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리학자가 쓴 책을 읽고 ”아름답다“는 느낌을 가지기는 처음이다. 김상욱 교수의 책은 예전에도 좀 읽었는데, 기본적으로 나는 ”문송“한 사람이라 넘 어려워서 쩔쩔맸던 기억이 있다. 문대통령님의 추천이 아니었다면 이 책을 고르지 않았을 텐데, 그랬다면 이 감동적인 순간을 즐기지 못했을 것이니,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글의 내용이 좋을 뿐 아니라 문장도 사뭇 아름답고 유려하다. 물리학자가 이렇게 글도 잘 쓰고 말도 잘하면, 나 같은 문과생은 어디 가서 뭘 비벼야 하나 자괴감 같은 게 들기도 한다. 얼마 전 읽은 유시민의 책과 비교하지 않을 수가 없다. 기본적으로 지식소매상의 책과 지식생산자의 책은 깊이가 다를 수 밖에 없는데, 김상욱 교수처럼 그 지식을 이렇게 쉽고 아름다운 글로 풀어내는 능력까지 갖추었다면, 지식소매상으로서는 자타공인 최고의 가치를 인정 받던 천하의 유시민도 여기 어깨를 견줄 도리가 없게 되는 것이다. 추석 연휴를 하루 앞둔 여유로운 날, 날씨는 좋아 눈부신 햇살이 베란다 창 가득 들어오는 거실에서, 눈 앞에 펼쳐지는 지식과 지성의 아름다운 향연, 넘치게 즐겼다. 기분 좋은 오후였다.
표지 디자인을 정하는 트위터 투표에 참여했다. 그 인연(?)으로 출간되자마자 구입한 책. 각 나라 또는 지역의 음식을 매개로 문화가 다른 지역과 연결되고 교류하고 그게 또 다시 음식에 영향을 미치는 일련의 모습을 대표적인 음식 몇 가지를 가지고 흥미롭게 정리해놓았다. 각자 다른 사람들이 챕터를 하나씩 맡아 정리한 덕분에 정리 방식이나 문체가 모두 다르고 글쓴 이의 특성을 반영하여 이를 비교해서 볼 수 있는 부분도 흥미로웠다. 물론 전체적으로 통일성을 기하기 위해 정리하는 작업이 당연히 있었겠지만 기본 특성이 완전히 가려지지는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