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영희 선생의 사상과 생애를 대담의 형식으로 담아낸 책. 재미없을 것 같아 산 지 몇 년이 지나도록 묵혀두고 있었는데 기대보다 훨씬 흥미진진하다. 성공한 노인 특유의 짱짱한 자기자랑이 깨알 같다. 가정을 사실상 내팽개치다시피 한 무책임한 가장의 모습도 많이 보인다. 그 상황에서 찢어지게 가난한 생활을 견디며 노부모를 모시고 아이 셋을 길러낸 부인이 정말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 나이가 드니 이런 게 더 많이 보인다, 그 사람이 한 일보다는 그 이면에서 희생한 사람들.
워낙 유명한 책이고 작가라, 적어도 한 번은 한 권은 읽어보고 싶었다. 수용소 또는 이와 유사한 소재로 쓴 책이 몇 권 더 있는 걸로 아는데 마저 읽을 것 같지는 않다. 이 책으로 대충 견적이 나온다. 내가 좋아하는 소재나 주제는 아니다. 사실 좀 식상하다. 당시에는 센세이셔널 했을 수 있으나 이미 소련은 오래 전에 무너졌으니.
심리학 책인 줄 알았는데 그보다는 자기개발서에 가깝다. 자기개발서는 두어권만 읽으면 더 비슷해서 그만 읽기로 했는데 본의 아니게 목록에 하나 더 추가하게 되었다. 사람들이 겪는 마음 속 갈등의 핵심을 잘 짚었다고 생각되는 부분이 없는 것은 아니었으나, 자기개발서가 흔히 그렇듯 할리우드 해피엔딩 영화처럼 너무 단순하고 명쾌한 결론이 편치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