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TMAN의 북 리뷰 시리즈 01-33 : 로렐라이의 일기, 아니타 루스 저, 2022(1925)
* 본 리뷰에 들어가기 앞서, 이 글은 서평단으로서 개인의 의견임을 밝힙니다...
#도서협찬
1. 들어가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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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me boys kiss me 어떤 남자들은 내게 키스하고
Some boys hug me 어떤 남자들은 나를 안아
I think they're OK 나는 딱히 나쁘진 않아
If they don't give me proper credit 그치만 내게 그럴만한 선물을 안해주면,
I just walk away 난 그저 떠나 버릴 뿐이야
...
'Cause we are living 왜냐면 우린 물질만능주의
in a material world 세상에 살고 있거든.
And I am a material girl 그리고 난 속물여자야.
You know that we are living 너도 알잖아, 우리는 물질만능주의
in a material world 세상에 살고 있어.
And I am a material girl 그리고 난 속물인 여자야.
위 노래를 기억하는가? 1984년 전세계에서 공전의 히트를 기록한 마돈나 Madonna의 "Like a virgin" 앨범의 두번째 힛트싱글이자, 지금까지도 마돈나의 익숙한 이미지 중 큰 반향을 남긴 "Material Girl(속물인 여자)"의 가사 중 일부이다. 이 곡의 뮤직비디오에서는 대놓고 마릴린 몬로 Marilyn monroe의 "신사는 금발을 좋아해" 중 여러 장면을 오마쥬하며 80년대 레이거노믹스로 대표되는 "신자유주의" 세상의 물질만능주의에 대해 찬가 (반어적으로 살짝 경멸의 의미도 담는)를 부르고 있다.
최근까지 여권신장을 넘어서 확장된 페미니즘의 시대르 "미투운동"마져 촉발하며, 전세계를 휘몰아쳤던 2020년대를 사는 우리에게 이 곡이 과연 무슨 의미가 있을까하고 반문하시는 독자들도 있겠지만, 마릴린 몬로가 연기한 "신사는 금발이 좋아해", 마돈나의 "Material Girl"을 찬찬히 들어다보면 결코 그리 가볍게 넘길만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두 작품에서 공히 연기하는 극중 여주인공들은 얼핏보면 "금발미녀 Blonde Girl"로 대표되는 미모와 허영만 가득하고, 내면의 성숙함이 부재한 단순한 캐릭터가 아니다. 시대가 시대이니만큼 남성 중심주의 사회에서 제한적인 역활내지는 외모만을 강요받는 수동적인 역활이지만, 실제로는 남성과 대등한 지적능력과 인격을 갖추고 있음을 은연 내비친다. 허나 자신을 바라보는 남성들은 오로지 금발미녀의 모습만을 원하니, "당신들이 원하는 걸 줄테니 대신 나는 당신 남성들의 지갑을 노리겠어!"라는 도피구를 만들어 당당히 비웃는 캐릭터로 이해해야 맞을 것이다. (팜므파탈하고는 또다른 캐릭터이다.) 그리고 한 편의 코메디로 이런 부조리함을 익살스럽게 비판하는 지점이 보인다. 이를 알고 2020년대에 와서 이 작품들을 보면 놀라울 따름이다.
2. 저자의 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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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사는 금발을 좋아해" 영화의 원작인 본 저서는 작가 아니타 루스가 1925년에 처음 출간한 소설이다. 저자부터가 1912년에 할리우드 최초의 여성 시나리오 작가로 등단한 커리어를 가지고 있고, 1925년에는 첫 번째로 자신의 자전적 행보를 담은 듯한 이 소설을 출간했다. 예상을 깨고 출간하자마자 놀라운 성공을 거두고 그 해의 베스트셀러가 되며, 연극과 영화로까지 제작되어 큰 인기를 누린 바 있다. 본작은 표면적으로는 로맨틱 코메디를 표방하며 당시의 시대상을 희화화한 작품이지만, 저자의 숭은 의도는 시대적 배경과 다른 대담하고 멋진 여성상을 그려내는데 있다. (영화와 소설은 약간 내용의 차이가 있다.) 훗날 기사에 의하면, 1925년 멘켄과 함께 할리우드로 가는 기차 안에서 그가 식당차에 있던 금발의 여자에게 관심을 표명하는 걸 보고 "지적인 신사들은 두뇌를 가진 여성이 아니라 아름다운 여성들에게 빠져드는 경향이 있다"라는 깨닫고 그 일을 계기로 로렐라이의 일기를 쓰게 되었다고 한다. 그리고 제목처럼 이야기는 일기의 형식으로 이야기가 진행되어 간다.
3. 인상적인 부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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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이 작품은 자전적인 일기의 형식을 취하고 있는 것이 눈에 띈다. 주인공 1인칭의 시점에서 세상을 바라보고, 남성들의 부조리함에 분노하며 독자들에게 감정이입을 시키고 있다. 그러면서도 코메디 특유의 가벼운 터치를 잃지않고 있어, 다소 통속적으로 느껴질법한 작품이기는 하다. 그러나 다른 한 편으로는 "통속적"으로 느낄만큼 서사의 흡인력은 상당하다는 장점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한장 한장을 읽어나감에 있어 속도감이 있으며, 독자들이 친근하게 다가설 수 있는걸 느낄 수 있다.
또한 주인공 로렐라이는 대담하고 자존감이 멋진 여성이지만, 때로는 다이아몬드와 황금을 지나치게 숭배해도 미워할 수 없는 매력적인 캐릭터임에는 분명하다. 다소 이질적으로 느껴질 수 있는 두 요소를 병치하여, 연민이 느껴지면서도 한편으로는 인간적인 부분도 관찰할 수 있는 지점을 배치하여 지루할 수도 있는 캐릭터에 생동감을 부여한다. 특히 문법 오류와 철자가 엉망인 것으로도 표현을 함으로써 의도적으로 지적인 이미지를 강요받은 여성의 눈물겨운 노력을 희화화하며 간접적으로 상황을 그렇게 조성하는 남성 중심의 사회를 비판하고 있는 면마져 느껴진다.
마지막으로 본작은 영화의 유명세에도 불구하고, 현재까지 국내에 한번도 정식번역되어 출간된 적이 없는 작품이라는 이색적인 이력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사실 이 작품과 영화 "신사는 금발을 좋아해"는 뗄레야 뗄 수 없는 관계이고, 소설의 캐릭터를 살아숨쉬게 만드는 마릴린 몬로의 연기가 일품인 유명 고전 영화치고는 단 한번도 국내에 소개된 적이 없다는 것이 놀라울 따름이었다. 따라서 본 저서에는 원작의 원문을 그대로 뒤에 합본으로 실어, 원문에서의 느낌에 대해 궁금해하는 독자를 위한 배려가 돋보인다. (혹은 후에 더 나은 의역이나 해석을 위한 포석을 염두에 두고 만든 기획일 수도 있다.)
4. 아쉬운 부분...
다분히 통속적인 로맨틱 코메디를 지향하는 작품이고, 게다가 약간의 사회비판적인 메시지도 곁들인 전형적인 헐리우드식 각본에 가까운 작품이지만, 워낙 캐릭터가 유명하여 진부함을 느끼는 부분은 없다. (오히려 이 작품이 무수히 많은 로맨틱 코메디의 원류 격에 가까운 고전이므로..) 다만 나 정도의 세대는 이 영화를 스크린이나 티비에서 볼 기회가 있었던 세대이고, 소설과 비교하여 보다 더 풍부하게 작품을 이해할 수 있는 경험을 지니고 있지만, 최근 세대나 연령이 어린 독자들은 지면으로만 접하는 작품이어서 그 감동이 다소 반감할 여지도 분명 존재한다. 그러나 OTT나 유투브에서 조금만 검색을 해보면 워낙 관련 영상들이나 메이킹 필름들이 나와있어서 작품의 이해를 훨씬 수월하게 할 터이니 참고하길 바란다.
5. 나오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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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마돈나의 물질 찬양가로 돌아가보자. 실제로 가사는 온통 돈과 선물공세에 대한 환심만을 노래하지만 실제로 뮤직비디오에서는 그런 것들을 다 제껴두고 진정 사랑하는 남자와 단촐하게 해피엔딩으로 끝나는 구성을 반어적으로 취하고 있다. 우리가 여성들에게서 기대하는 고정관념이나 하나의 독립된 인격체로서 대하지 않고 성 역활로만으로 대한다면, 반대급부로 여성들은 그렇게 행동할 수 밖에 없지 않을까라는 지점을 날카롭게 지적한다.
이제야 사회 전반적인 분위기가 많이 바뀌어 과거와는 다르게 한 인격체로서 보고자하는 기류가 많아진 것이다. "남자가 왜 그래?" 내지는 "여자라면 이래야지..."라는 구시대적인 발상보다 한 인간으로서 상대방을 대하는 자세가 강조된 현대에서 이 작품은 여전히 과거의 시대상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고전으로 의미가 있다고 하겠다. 더욱이 재미면에서도 지금 관객들에게도 흥미가 있는 작품이라고 개인적으로 생각한다. 흥겨운 크리스마스가 곧 다가오고, 로맨틱한 시즌의 분위기에 잘 어울리는 한 편의 코메디 영화로도 손색이 없다는 추천을 하며 이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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