덜컥 샀다가 읽기로 결심하는 데에만 수 년이 흘렀다. 생각보다 재미없지는 않았다. 나도 추리소설류를 좋아하고 꽤 많이 읽었다고 생각하지만, 저자의 방대한 독서량에는 항복할 수 밖에 없다. 앞으로 읽을 책 리스트를 만드는 데에는 도움이 되었다. 알라딘 장바구니가 빵빵해졌다.
사피엔스보다 빨리 재미있게 읽었다. 인간의 미래에 대한 SF적 상상이 보태어졌고, 이야기가 소설처럼 이해하기 쉽게 술술 풀려 간다. 설득력도 갖추었다고 본다. 지금까지 인간이 자신을 세계의 중심에 놓았다면, 이제 발전의 흐름에 따라 변방으로 물러날 때도 왔다. 인간이 별 건가. 어차피 오게 되어 있는 미래를 두려워하거나 거부한다고 오지 못하게 할 수는 없다.
시작은 좋았는데 끝은 황당하다. 당초 기대했던 내용이 아니었다. 관계에 서툴고 고통을 느끼는 현상에 관한 건조한 분석을 기대했는데 그보다는 범위가 더 넓다. 저자는 그 주제를 이야기 했다고 주장할 수도 있으나 받아들이는 입장에서는 좀 다를 수 있는 것이다. 관계에 관한 에세이라고 하면 되려나. 저자의 이름은 많이 접했다. 팟캐는 듣다가 지루해서 말았고 책은 팟캐의 연장선으로 보여 안 읽었는데, 이 책은 주제가 관심을 끌어 골라 보았다. 워낙 유명한 저자라 그 책 한 번은 읽어봐야지 했던 것도 있다. 다시 이 저자의 책을 읽게 되지는 않을 것 같다. 문체도 상념도 논리도 내 타입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