 분명하다. 다소 이질적으로 느껴질 수 있는 두 요소를 병치하여, 연민이 느껴지면서도 한편으로는 인간적인 부분도 관찰할 수 있는 지점을 배치하여 지루할 수도 있는 캐릭터에 생동감을 부여한다. 특히 문법 오류와 철자가 엉망인 것으로도 표현을 함으로써 의도적으로 지적인 이미지를 강요받은 여성의 눈물겨운 노력을 희화화하며 간접적으로 상황을 그렇게 조성하는 남성 중심의 사회를 비판하고 있는 면마져 느껴진다. 

마지막으로 본작은 영화의 유명세에도 불구하고, 현재까지 국내에 한번도 정식번역되어 출간된 적이 없는 작품이라는 이색적인 이력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사실 이 작품과 영화 "신사는 금발을 좋아해"는 뗄레야 뗄 수 없는 관계이고, 소설의 캐릭터를 살아숨쉬게 만드는 마릴린 몬로의 연기가 일품인 유명 고전 영화치고는 단 한번도 국내에 소개된 적이 없다는 것이 놀라울 따름이었다. 따라서 본 저서에는 원작의 원문을 그대로 뒤에 합본으로 실어, 원문에서의 느낌에 대해 궁금해하는 독자를 위한 배려가 돋보인다. (혹은 후에 더 나은 의역이나 해석을 위한 포석을 염두에 두고 만든 기획일 수도 있다.) 

4. 아쉬운 부분...

다분히 통속적인 로맨틱 코메디를 지향하는 작품이고, 게다가 약간의 사회비판적인 메시지도 곁들인 전형적인 헐리우드식 각본에 가까운 작품이지만, 워낙 캐릭터가 유명하여 진부함을 느끼는 부분은 없다. (오히려 이 작품이 무수히 많은 로맨틱 코메디의 원류 격에 가까운 고전이므로..) 다만 나 정도의 세대는 이 영화를 스크린이나 티비에서 볼 기회가 있었던 세대이고, 소설과 비교하여 보다 더 풍부하게 작품을 이해할 수 있는 경험을 지니고 있지만, 최근 세대나 연령이 어린 독자들은 지면으로만 접하는 작품이어서 그 감동이 다소 반감할 여지도 분명 존재한다. 그러나 OTT나 유투브에서 조금만 검색을 해보면 워낙 관련 영상들이나 메이킹 필름들이 나와있어서 작품의 이해를 훨씬 수월하게 할 터이니 참고하길 바란다.

5. 나오며...

다시 마돈나의 물질 찬양가로 돌아가보자. 실제로 가사는 온통 돈과 선물공세에 대한 환심만을 노래하지만 실제로 뮤직비디오에서는 그런 것들을 다 제껴두고 진정 사랑하는 남자와 단촐하게 해피엔딩으로 끝나는 구성을 반어적으로 취하고 있다. 우리가 여성들에게서 기대하는 고정관념이나 하나의 독립된 인격체로서 대하지 않고 성 역활로만으로 대한다면, 반대급부로 여성들은 그렇게 행동할 수 밖에 없지 않을까라는 지점을 날카롭게 지적한다.

이제야 사회 전반적인 분위기가 많이 바뀌어 과거와는 다르게 한 인격체로서 보고자하는 기류가 많아진 것이다. "남자가 왜 그래?" 내지는 "여자라면 이래야지..."라는 구시대적인 발상보다 한 인간으로서 상대방을 대하는 자세가 강조된 현대에서 이 작품은 여전히 과거의 시대상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고전으로 의미가 있다고 하겠다. 더욱이 재미면에서도 지금 관객들에게도 흥미가 있는 작품이라고 개인적으로 생각한다. 흥겨운 크리스마스가 곧 다가오고, 로맨틱한 시즌의 분위기에 잘 어울리는 한 편의 코메디 영화로도 손색이 없다는 추천을 하며 이 글을 마친다.


#로렐라이의일기 #신사는금발을좋아해 #아니타루스 #ICBOOKS #유심건작가와함께하는서평이벤트 #책스타그램

@miracle_yu-s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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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은 협력한다
디르크 브로크만 지음, 강민경 옮김 / 알레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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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TMAN의 북 리뷰 시리즈 01-32 : 자연은 협력한다, 디르크 브로크만 저, 2022


* 본 리뷰에 들어가기 앞서, 이 글은 서평단으로서 개인의 의견임을 밝힙니다... 

#도서협찬

1. 들어가며...



뉴스앵커 : 믿기 힘든 일이지만, 역사상 가장 큰 주가폭락이 일어났습니다!

2008년 9월, 전세계 뉴스의 일면 시작은 이 멘트로 시작했다. 그 악명높은 "2008 금융위기 (소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의 시작을 알린 뉴스였던 것이다. 우리는 똑똑히 기억한다. 그 전후로 무슨 일이 있어났는지를... 은행권들의 무제한에 가까운 마구잡이식 대출로 인해 미국 부동산이 폭등하고, 이 부동산 가치를 담보로 발행한 파생상품(CDO)으로 전대미문의 수익을 가져가던 월스트리트 굴지의 투자은행, 리먼 브라더스가 파산함으로써 이 광란의 잔치의 끝을 알렸다는 것을 말이다. 이후 아시다시피 전세계 최대 보험사인 AIG가 파산하고, 수많은 투자사가 도미노처럼 무너지면서 주식시장은 "역대 최대의 폭락"을 기록하고, 급기야 미국 의회가 나서 구제금융안을 긴급승인하여 미연준이 대규모의 공적자금을 투입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그러고 나서도, 전세계적으로 투자한 금융사들과 주식시장에 신용경색이 오면서 급격히 파장이 번지고, 이후 기나긴 침체의 시작이 한동안 우리를 휩쓸었다. 이 사태로 인류역사상 전무후무한 "양적완화"라는 초강수의 금융정책을 시행해야 했고, 15년이 다된 지금에서도 그 후유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너무나 그 아픈 기억이 선명하고, 대중에게 미친 잔향이 커서 각종 매체에서 수없이 다루었고, 그중 인상에 남은 것이 영화 "빅쇼트 BIg short(2015)"이다. 이 영화는 마이클 버리라는 헤지펀드 매니져의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졌으며, 극중에서 어떻게 이 사람이 20조원이라는 어마어마한 수익을 냈는지에 대해 자세히 나온다. 수학에 입각하여, 챠트나 지표의 숫자 흐름에 파묻혀 사는 다소 괴짜같은 성격의 주인공이 어느날 부동산 담보 대출의 회수율에 관심을 두고, 추이를 파악하며 고심하던 끝에 자신의 모델에 입각하여 현재 활황인 파생상품 시장의 하락에 대해 베팅을 하기 시작하는 장면이 나온다. (이는 당시에 있어서는 상상도 못하던 일이다. 대다수가 부동산 가격상승을 기정 사실화하고 모든 논의를 진행하던 시점이다.) 모두가 주인공을 미친 사람 내지는 얼빠진 바보로 취급하며 비웃을 때, 묵묵히 자신의 계산결과를 믿고 2여년의 시간이 지난 후에 위에 언급한 사태가 터짐으로써 그의 말이 증명되고, 일순간에 월가에서는 "비범한 영웅"으로까지 추앙받는 일까지 벌어지는 한편의 블랙코메디를 펼쳐진다. 영화 내내 감독은 이 전대미문의 사건 속에서 다양한 인간 군상을 보여주며 다시 한번 우리에게 금융자본의 탐욕에 대해 상기시키기도 했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감독의 의도와 상관없이 영화를 보는내내 주인공처럼 기회를 잡지 못한 자신의 처지를 안타까워하는 기현상이 벌어진다. 다시말해 왜 나는 주인공처럼 똑같이 "예측"을 하지 못했냐는 것이다. 그 비밀은 다름아닌 "복잡계 Complex system"에 대한 이해에 있다.  

2. 저자의 의도...



앞서 말한대로 이 책 "자연은 협력한다"는 복잡계 과학의 이해와 현주소를 소개하는 책이다. 이 책의 저자는 이론물리학자이지만 생물학 연구소와 질병연구소의 교수로 재직하고 있는 일반적으로 보기에는 다소 특이한 경력의 현직 학자이다. 그러나 책중에서 필자가 직접 고백하듯이 복잡계 과학 분야의 특성을 생각한다면 이는 놀라울 일도 아니다. 자연 현상의 작동 방식과 원리는 생물학을 비롯하여, 입자물리, 심지어 사회 현상에서의 그것과도 놀랍도록 일치하기 때문이다.

스티븐 호킹 : 향후 10년은 복잡계 과학이 지배할 것이다...

비단 위의 故 스티븐 호킹의 말을 차치하더라도 현재 과학 분야의 거대한 신조류 중 하나인 이 복잡계 분야를 진단하고 아직 이 분야에 생소한 일반 대중들한테 최대한 쉽게 소개를 하고 있다. 아울러 과학분야에만 한정된 것이 아니라, 사회현상, 정치, 미디어의 변화를 아우르는 정말 방대한 담론에 대해 흥미진진하게 다루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어쩌면 그렇게 호들갑을 떠는 AI분야보다 훨씬 더 파급력이 큰 분야라고 생각한다.)  

3. 인상적인 부분...


일단 이 책을 읽으면 저자의 인문학적 소양에 놀라게 된다. (저자 본인도 그렇게 주장한다.) 진정한 학문은 과학과 인문학을 구별하는 것이 아니라, 현상 그 자체의 논리와 본질을 파악하는 것이지, 그 접근법이 다른것이 아니라는 필자의 주장은 나의 개인적 소신과도 정확히 일치하는 지점이다. 우리가 소위 "문송" 내지는 "공돌이"라고 한쪽 분야에 치우친 사람들을 폄하하는 단어들이 있는데, 이것만큼 무지의 산물이 없다. 과거 플라톤이나 다빈치와 같은 위대한 학자들은 자신의 전공에 입각하여 세상을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지혜로 무엇을 바라볼 지를 결정할 뿐, 특정 학문의 우위나 우선순위가 있지 않다. 최근에 자주 들리는 "통섭적"인 자세가 바로 이를 지칭하는 말이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 한국도 "정약용"이라는 위대한 인물을 보유하고 있다.) 나도 자연과학을 전공하였지만, 해가 갈수록 사회과학과 자연과학의 차이점을 거의 느끼지 못하고 있다. 다만 그것이 객관적으로 현실화되고, 얼마나 효용가치가 있느냐의 차이만 존재할 뿐이다.

또한 이 책에서는 자연 과학의 소개에 있어 필연적으로 나올 수 밖에 없는 "수식"의 난해함을 완전히 배제한 것이 인상적이다. 마치 니체의 그 특유의 레토릭을 일반인이 따라가지 못해 포기하는 것처럼, 자연 과학에 있어 수학은 그 "언어"에 해당되므로 이를 배제한다는 것은 상당부분을 포기한다는 말과 동의어가 되기 쉽다. 그러나 저자가 언급하듯이 이 책은 기초학생들과 일반인을 상대로 한 강연을 정리한 내용이어서, 매우 쉽고 직관적이며 흥미진진하다. 문장의 진행도 매우 유려하여 책을 읽으며 실제로 저자의 전공이 의심될 정도로 가독성이 높다. (근 5년내에 접해본 자연 과학 서적 중에 이정도의 완성도를 보이는 저자은 없었다고 감히 말하고 싶을 정도이다.)

마지막으로 대중들의 이해를 돕기 위한 도표나 그림들에 있어서 아주 세심한 배려와 적절함에 감탄을 금할 수 없었다. 마치 자기 아이가 그린 것처럼 조악해 보일수도 있는 스케치에 가까운 그림들이지만, 조금만 유심히 관찰해보면 저자가 설명하려는 대목의 본질이 정확히 직관적으로 한눈에 드러나는 그림들만을 선택적으로 사용하여 마치 소설책이나 그림동화를 보는듯한 인상을 일부러 주고 있다고 느껴진다. 그럼으로써 대중들이 과학에 가지고 있는 권위의식이나 선입견을 최대한 없애고, 아주 편안하게 저자의 주장을 받아들일 수 있도록 세심한 배려가 돋보인다.

4. 아쉬운 부분...

이 책은 너무나 그 목적에 완벽할 정도로 잘 쓰여진 책임을 고백한다. 저자의 주장이 뚜렷이 드러나고 독자들에게 쉽게 연상되는 자연 현상들의 사례를 들면서 기초 교양만 가지고도 충분히 납득할 만큼 설득력이 뛰어나다. 다만 소개서에 가까운 만큼 그 분량은 적절히 조절해야 했음을 짐작케한다. 사실 개인적으로 이 책에서 가장 흥미로웠던 부분은 사회과학, 즉 사회현상에 대한 복잡계 과학의 탁월한 해석이다. 기대 이상으로 날카롭게 사례들을 분석해주며, 감탄이 나오는 대목들이 즐비하다. 따라서 후속작으로 완전히 "사회과학" 영역에서의 사례들로만으로도 저서를 기대해도 좋을만큼 아쉬움이 남는다. 이 아쉬움만 제외한다면 이 책은 과학에 관심을 가진 독자들이나, 사회과학에서의 객관성 결여에 목이 마른 독자들에게 매우 좋은 입문서이며 필독서이다.

5. 나오며...

제목처럼 모든 자연 현상은 결코 "단독"으로 벌어지는 법이 없다. 이 우주에 존재하는 모든 물질들은 주위와 "상호작용"을 하며 그 존재를 이어가고 있고, 소위 우리가 과학이라고 부르는 학문은 그 관계에 대한 원리를 탐구하는 것이 핵심이다. 그러나 우리 인간의 한계내지는 기술의 한계로 이제껏 그 상호작용을 무시하거나, 극단적으로 단순화시켜 간단하게 이해할 수 밖에 없었다. 그러나 이제는 기술이 성숙하고, 기존 과학에서의 접근법은 그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이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인간의 노력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고, 그 핵심에는 "복잡계 과학"이 있다고 확신한다. 이처럼 우리의 인식의 지평을 극적으로 넓히는 이 소리없는 "혁명"이 반드시 대중들에게 인식되기를 바란다. 그 영혼없는 "통섭적 인재"라는 단어로 대변되는 의례적인 변화의 지칭이 아닌, "산업혁명"에 비견되는 "인지혁명"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개인적으로 확신한다. 그 미래의 충격을 독자들이 어서 받아들였으면 좋겠다.  


#자연은협력한다 #디르크보로크만 #알레 #교양과학 #복잡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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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기 전쟁 - 전 세계에 드리운 대기오염의 절박한 현실
베스 가디너 지음, 성원 옮김 / 해나무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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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TMAN의 북 리뷰 시리즈 01-31 : 공기 전쟁, 베스 가디너 저, 2022


* 본 리뷰에 들어가기 앞서, 이 글은 서평단으로서 개인의 의견임을 밝힙니다... 

#도서협찬

1. 들어가며...

Look at me,                                               나를 봐요

I'm as helpless as a kitten up a tree   나무 위 고양이처럼 난 어찌해야 하나요
And I feel like I'm clingin' to a cloud  구름 위에 떠있는 기분이에요
I can't understand                                   난 이해할 수 없지만
I get misty just holding your hand     당신이 손을 잡아주면 눈앞이 흐려져요.

Walk my way                                              길을 걷다가
And a thousand violins begin to play    수천 개의 바이올린 소리가 들리고
Or it might be the sound of your hello   아니면 당신이 건네는 인사가
That music I hear                                       음악소리로 들리나 보네요
I get misty whenever you're near          당신이 다가올때면 눈앞이 흐려져요

이 곡은 엘라 피츠제랄드 Ella Fitzgerald의 너무나도 잘 알려진 재즈 명곡 "Misty(1954)"의 가사 중 일부이다. 이 노래에서 어느 남자에게 마음을 빼앗긴 여인의 두근거리는 연정과 설레임, 흥분의 기억을 아련한 "안개(Misty)"에 비유하여 그윽하게 부르는 내용이다. 잔잔한 피아노만의 반주에 맞춰 달콤하며 블루지한 엘라 특유의 보컬로 적막한 안개 속에 피어나는 사랑의 낭만을 느낄 수 있어서 여지껏 수없이 많은 가수들이 불러오고 있다. 잠깐 노래의 가사에서도 볼 수 있듯이, 안개...라는 기후의 한 현상은 인간에게 다양한 감정을 유발하는 소재로 각인되어 있다. 아련함, 로맨틱 또는 우울함, 이별과 같은...

그런데 최근의 뉴스를 보면 (특히 한국의 서울) 그렇지도 않은 듯한 소식이 자주 들려 안타까울 때가 있다. 지금의 펜데믹 이전에 우리가 마스크를 평소에 쓴다는 것은 상상도 못하던 일이었다. 물론 대한민국의 대기의 질이 뚜렷이 좋았다고는 할 수 없지만, 마스크를 써야될 정도로 심각하지는 않았다. 그런데 수년 전부터 "황사", 그것도 "중국발 황사"라는 고유명사화 된 기사가 자주 보이더니, 기상예보에서도 서서히 대기지수를 반드시 언급되는 것이 아닌가. 게다가 일반 시민들도 황사마스크를 착용하는 분들이 종종 보이고, 각종 매체의 여론이 모이는 곳에서는 중국을 비난하는 글마져 목격하면서 실제 대기의 오염에 대해 심각성을 우리에게 피부로 와닿게하는 거의 최초 사례가 아닐까 싶다.

2. 저자의 의도...

이 책은 미국의 환경 저널리스트이자 운동가인 저자가 현재 전세계적으로 이미 현실화된 대기오염의 현장을 고발하고, 그를 둘러싼 각종 담론들을 포착하는 일종의 르포문학에 가까운 책이다. 본 작에서는 다양한 분야의 인물들이 나온다. 기후학자, 정책입안자, 대기오염으로 인한 질병의 피해자, 다국적기업으로 대표되는 기업가들....아마도 이 모든 사회구성원들이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받고 있다는 것을 내포하고, 책의 제목에서 볼 수 있듯이 이를 둘러싼 갈등의 양상이  "전쟁"이라는 섬뜩한 단어를 쓸 수 밖에 없는 절박한 현실임을 반영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실에서는 기후변화와 대기오염의 심각성을 위해 전세계가 채택한 교토의정서 Kyoto protocol의 종료와 더불어 새로이 시작된 파리기후협약 Paris Agreement 이 지지부진해지고, 급기야 미국의 탈퇴로까지 이어지면서 격랑에 휩싸인 바가 엊그제같지 않은가. 이후 미국의 복귀로 이어졌지만, 그 위상은 예전만 하지 못하고 또다시 찬반이 팽팽히 맞서는 양상이다. 이러한 답답한 현실에 마주한 저자의 날카로운 고발이 독자들로 하여금 각성을 하여 여론 형성과 정치적 지향점을 만들어내는 데에 그 의의가 엿보인다.

3. 인상적인 부분...


일단 책은 크게 두 개의 파트로 나누어져 있다. 마치 단테의 "지옥"편과 "천국"편처럼 말이다. 앞부분, "숨을 참고서"는 현재까지 진행되어온 대기오염의 현장과 피해양상을 고발하고, 독자들로 하여금 그것을 목도하게 함으로써 경각심을 다시 한번 불러일으키고, 뒷부분인 "한숨 돌리다"는 이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사람들의 정치적 노력, 기업에 대한 규제 및 변화를 다루며, 변화의 물결을 일으키고 싶은 작은 소망을 담고 있다. 초반부의 고발은 각종 수치와 사례들 (기존 언론들에서 애써 외면하는)을 주로 언급하며, 저널리스트 답게 독자들이 이성적으로 몰입할 수 있도록 하면서, 동시에 피해자들의 사례와 기록들을 반드시 언급하여 감정적으로도 동요할 수 있도록 하는 전략을 취한게 돋보인다.

또한 후반부의 "변화"를 위한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의 좌충우돌 백서를 연상케하는 기록을 남김으로써 위기의 심각성에 비해 저항이 아직도 큰 전세계 사회의 민찾을 가감없이 보여주고 있다. 환경운동가로서의 책임과 그에 반한 한계를 아쉬워하며 실제 정책 입안자들이나 실행자들의 인식이 어느 정도인지를 알리고, 민주주의 사회라면 가능한 시민들의 연대로 정치적 각성을 주목적으로 하는 듯 보인다. 그리고 그 과정이 험난하지만, 불가능은 아니라고 역설하며 충분히 우리가 관심을 가지면 더디지만 해결이 되는 문제라는 것을 설파하고 있다. 비단 저자 뿐만 아니라 "그린피스 Greenpeace"로 대변되는 적극적 운동가들의 대중운동과 맥을 같이 하면서도 개별 독자들에게 집중적으로 설득할 매체로 저술을 택하였다는 생각이 엿보인다. 

4. 아쉬운 부분...


 

난 저자의 의견에 적극적으로 공감하는 독자들 중 하나이다. 그러므로 저자의 주장에 이견이 존재하지 않으며, 논리상 오류나 헛점을 지적하고픈 마음은 없다. (그 정도로 현재 사실상 이 문제는 심각한 수준이다.) 다만 안타까운 지점은 저자에게 있는게 아니라 "우리"에게 있다는 사실이다. 

먼저 파리협약으로 대비되는 규약의 효력에 대한 공방은 서유럽으로 대표되는 "선진국"과 중국을 비롯한 다수의 "개발도상국" 간의 정치적 쟁점으로 치닿는 지점이 존재함을 인정해야만 한다. 이미 산업구조 자체가 완성 단계에 이른 선진국들은 규약에 대해 긍정적이며, 더 나아가 적극적으로 강력한 규제마져 필요하다는 입장의 국가가 다수이다. 그러나 이제 한참 개발을 시작한 개발도상국의 입장에서는 이미 기존의 산업구조는 자신들의 생존 문제와 직결되는 민감한 부분이므로 선진국들이 주도하는 규약에 대해 부정적이거나, 아예 거부하며 거꾸로 기존 선진국들의 책임에 대한 회의론마져 제기하고 있는 상황이다. 쉽게말해 "이제껏 아무 제약없이 마음대로 개발을 누린" 선진국들이 이제서야 부흥을 꿈꾸는 개발도상국에 대한 일방적 차별이라는 지적이다. 이 주장은 역사적으로, 정치적으로도 분명 무시할 수 만은 없는 면이 분명 존재한다.  

또한 미국 트럼프 전 대통령의 파리기후협약 탈퇴로 대변되는 사태의 이면에는 기업, 즉 산업자본들의 환경 규제에 대한 반감과 환경 비용 부담으로 인한 비용상승을 우려하는 자본주의적 관점이 또한 존재한다. 소비자들의 의식 수준이 각국마다 다 다르고, 소비의 능력도 다르므로 각국에 맞춰서 진행하면 되지 않냐는 지적이 존재하는데, 이는 대기오염의 과학적 사실들을 무시하는 발언이다. 현재 대기오염은 전 지구적 현상이며, 어느 한나라 만의 노력으로 개선되지 않기 때문에, 반드시 전지구적인 협약만이 근본적인 문제해결의 시작이기 때문이다. 현재 인플레이션으로 서서히 문제가 발생하는 전세계 경제에, 새로이 등장하는 기후변화에 대한 규제들은 명백히 "악재"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몇 가지 측면만 보더라도 이 문제가 결코 간단한 문제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 것이다. 정치, 경제, 문화 등 사회전반적인 문제들이 맞부딪쳐 생길 수 밖에 없는 현실속에서 실질적으로 실현가능한 규약을 끌어내고, 각 국을 설득하는 작업은 결코 만만치 않은 작업이다. 그러나 과거 프레온 가스 퇴출로 대변되는 성공사례도 분명 존재하므로 희망을 버리기에는 아직 가능성이 열려있다고 보고 있다.

5. 나오며...

다시 엘라의 노래 "Misty"로 돌아가서 생각해보자. 이렇게 낭만적인 가사에 아름다운 곡조의 노래가, 정말 "사랑의 찬미가"로 와닿을 것인가. 아니면 한 치 앞도 안보이는 대도시의 매캐한 공기속에 마스크를 벗으면 당장 기침이 멎지 않는 몇몇 대도시들 (북경, 델리, 울란바토르 같은) 에서 이 노래를 들었을 때, 이 비참한 현실에서 외면바고 모욕으로 까지 간주될 법한 "금지곡"이 될지 그 운명은 오로지 우리에게 달렸다. 이미 과거에 런던 스모그 London Smog로 대변되는 참사도 겪었고, 이를 어떻게 해결해왔는지도 우리는 이미 알고 있다. 다만 이를 전면적으로 시행해야만 하는가에 대한 뒤늦은 의미없는 논의가 지지부진할 뿐이다. 자연의 "보복"이 가시화되면 이미 돌이킬 수 없게 된다. 이 책을 읽는 독자부터 심각성을 인지하고 저자의 의견에 귀를 기울였으면 좋겠다.

#공기전쟁 #베스가디너 #해나무 #대기오염 #파리기후협약 #환경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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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약용 코드
박정현 지음 / 새움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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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TMAN의 북 리뷰 시리즈 01-30 : 정약용 코드, 박정현 저, 2022


* 본 리뷰에 들어가기 앞서, 이 글은 서평단으로서 개인의 의견임을 밝힙니다... 

#도서협찬

1. 들어가며...


정조 : 앎이 통찰이 되고, 통찰이 실천이 되어야 학문의 완성이요...

      제왕의 경연 그 요체는 실천으로 이어지는 학문이 되어야하지 않겠소...?

위 대사는 영화 정조에 관한 영화 "역린(2014)"의 한 장면이다. 영화에서 개혁군주 정조는 자신에게 맞서 사사건건 대립하는 가신들에게 일방적으로 유리한 경연자리에 불편한 참석을 의례상 한다. (통상 경연은 신하들이 왕에게 예법을 전하는 자리이므로). 계속되는 질타와 노골적인 불만 표시에 내심 불편해하던 정조가 말로만 떠들면서 하나같이 위선적인 대신들을 제압하려고, 뜬금없이 중용 23장을 언급하며 아무도 대답을 자신있게 못하자 자신의 충복인 일개 상책에게 일부러 정확한 대답을 유도하며 내뱉는 말이다. 

비단 이 영화뿐만 아니라, 많은 사극들을 보면 "답답한 당쟁"이나 "고리타분한 예법"을 논하는 조선의 정치 상황을 그려내고 있다. 이는 성리학, 더 나아가 유교에 대한 대중들의 부정적 이미지를 그대로 묘사한다. 이 역사적 프레임이 과거 일제시대의 교묘한 "조선의 격하"에 기인한 면이 없잖아 있다 치더라도, 현대 대한민국의 모습과 견주어 너무나도 비실용적인 면이 지적되며, 오로지 정쟁을 위한 정쟁으로 국가를 파탄에 몰아넣은 과오를 많은 이들이 지적해왔다. 또한 조선 말기의 사료들을 살펴보면 설령 그것이 내부 정치체계를 다지는 근본 이유란 점을 인정한다 하더라도, 결국은 시대의 조류에 뒤쳐지게 된 근본요인이 되었다는 것에는 이견이 없으리라고 생각한다. 한마디로 "탁상공론"에 파묻혀 세계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모르고 덤빈 자의 혹독한 최후를 우리는 너무나 명징하게 기억하고 있는 셈이다.

2. 저자의 의도...

근 10여년 간 의외로 우리에게 다산 정약용은 더없이 자주보게 되는 기현상을 목도할 수 있었다. 각종 드라마, 서적, 영화에서 정말 다양한 정약용의 모습을 만나게 되고, 기존의 이미지에 더해저 이전까지 관련 학자들이 아니면 잘 몰랐던 여러 면들이 부각되고, 심지어 정약용 본인의 인간적인 면마져 새롭게 조명되는 그야말로 "스포트라이트"를 한 몸에 받는 귀하신 존재가 되었다. 워낙에 정약용이란 인물이 희대의 천재이자 비운의 학자로, 그야말로 드라마틱한 삶을 살았고, 그 업적 중 정말 방대함을 자랑하는 역작들의 위대함에 새롭게 감흥믈 주며, 소위 "21세기"형 통합인재란 평마져 이끌어 내는 매력적인 면이 가득하니, 많은 이들의 관심이 수긍이 가는 대목이다. (때문에 책의 제목도 "다빈치 코드"에 비견되는 "정약용 코드"이다.)

이 책의 저자 또한 정약용이란 인물이 가진 수많은 매력 중 특별히 "오늘날의 시점"에서 바라보는 인물 정약용의 재해석에 초점을 맞춰 이야기를 풀어낸다. 즉, 과거의 유산을 토대로 정약욕을 평가하는 것이 아닌, 현대 민주주의, 자본주의 사회에서의 시각으로 정약용을 재평가하여 그의 시대정신이 얼마나 혁신적인 것이었는지를 독자들에게 전달하고자 함에 그 주된 의의가 있겠다. 워낙 다방면에 뛰어난 능력과 식견을 보인 정약용의 모든 면을 다루는 것은 지면의 한계가 있고, 이야기의 촛점이 흐려지므로 주된 이야기는 정치, 사상의 분야에 주로 국한하여 이야기를 전개해 나간다.

3. 인상적인 부분...


정약용을 언급함에 있어 임금 "정조"는 일종의 짝패이다. 사료를 살펴보아도 일반적인 군신의 관계를 넘어 "영혼의 동반자"로 불리워도 될만큼, 서로에 대한 신뢰가 깊은 관계였다. 권신들이나 외탁으로 점점 기울어져만 가는 왕권의 약화를 바로잡고 싶어하는 정조와, 무엇보다 "민"을 중요시하는 대의에 죽고 사는 고지식한 천재 정약용은 첫만남부터 시작하여 정조가 의문의 죽음을 당할때까지 줄곧 가장 강력한 연대를 자랑하는 관계임을 책 속에서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다양한 일화와 사료들을 넘나들며 두 사람의 사상이나 정치적 신념이 동반자 수준을 넘어선 "혼연일체"에 가까운 면들을 지적한다. 기존 매체에서 등장하는 내용보다 훨씬 더 직접적으로 강조된 면이 느껴진다. 당연히 두 사람은 "조선의 개혁"에 목숨을 걸었던 동지이고, 비록 둘 다 실패로 끝나는 운명을 맞이하지만 그 정신과 의의는 지금에 와서도 유효하다는 것을 저자는 역설한다.

또한 정약용의 생애 전반에 걸쳐, 연령에 따라 인물의 면모가 어떻게 변화했는지를 잘 설명한 대목이 눈에 띈다. 생애 초기의 천재적인 면모에서, 중반부의 "급진개혁파 관료"로서의 좌충우돌과 여러 번의 사사, 그리고 후반부의 학자로서의 유연함과 그야말로 눈부신 업적의 완성으로 요약하며 전반적으로 그의 드라마틱한 삶을 짚어 나간다. 특히, 급진파로서의 거침없는 언행과 행보, 그리고 그의 반대 급부로 닥친 수많은 탄핵과 사사로 점철된 가시밭길 고행은 때로는 분노를 자아낼만큼 집요하게 그려진다. 왜냐하면, 민중을 위한 대의명분을 명확히 쥐고 있는 정약용에 맞서, 온갖 음해와 비방을 가한 당사자들은 자리보전이나 사리사욕에 치우친 "람관오리"에 가까운 자들로 묘사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소인"들의 행위가 시대를 앞서간 천재를 어떻게 무너뜨렸는가를 자세히 묘사하여 독자들로 하여금 분노의 지점을 제공하고 있다고 느껴진다.

마지막으로 정약용의 현대적 사상가로서의 의미 탐구가 가장 인상적이다. 루소의 "사회계약론"에 버금가는 혁신적인 주장이라든지, 마르크스의 '사회주의적 관점으로의 농업실천"과 같은 대목은 가히 놀랍다. 그 자세한 면면 또한 들여다보면 어쩌면 "왕권신수설"이 당연한 시대에 대역죄로 몰려도 할 말이 없는 "택군"의 정당성을 논하는 지점과 쓸데없고 고지식한 제도를 현실적으로 고치고, 실질적으로 백성들에게 "물질적"으로 풍족을 약속하는 경제 정책에 대해 고민한 흔적들, 그리고 로마와 비교하며 "국부"의 원천인 토지에 대한 선진적인 담론들은 지금 현재 대한민국이 겪는 많은 모순들을 그대로 투영하며 한편으로는 그의 탁월한 식견에 놀라움을 감출 수 없고, 또 한편으로는 시대의 흐름에도 불구하고 개선되지 않는 위정자들의 탐욕에 대한 씁쓸함을 느끼게 하는 대목이다. 

4. 아쉬운 부분...

이 책은 기존의 정약용에 대한 선입견 들 중에 다방면에 천재적인 그의 면모는 간단히 소개하고, 오히려 사상가내지 정치가로서의 면모를 부각시키는데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아마도 현제 대한민국의 많은 문제점과 대비하여 그 문제점을 일찍이 지적하고, 개선점 또한 제시한 그의 천재성을 실시간으로 현대의 독자들에게도 느끼게 하려는 저자의 의도가 크기 때문이리라. 그러다보니, 자칫 잘못하면 이 책은 찬양일색조로 흘러가지 쉬운 구조이며, 실제로도 책의 중반부까지 그런 느낌이 다소 역력하다. 따라서 저자와 다른 정치적 색이나 문제의식을 가지는 독자들에게는 오히려 반감을 살 수 있는 측면이 있다하겠다. 그러나, 개인적으로는 워낙 정약용의 업적이나 식견이 설득력이 있으므로, 이 부분은 다소 누그러든 측면이 있다. 따라서 이 부분은 크게 문제를 삼는 독자는 많지 않으리라 짐작된다.

또한 상대적으로 덜 부각된 분야, 즉 과학, 경제, 예술에 대한 지적 탐구와 전문가에 필적하는 수준의 그의 모습은 다소 아쉬운 측면이 있다. 즉, 이렇게 축약해서 보기에는 너무나 그 업적이 대답하다는 것이다. 실제 사료들을 보면, 과연 이 업적들이 한 사람에세거 나온게 맞을까 싶을 정도로 하나같이 높은 수준을 자랑하며, 그 방대한 스펙트럼에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 지경이다. 마치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현신...이라고 불러도 전혀 손색이 없는 몇 안되는 세계적인 천재임에 틀림없다. 다만, 이 책은 어디까지나 정치체계, 사상적 측면이 주목적이므로 저자의 의도는 수긍이 가는 대목이다.

5. 나오며...

책을 다 읽어감에 있어 무엇보다도 드는 생각은 안타까움과 분노이다. 잠깐만 흝어봐도 인간의 범주를 넘어선 재능의 현신, 게다가 그 정신마져 고결한 이 인물이 그에 걸맞는 활약을 하지 못하고, 결국 일개 학자로, 그것도 당대의 주류에서 환영받지 못한 채 그 시대를 마감했다는 것은 대단히 유감이 아닐 수 없다. 그의 매서운 질타와 끊임없는 호소를 듣고 있자니, 자꾸 돌아가신 고 노무현 대통령이 떠오르는건 나만의 생각일까... 소탈하면서도 혁명가의 기질을 타고난, 그럼에도 그 목적은 국민을 위한다는 측면에서 뚜렷한 도덕적 지향성을 가진 인물이 과연 근래에 누가 또 있었단 말인가... 때문에 더 개인적으로 아쉬움이 더해졌는지도 모른다. 이 글의 제목에서도 밝혔듯이, 나폴레옹은 일찍이 다음과 같이 말했다.

아무리 위대한 천재라도 기회가 없으면 소용이 없다.

이 말이 더없이 와닿는 인물이 바로 정약용이라 생각했다. 너무나 시대를 앞서 생각한 천재이면서도 시대가 이를 품지못해, 이렇게 21세기에 와서 그의 식견을 재조명하는 현실에 답답함을 느껴서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그를 기리는 작업을 계속해야만 한다고 나는 주장한다. 그래야 진정한 천재가 다시 한번 이 땅에 나타났을 때, 그를 알아보고 날개를 달아줄 수 있으모로... 비록 수백년이 흐른 이 시간에도 이렇게나마 그를 기리는 저자의 시도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아울러 부디 또 다시 이런 과오를 우리가 저지르지 않기를 간절히 바란다.

#정약용코드 #박정현 #새움 #다산정약용 #동양철학 #책스타그램

@saeumbook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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