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스토리펀딩에 참여해서 받은 책. 이 책에 나오는 어이없고 무참하며 천인공노할 사건들이 1970년도 아니고 자그마치 2000년에 일어났다는 사실이 너무 놀랍고 슬프다. 2002년에 우리는 월드컵을 열었고 4강에 올랐는데, 한편에서는 돈 없고 백 없고 장애까지 있는 사람들에게 이런 끔찍한 범죄가 국가기관에 의해 자행되고 있었다. 돈 없어 변호사를 선임하지는 못하고 다만 자식을 조사하는 경찰관들에게 집에서 직접 잡아 백숙으로 만든 닭두마리를 갖다준 엄마 얘기가 뭣보다 마음 아프다. 그 자식은 그때도 경찰들에게 맞고 있었다. 그 백숙을 먹은 경찰들은 15살 밖에 안 되는 아이를 보호자도 없이 폭행과 협박으로 수사하고 보고서를 허위로 작성하여 무려 15년 형을 받게 만들었다. 하늘이 보고 있다는 걸 사람은 가끔 잊는 모양이다. 하늘도 가끔 눈을 감는가.
저자가 부장판사로 재직 중이다. 그게 신기해서, 그리고 내가 좋아하는 추리 분야인데다가, 소설의 평도 꽤 좋다고 해서, 책을 사 봤다. 기대한 것보다 더 완성도가 높기는 하다. 허술한 부분이 있기는 하지만. 우리나라 추리소설계가 얼마나 척박한 토양인지를 생각하면 그 정도는 넘어가 줄 수 있다. 전개와 반전이 아가사 크리스티 스타일이다. 읽을 책, 읽고 싶은 책이 너무 많아, 이 저자의 책을 다시 사 읽을 생각은 없지만, 여하간 재미 있었다. 아, 다시 안 읽으려는 이유 중 하나는 여성에 대한 너무 전형적이고 혐오적인 묘사 때문이다. 지금은 2017년인데 왜 남자 작가들이 묘사하는 여성은 늘 6-70년대에 머물러 있냐. 볼 때마다 짜증나고 역하다. 특히 오래전부터 추리소설 분야가 이런 경향이 심했는데, 그 고질병도 수십년이 지나도록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추리소설을 좋아하는 내가 지난 시간 동안 한국 추리소설을 거의 읽지 않은 이유다.
책 중에 나오는 의사의 처방이 재미있다. 제인에어, 폭풍의 언덕, 이성과 감성 등의 책을 수도 없이 반복해서 읽은 이 책의 주인공처럼 낭만적 공상을 즐기는 여자들이 앓아눕는 것에 대한 처방은 셜록홈즈 시리즈다. ㅎㅎ 아빠가 헌 책방을 운영하고 또 책벌레인 덕분에 어릴 때부터 책벌레로 살아온 주인공이 인상적이다. 내 보기에 이 책의 저자가 바로 그에 해당하는 사람이 아니었을까 싶다. 왜냐하면 이 책에 폭풍의 언덕 제인에어 이성과 감성이 조각조각 나 다 들어가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은 저자가 사랑하는 그 책들에 대한 일종의 오마주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쌍둥이와 고성같은 저택을 다룬 ˝다락방의 꽃들˝시리즈와 제법 비슷한 부분도 있다. 재미는 있지만 마지막 부분은 좀 많이 황당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