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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은 협력한다
디르크 브로크만 지음, 강민경 옮김 / 알레 / 2022년 11월
평점 :
FATMAN의 북 리뷰 시리즈 01-32 : 자연은 협력한다, 디르크 브로크만 저, 2022
* 본 리뷰에 들어가기 앞서, 이 글은 서평단으로서 개인의 의견임을 밝힙니다...
#도서협찬
1. 들어가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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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앵커 : 믿기 힘든 일이지만, 역사상 가장 큰 주가폭락이 일어났습니다!
2008년 9월, 전세계 뉴스의 일면 시작은 이 멘트로 시작했다. 그 악명높은 "2008 금융위기 (소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의 시작을 알린 뉴스였던 것이다. 우리는 똑똑히 기억한다. 그 전후로 무슨 일이 있어났는지를... 은행권들의 무제한에 가까운 마구잡이식 대출로 인해 미국 부동산이 폭등하고, 이 부동산 가치를 담보로 발행한 파생상품(CDO)으로 전대미문의 수익을 가져가던 월스트리트 굴지의 투자은행, 리먼 브라더스가 파산함으로써 이 광란의 잔치의 끝을 알렸다는 것을 말이다. 이후 아시다시피 전세계 최대 보험사인 AIG가 파산하고, 수많은 투자사가 도미노처럼 무너지면서 주식시장은 "역대 최대의 폭락"을 기록하고, 급기야 미국 의회가 나서 구제금융안을 긴급승인하여 미연준이 대규모의 공적자금을 투입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그러고 나서도, 전세계적으로 투자한 금융사들과 주식시장에 신용경색이 오면서 급격히 파장이 번지고, 이후 기나긴 침체의 시작이 한동안 우리를 휩쓸었다. 이 사태로 인류역사상 전무후무한 "양적완화"라는 초강수의 금융정책을 시행해야 했고, 15년이 다된 지금에서도 그 후유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너무나 그 아픈 기억이 선명하고, 대중에게 미친 잔향이 커서 각종 매체에서 수없이 다루었고, 그중 인상에 남은 것이 영화 "빅쇼트 BIg short(2015)"이다. 이 영화는 마이클 버리라는 헤지펀드 매니져의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졌으며, 극중에서 어떻게 이 사람이 20조원이라는 어마어마한 수익을 냈는지에 대해 자세히 나온다. 수학에 입각하여, 챠트나 지표의 숫자 흐름에 파묻혀 사는 다소 괴짜같은 성격의 주인공이 어느날 부동산 담보 대출의 회수율에 관심을 두고, 추이를 파악하며 고심하던 끝에 자신의 모델에 입각하여 현재 활황인 파생상품 시장의 하락에 대해 베팅을 하기 시작하는 장면이 나온다. (이는 당시에 있어서는 상상도 못하던 일이다. 대다수가 부동산 가격상승을 기정 사실화하고 모든 논의를 진행하던 시점이다.) 모두가 주인공을 미친 사람 내지는 얼빠진 바보로 취급하며 비웃을 때, 묵묵히 자신의 계산결과를 믿고 2여년의 시간이 지난 후에 위에 언급한 사태가 터짐으로써 그의 말이 증명되고, 일순간에 월가에서는 "비범한 영웅"으로까지 추앙받는 일까지 벌어지는 한편의 블랙코메디를 펼쳐진다. 영화 내내 감독은 이 전대미문의 사건 속에서 다양한 인간 군상을 보여주며 다시 한번 우리에게 금융자본의 탐욕에 대해 상기시키기도 했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감독의 의도와 상관없이 영화를 보는내내 주인공처럼 기회를 잡지 못한 자신의 처지를 안타까워하는 기현상이 벌어진다. 다시말해 왜 나는 주인공처럼 똑같이 "예측"을 하지 못했냐는 것이다. 그 비밀은 다름아닌 "복잡계 Complex system"에 대한 이해에 있다.
2. 저자의 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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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말한대로 이 책 "자연은 협력한다"는 복잡계 과학의 이해와 현주소를 소개하는 책이다. 이 책의 저자는 이론물리학자이지만 생물학 연구소와 질병연구소의 교수로 재직하고 있는 일반적으로 보기에는 다소 특이한 경력의 현직 학자이다. 그러나 책중에서 필자가 직접 고백하듯이 복잡계 과학 분야의 특성을 생각한다면 이는 놀라울 일도 아니다. 자연 현상의 작동 방식과 원리는 생물학을 비롯하여, 입자물리, 심지어 사회 현상에서의 그것과도 놀랍도록 일치하기 때문이다.
스티븐 호킹 : 향후 10년은 복잡계 과학이 지배할 것이다...
비단 위의 故 스티븐 호킹의 말을 차치하더라도 현재 과학 분야의 거대한 신조류 중 하나인 이 복잡계 분야를 진단하고 아직 이 분야에 생소한 일반 대중들한테 최대한 쉽게 소개를 하고 있다. 아울러 과학분야에만 한정된 것이 아니라, 사회현상, 정치, 미디어의 변화를 아우르는 정말 방대한 담론에 대해 흥미진진하게 다루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어쩌면 그렇게 호들갑을 떠는 AI분야보다 훨씬 더 파급력이 큰 분야라고 생각한다.)
3. 인상적인 부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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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이 책을 읽으면 저자의 인문학적 소양에 놀라게 된다. (저자 본인도 그렇게 주장한다.) 진정한 학문은 과학과 인문학을 구별하는 것이 아니라, 현상 그 자체의 논리와 본질을 파악하는 것이지, 그 접근법이 다른것이 아니라는 필자의 주장은 나의 개인적 소신과도 정확히 일치하는 지점이다. 우리가 소위 "문송" 내지는 "공돌이"라고 한쪽 분야에 치우친 사람들을 폄하하는 단어들이 있는데, 이것만큼 무지의 산물이 없다. 과거 플라톤이나 다빈치와 같은 위대한 학자들은 자신의 전공에 입각하여 세상을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지혜로 무엇을 바라볼 지를 결정할 뿐, 특정 학문의 우위나 우선순위가 있지 않다. 최근에 자주 들리는 "통섭적"인 자세가 바로 이를 지칭하는 말이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 한국도 "정약용"이라는 위대한 인물을 보유하고 있다.) 나도 자연과학을 전공하였지만, 해가 갈수록 사회과학과 자연과학의 차이점을 거의 느끼지 못하고 있다. 다만 그것이 객관적으로 현실화되고, 얼마나 효용가치가 있느냐의 차이만 존재할 뿐이다.
또한 이 책에서는 자연 과학의 소개에 있어 필연적으로 나올 수 밖에 없는 "수식"의 난해함을 완전히 배제한 것이 인상적이다. 마치 니체의 그 특유의 레토릭을 일반인이 따라가지 못해 포기하는 것처럼, 자연 과학에 있어 수학은 그 "언어"에 해당되므로 이를 배제한다는 것은 상당부분을 포기한다는 말과 동의어가 되기 쉽다. 그러나 저자가 언급하듯이 이 책은 기초학생들과 일반인을 상대로 한 강연을 정리한 내용이어서, 매우 쉽고 직관적이며 흥미진진하다. 문장의 진행도 매우 유려하여 책을 읽으며 실제로 저자의 전공이 의심될 정도로 가독성이 높다. (근 5년내에 접해본 자연 과학 서적 중에 이정도의 완성도를 보이는 저자은 없었다고 감히 말하고 싶을 정도이다.)
마지막으로 대중들의 이해를 돕기 위한 도표나 그림들에 있어서 아주 세심한 배려와 적절함에 감탄을 금할 수 없었다. 마치 자기 아이가 그린 것처럼 조악해 보일수도 있는 스케치에 가까운 그림들이지만, 조금만 유심히 관찰해보면 저자가 설명하려는 대목의 본질이 정확히 직관적으로 한눈에 드러나는 그림들만을 선택적으로 사용하여 마치 소설책이나 그림동화를 보는듯한 인상을 일부러 주고 있다고 느껴진다. 그럼으로써 대중들이 과학에 가지고 있는 권위의식이나 선입견을 최대한 없애고, 아주 편안하게 저자의 주장을 받아들일 수 있도록 세심한 배려가 돋보인다.
4. 아쉬운 부분...
이 책은 너무나 그 목적에 완벽할 정도로 잘 쓰여진 책임을 고백한다. 저자의 주장이 뚜렷이 드러나고 독자들에게 쉽게 연상되는 자연 현상들의 사례를 들면서 기초 교양만 가지고도 충분히 납득할 만큼 설득력이 뛰어나다. 다만 소개서에 가까운 만큼 그 분량은 적절히 조절해야 했음을 짐작케한다. 사실 개인적으로 이 책에서 가장 흥미로웠던 부분은 사회과학, 즉 사회현상에 대한 복잡계 과학의 탁월한 해석이다. 기대 이상으로 날카롭게 사례들을 분석해주며, 감탄이 나오는 대목들이 즐비하다. 따라서 후속작으로 완전히 "사회과학" 영역에서의 사례들로만으로도 저서를 기대해도 좋을만큼 아쉬움이 남는다. 이 아쉬움만 제외한다면 이 책은 과학에 관심을 가진 독자들이나, 사회과학에서의 객관성 결여에 목이 마른 독자들에게 매우 좋은 입문서이며 필독서이다.
5. 나오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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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처럼 모든 자연 현상은 결코 "단독"으로 벌어지는 법이 없다. 이 우주에 존재하는 모든 물질들은 주위와 "상호작용"을 하며 그 존재를 이어가고 있고, 소위 우리가 과학이라고 부르는 학문은 그 관계에 대한 원리를 탐구하는 것이 핵심이다. 그러나 우리 인간의 한계내지는 기술의 한계로 이제껏 그 상호작용을 무시하거나, 극단적으로 단순화시켜 간단하게 이해할 수 밖에 없었다. 그러나 이제는 기술이 성숙하고, 기존 과학에서의 접근법은 그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이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인간의 노력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고, 그 핵심에는 "복잡계 과학"이 있다고 확신한다. 이처럼 우리의 인식의 지평을 극적으로 넓히는 이 소리없는 "혁명"이 반드시 대중들에게 인식되기를 바란다. 그 영혼없는 "통섭적 인재"라는 단어로 대변되는 의례적인 변화의 지칭이 아닌, "산업혁명"에 비견되는 "인지혁명"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개인적으로 확신한다. 그 미래의 충격을 독자들이 어서 받아들였으면 좋겠다.
#자연은협력한다 #디르크보로크만 #알레 #교양과학 #복잡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