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 전쟁 - 전 세계에 드리운 대기오염의 절박한 현실
베스 가디너 지음, 성원 옮김 / 해나무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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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TMAN의 북 리뷰 시리즈 01-31 : 공기 전쟁, 베스 가디너 저, 2022


* 본 리뷰에 들어가기 앞서, 이 글은 서평단으로서 개인의 의견임을 밝힙니다... 

#도서협찬

1. 들어가며...

Look at me,                                               나를 봐요

I'm as helpless as a kitten up a tree   나무 위 고양이처럼 난 어찌해야 하나요
And I feel like I'm clingin' to a cloud  구름 위에 떠있는 기분이에요
I can't understand                                   난 이해할 수 없지만
I get misty just holding your hand     당신이 손을 잡아주면 눈앞이 흐려져요.

Walk my way                                              길을 걷다가
And a thousand violins begin to play    수천 개의 바이올린 소리가 들리고
Or it might be the sound of your hello   아니면 당신이 건네는 인사가
That music I hear                                       음악소리로 들리나 보네요
I get misty whenever you're near          당신이 다가올때면 눈앞이 흐려져요

이 곡은 엘라 피츠제랄드 Ella Fitzgerald의 너무나도 잘 알려진 재즈 명곡 "Misty(1954)"의 가사 중 일부이다. 이 노래에서 어느 남자에게 마음을 빼앗긴 여인의 두근거리는 연정과 설레임, 흥분의 기억을 아련한 "안개(Misty)"에 비유하여 그윽하게 부르는 내용이다. 잔잔한 피아노만의 반주에 맞춰 달콤하며 블루지한 엘라 특유의 보컬로 적막한 안개 속에 피어나는 사랑의 낭만을 느낄 수 있어서 여지껏 수없이 많은 가수들이 불러오고 있다. 잠깐 노래의 가사에서도 볼 수 있듯이, 안개...라는 기후의 한 현상은 인간에게 다양한 감정을 유발하는 소재로 각인되어 있다. 아련함, 로맨틱 또는 우울함, 이별과 같은...

그런데 최근의 뉴스를 보면 (특히 한국의 서울) 그렇지도 않은 듯한 소식이 자주 들려 안타까울 때가 있다. 지금의 펜데믹 이전에 우리가 마스크를 평소에 쓴다는 것은 상상도 못하던 일이었다. 물론 대한민국의 대기의 질이 뚜렷이 좋았다고는 할 수 없지만, 마스크를 써야될 정도로 심각하지는 않았다. 그런데 수년 전부터 "황사", 그것도 "중국발 황사"라는 고유명사화 된 기사가 자주 보이더니, 기상예보에서도 서서히 대기지수를 반드시 언급되는 것이 아닌가. 게다가 일반 시민들도 황사마스크를 착용하는 분들이 종종 보이고, 각종 매체의 여론이 모이는 곳에서는 중국을 비난하는 글마져 목격하면서 실제 대기의 오염에 대해 심각성을 우리에게 피부로 와닿게하는 거의 최초 사례가 아닐까 싶다.

2. 저자의 의도...

이 책은 미국의 환경 저널리스트이자 운동가인 저자가 현재 전세계적으로 이미 현실화된 대기오염의 현장을 고발하고, 그를 둘러싼 각종 담론들을 포착하는 일종의 르포문학에 가까운 책이다. 본 작에서는 다양한 분야의 인물들이 나온다. 기후학자, 정책입안자, 대기오염으로 인한 질병의 피해자, 다국적기업으로 대표되는 기업가들....아마도 이 모든 사회구성원들이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받고 있다는 것을 내포하고, 책의 제목에서 볼 수 있듯이 이를 둘러싼 갈등의 양상이  "전쟁"이라는 섬뜩한 단어를 쓸 수 밖에 없는 절박한 현실임을 반영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실에서는 기후변화와 대기오염의 심각성을 위해 전세계가 채택한 교토의정서 Kyoto protocol의 종료와 더불어 새로이 시작된 파리기후협약 Paris Agreement 이 지지부진해지고, 급기야 미국의 탈퇴로까지 이어지면서 격랑에 휩싸인 바가 엊그제같지 않은가. 이후 미국의 복귀로 이어졌지만, 그 위상은 예전만 하지 못하고 또다시 찬반이 팽팽히 맞서는 양상이다. 이러한 답답한 현실에 마주한 저자의 날카로운 고발이 독자들로 하여금 각성을 하여 여론 형성과 정치적 지향점을 만들어내는 데에 그 의의가 엿보인다.

3. 인상적인 부분...


일단 책은 크게 두 개의 파트로 나누어져 있다. 마치 단테의 "지옥"편과 "천국"편처럼 말이다. 앞부분, "숨을 참고서"는 현재까지 진행되어온 대기오염의 현장과 피해양상을 고발하고, 독자들로 하여금 그것을 목도하게 함으로써 경각심을 다시 한번 불러일으키고, 뒷부분인 "한숨 돌리다"는 이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사람들의 정치적 노력, 기업에 대한 규제 및 변화를 다루며, 변화의 물결을 일으키고 싶은 작은 소망을 담고 있다. 초반부의 고발은 각종 수치와 사례들 (기존 언론들에서 애써 외면하는)을 주로 언급하며, 저널리스트 답게 독자들이 이성적으로 몰입할 수 있도록 하면서, 동시에 피해자들의 사례와 기록들을 반드시 언급하여 감정적으로도 동요할 수 있도록 하는 전략을 취한게 돋보인다.

또한 후반부의 "변화"를 위한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의 좌충우돌 백서를 연상케하는 기록을 남김으로써 위기의 심각성에 비해 저항이 아직도 큰 전세계 사회의 민찾을 가감없이 보여주고 있다. 환경운동가로서의 책임과 그에 반한 한계를 아쉬워하며 실제 정책 입안자들이나 실행자들의 인식이 어느 정도인지를 알리고, 민주주의 사회라면 가능한 시민들의 연대로 정치적 각성을 주목적으로 하는 듯 보인다. 그리고 그 과정이 험난하지만, 불가능은 아니라고 역설하며 충분히 우리가 관심을 가지면 더디지만 해결이 되는 문제라는 것을 설파하고 있다. 비단 저자 뿐만 아니라 "그린피스 Greenpeace"로 대변되는 적극적 운동가들의 대중운동과 맥을 같이 하면서도 개별 독자들에게 집중적으로 설득할 매체로 저술을 택하였다는 생각이 엿보인다. 

4. 아쉬운 부분...


 

난 저자의 의견에 적극적으로 공감하는 독자들 중 하나이다. 그러므로 저자의 주장에 이견이 존재하지 않으며, 논리상 오류나 헛점을 지적하고픈 마음은 없다. (그 정도로 현재 사실상 이 문제는 심각한 수준이다.) 다만 안타까운 지점은 저자에게 있는게 아니라 "우리"에게 있다는 사실이다. 

먼저 파리협약으로 대비되는 규약의 효력에 대한 공방은 서유럽으로 대표되는 "선진국"과 중국을 비롯한 다수의 "개발도상국" 간의 정치적 쟁점으로 치닿는 지점이 존재함을 인정해야만 한다. 이미 산업구조 자체가 완성 단계에 이른 선진국들은 규약에 대해 긍정적이며, 더 나아가 적극적으로 강력한 규제마져 필요하다는 입장의 국가가 다수이다. 그러나 이제 한참 개발을 시작한 개발도상국의 입장에서는 이미 기존의 산업구조는 자신들의 생존 문제와 직결되는 민감한 부분이므로 선진국들이 주도하는 규약에 대해 부정적이거나, 아예 거부하며 거꾸로 기존 선진국들의 책임에 대한 회의론마져 제기하고 있는 상황이다. 쉽게말해 "이제껏 아무 제약없이 마음대로 개발을 누린" 선진국들이 이제서야 부흥을 꿈꾸는 개발도상국에 대한 일방적 차별이라는 지적이다. 이 주장은 역사적으로, 정치적으로도 분명 무시할 수 만은 없는 면이 분명 존재한다.  

또한 미국 트럼프 전 대통령의 파리기후협약 탈퇴로 대변되는 사태의 이면에는 기업, 즉 산업자본들의 환경 규제에 대한 반감과 환경 비용 부담으로 인한 비용상승을 우려하는 자본주의적 관점이 또한 존재한다. 소비자들의 의식 수준이 각국마다 다 다르고, 소비의 능력도 다르므로 각국에 맞춰서 진행하면 되지 않냐는 지적이 존재하는데, 이는 대기오염의 과학적 사실들을 무시하는 발언이다. 현재 대기오염은 전 지구적 현상이며, 어느 한나라 만의 노력으로 개선되지 않기 때문에, 반드시 전지구적인 협약만이 근본적인 문제해결의 시작이기 때문이다. 현재 인플레이션으로 서서히 문제가 발생하는 전세계 경제에, 새로이 등장하는 기후변화에 대한 규제들은 명백히 "악재"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몇 가지 측면만 보더라도 이 문제가 결코 간단한 문제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 것이다. 정치, 경제, 문화 등 사회전반적인 문제들이 맞부딪쳐 생길 수 밖에 없는 현실속에서 실질적으로 실현가능한 규약을 끌어내고, 각 국을 설득하는 작업은 결코 만만치 않은 작업이다. 그러나 과거 프레온 가스 퇴출로 대변되는 성공사례도 분명 존재하므로 희망을 버리기에는 아직 가능성이 열려있다고 보고 있다.

5. 나오며...

다시 엘라의 노래 "Misty"로 돌아가서 생각해보자. 이렇게 낭만적인 가사에 아름다운 곡조의 노래가, 정말 "사랑의 찬미가"로 와닿을 것인가. 아니면 한 치 앞도 안보이는 대도시의 매캐한 공기속에 마스크를 벗으면 당장 기침이 멎지 않는 몇몇 대도시들 (북경, 델리, 울란바토르 같은) 에서 이 노래를 들었을 때, 이 비참한 현실에서 외면바고 모욕으로 까지 간주될 법한 "금지곡"이 될지 그 운명은 오로지 우리에게 달렸다. 이미 과거에 런던 스모그 London Smog로 대변되는 참사도 겪었고, 이를 어떻게 해결해왔는지도 우리는 이미 알고 있다. 다만 이를 전면적으로 시행해야만 하는가에 대한 뒤늦은 의미없는 논의가 지지부진할 뿐이다. 자연의 "보복"이 가시화되면 이미 돌이킬 수 없게 된다. 이 책을 읽는 독자부터 심각성을 인지하고 저자의 의견에 귀를 기울였으면 좋겠다.

#공기전쟁 #베스가디너 #해나무 #대기오염 #파리기후협약 #환경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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