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쓴다면 이런 글을 쓰고 싶었다. 이런 상념, 이런 표현, 이런 이야기. 새삼스럽게 광주를 다시 생각한다. 영혼이 있을까. 저승이 있을까. 전두환, 그는 자신이 죽인 수백 수천명의 사람들로 악몽을 꾼 일이 없었을까. 나이 들어 남성호르몬이 줄어든 마당에 죄책감이나 부끄러움 같은 거 이제는 들지 않을까. 이제도 안 들까. 뼈 속까지 태생부터 악마인 건가. 차마 혼자 살아남을 수 없어 도청에 남은 사람들. 총을 쥐고도 차마 사람에게 총을 쏠 수 없었던 사람들. 인간의 존엄. 영혼. 부끄러움에 관한 이야기. 가슴 아픈 이야기.
얼마전 ˝잘가요 엄마˝를 읽고 가슴 빠근한 충격에 한 번 더 골라본 김주영 소설. 자전적 소설인 잘가요 엄마에 나오는 에피소드를 연상케하는 대목이 종종 나온다. 자라면서 받은 고통은 평생 지워지지 않는 상흔을 남긴다. 벗어날 수는 없고 그저 참고 극복할 뿐이다. 남편 잘못 만나 평생 개고생하는 어머니상이 또 등장한다. 그 여성상은 가지를 치고 대를 잇는다. 고통스러운 삶. 끊어지지 않는 인연. 발목 잡고 늘어지는 어둠. 김주영 소설은 고통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