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약용 코드
박정현 지음 / 새움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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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TMAN의 북 리뷰 시리즈 01-30 : 정약용 코드, 박정현 저, 2022


* 본 리뷰에 들어가기 앞서, 이 글은 서평단으로서 개인의 의견임을 밝힙니다... 

#도서협찬

1. 들어가며...


정조 : 앎이 통찰이 되고, 통찰이 실천이 되어야 학문의 완성이요...

      제왕의 경연 그 요체는 실천으로 이어지는 학문이 되어야하지 않겠소...?

위 대사는 영화 정조에 관한 영화 "역린(2014)"의 한 장면이다. 영화에서 개혁군주 정조는 자신에게 맞서 사사건건 대립하는 가신들에게 일방적으로 유리한 경연자리에 불편한 참석을 의례상 한다. (통상 경연은 신하들이 왕에게 예법을 전하는 자리이므로). 계속되는 질타와 노골적인 불만 표시에 내심 불편해하던 정조가 말로만 떠들면서 하나같이 위선적인 대신들을 제압하려고, 뜬금없이 중용 23장을 언급하며 아무도 대답을 자신있게 못하자 자신의 충복인 일개 상책에게 일부러 정확한 대답을 유도하며 내뱉는 말이다. 

비단 이 영화뿐만 아니라, 많은 사극들을 보면 "답답한 당쟁"이나 "고리타분한 예법"을 논하는 조선의 정치 상황을 그려내고 있다. 이는 성리학, 더 나아가 유교에 대한 대중들의 부정적 이미지를 그대로 묘사한다. 이 역사적 프레임이 과거 일제시대의 교묘한 "조선의 격하"에 기인한 면이 없잖아 있다 치더라도, 현대 대한민국의 모습과 견주어 너무나도 비실용적인 면이 지적되며, 오로지 정쟁을 위한 정쟁으로 국가를 파탄에 몰아넣은 과오를 많은 이들이 지적해왔다. 또한 조선 말기의 사료들을 살펴보면 설령 그것이 내부 정치체계를 다지는 근본 이유란 점을 인정한다 하더라도, 결국은 시대의 조류에 뒤쳐지게 된 근본요인이 되었다는 것에는 이견이 없으리라고 생각한다. 한마디로 "탁상공론"에 파묻혀 세계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모르고 덤빈 자의 혹독한 최후를 우리는 너무나 명징하게 기억하고 있는 셈이다.

2. 저자의 의도...

근 10여년 간 의외로 우리에게 다산 정약용은 더없이 자주보게 되는 기현상을 목도할 수 있었다. 각종 드라마, 서적, 영화에서 정말 다양한 정약용의 모습을 만나게 되고, 기존의 이미지에 더해저 이전까지 관련 학자들이 아니면 잘 몰랐던 여러 면들이 부각되고, 심지어 정약용 본인의 인간적인 면마져 새롭게 조명되는 그야말로 "스포트라이트"를 한 몸에 받는 귀하신 존재가 되었다. 워낙에 정약용이란 인물이 희대의 천재이자 비운의 학자로, 그야말로 드라마틱한 삶을 살았고, 그 업적 중 정말 방대함을 자랑하는 역작들의 위대함에 새롭게 감흥믈 주며, 소위 "21세기"형 통합인재란 평마져 이끌어 내는 매력적인 면이 가득하니, 많은 이들의 관심이 수긍이 가는 대목이다. (때문에 책의 제목도 "다빈치 코드"에 비견되는 "정약용 코드"이다.)

이 책의 저자 또한 정약용이란 인물이 가진 수많은 매력 중 특별히 "오늘날의 시점"에서 바라보는 인물 정약용의 재해석에 초점을 맞춰 이야기를 풀어낸다. 즉, 과거의 유산을 토대로 정약욕을 평가하는 것이 아닌, 현대 민주주의, 자본주의 사회에서의 시각으로 정약용을 재평가하여 그의 시대정신이 얼마나 혁신적인 것이었는지를 독자들에게 전달하고자 함에 그 주된 의의가 있겠다. 워낙 다방면에 뛰어난 능력과 식견을 보인 정약용의 모든 면을 다루는 것은 지면의 한계가 있고, 이야기의 촛점이 흐려지므로 주된 이야기는 정치, 사상의 분야에 주로 국한하여 이야기를 전개해 나간다.

3. 인상적인 부분...


정약용을 언급함에 있어 임금 "정조"는 일종의 짝패이다. 사료를 살펴보아도 일반적인 군신의 관계를 넘어 "영혼의 동반자"로 불리워도 될만큼, 서로에 대한 신뢰가 깊은 관계였다. 권신들이나 외탁으로 점점 기울어져만 가는 왕권의 약화를 바로잡고 싶어하는 정조와, 무엇보다 "민"을 중요시하는 대의에 죽고 사는 고지식한 천재 정약용은 첫만남부터 시작하여 정조가 의문의 죽음을 당할때까지 줄곧 가장 강력한 연대를 자랑하는 관계임을 책 속에서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다양한 일화와 사료들을 넘나들며 두 사람의 사상이나 정치적 신념이 동반자 수준을 넘어선 "혼연일체"에 가까운 면들을 지적한다. 기존 매체에서 등장하는 내용보다 훨씬 더 직접적으로 강조된 면이 느껴진다. 당연히 두 사람은 "조선의 개혁"에 목숨을 걸었던 동지이고, 비록 둘 다 실패로 끝나는 운명을 맞이하지만 그 정신과 의의는 지금에 와서도 유효하다는 것을 저자는 역설한다.

또한 정약용의 생애 전반에 걸쳐, 연령에 따라 인물의 면모가 어떻게 변화했는지를 잘 설명한 대목이 눈에 띈다. 생애 초기의 천재적인 면모에서, 중반부의 "급진개혁파 관료"로서의 좌충우돌과 여러 번의 사사, 그리고 후반부의 학자로서의 유연함과 그야말로 눈부신 업적의 완성으로 요약하며 전반적으로 그의 드라마틱한 삶을 짚어 나간다. 특히, 급진파로서의 거침없는 언행과 행보, 그리고 그의 반대 급부로 닥친 수많은 탄핵과 사사로 점철된 가시밭길 고행은 때로는 분노를 자아낼만큼 집요하게 그려진다. 왜냐하면, 민중을 위한 대의명분을 명확히 쥐고 있는 정약용에 맞서, 온갖 음해와 비방을 가한 당사자들은 자리보전이나 사리사욕에 치우친 "람관오리"에 가까운 자들로 묘사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소인"들의 행위가 시대를 앞서간 천재를 어떻게 무너뜨렸는가를 자세히 묘사하여 독자들로 하여금 분노의 지점을 제공하고 있다고 느껴진다.

마지막으로 정약용의 현대적 사상가로서의 의미 탐구가 가장 인상적이다. 루소의 "사회계약론"에 버금가는 혁신적인 주장이라든지, 마르크스의 '사회주의적 관점으로의 농업실천"과 같은 대목은 가히 놀랍다. 그 자세한 면면 또한 들여다보면 어쩌면 "왕권신수설"이 당연한 시대에 대역죄로 몰려도 할 말이 없는 "택군"의 정당성을 논하는 지점과 쓸데없고 고지식한 제도를 현실적으로 고치고, 실질적으로 백성들에게 "물질적"으로 풍족을 약속하는 경제 정책에 대해 고민한 흔적들, 그리고 로마와 비교하며 "국부"의 원천인 토지에 대한 선진적인 담론들은 지금 현재 대한민국이 겪는 많은 모순들을 그대로 투영하며 한편으로는 그의 탁월한 식견에 놀라움을 감출 수 없고, 또 한편으로는 시대의 흐름에도 불구하고 개선되지 않는 위정자들의 탐욕에 대한 씁쓸함을 느끼게 하는 대목이다. 

4. 아쉬운 부분...

이 책은 기존의 정약용에 대한 선입견 들 중에 다방면에 천재적인 그의 면모는 간단히 소개하고, 오히려 사상가내지 정치가로서의 면모를 부각시키는데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아마도 현제 대한민국의 많은 문제점과 대비하여 그 문제점을 일찍이 지적하고, 개선점 또한 제시한 그의 천재성을 실시간으로 현대의 독자들에게도 느끼게 하려는 저자의 의도가 크기 때문이리라. 그러다보니, 자칫 잘못하면 이 책은 찬양일색조로 흘러가지 쉬운 구조이며, 실제로도 책의 중반부까지 그런 느낌이 다소 역력하다. 따라서 저자와 다른 정치적 색이나 문제의식을 가지는 독자들에게는 오히려 반감을 살 수 있는 측면이 있다하겠다. 그러나, 개인적으로는 워낙 정약용의 업적이나 식견이 설득력이 있으므로, 이 부분은 다소 누그러든 측면이 있다. 따라서 이 부분은 크게 문제를 삼는 독자는 많지 않으리라 짐작된다.

또한 상대적으로 덜 부각된 분야, 즉 과학, 경제, 예술에 대한 지적 탐구와 전문가에 필적하는 수준의 그의 모습은 다소 아쉬운 측면이 있다. 즉, 이렇게 축약해서 보기에는 너무나 그 업적이 대답하다는 것이다. 실제 사료들을 보면, 과연 이 업적들이 한 사람에세거 나온게 맞을까 싶을 정도로 하나같이 높은 수준을 자랑하며, 그 방대한 스펙트럼에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 지경이다. 마치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현신...이라고 불러도 전혀 손색이 없는 몇 안되는 세계적인 천재임에 틀림없다. 다만, 이 책은 어디까지나 정치체계, 사상적 측면이 주목적이므로 저자의 의도는 수긍이 가는 대목이다.

5. 나오며...

책을 다 읽어감에 있어 무엇보다도 드는 생각은 안타까움과 분노이다. 잠깐만 흝어봐도 인간의 범주를 넘어선 재능의 현신, 게다가 그 정신마져 고결한 이 인물이 그에 걸맞는 활약을 하지 못하고, 결국 일개 학자로, 그것도 당대의 주류에서 환영받지 못한 채 그 시대를 마감했다는 것은 대단히 유감이 아닐 수 없다. 그의 매서운 질타와 끊임없는 호소를 듣고 있자니, 자꾸 돌아가신 고 노무현 대통령이 떠오르는건 나만의 생각일까... 소탈하면서도 혁명가의 기질을 타고난, 그럼에도 그 목적은 국민을 위한다는 측면에서 뚜렷한 도덕적 지향성을 가진 인물이 과연 근래에 누가 또 있었단 말인가... 때문에 더 개인적으로 아쉬움이 더해졌는지도 모른다. 이 글의 제목에서도 밝혔듯이, 나폴레옹은 일찍이 다음과 같이 말했다.

아무리 위대한 천재라도 기회가 없으면 소용이 없다.

이 말이 더없이 와닿는 인물이 바로 정약용이라 생각했다. 너무나 시대를 앞서 생각한 천재이면서도 시대가 이를 품지못해, 이렇게 21세기에 와서 그의 식견을 재조명하는 현실에 답답함을 느껴서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그를 기리는 작업을 계속해야만 한다고 나는 주장한다. 그래야 진정한 천재가 다시 한번 이 땅에 나타났을 때, 그를 알아보고 날개를 달아줄 수 있으모로... 비록 수백년이 흐른 이 시간에도 이렇게나마 그를 기리는 저자의 시도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아울러 부디 또 다시 이런 과오를 우리가 저지르지 않기를 간절히 바란다.

#정약용코드 #박정현 #새움 #다산정약용 #동양철학 #책스타그램

@saeumbook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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