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슷한 시기에 관한 비슷한 위치에 있던 사람들의 구술기록집이라, 당연히 비슷한 내용이 주로 반복되어 지루했다. 비슷한 시기라도 시기를 나누어 다양한 층위에서 노통과 접했던 사람들의 다양한 관점과 시각을 다루어줬더라면 더 흥미롭지 않았을까. 왜 기획을 이 정도 밖에 못 하나. 재단의 소중한 예산을 가지고. 내용으로만 봐서는 괜히 샀다 싶다.
제목과 표지에 사기 당한 기분. 서점에서 직접 골랐다면 결코 사지 않았을 것이다. 내가 이 책에 대해서 미리보기를 하지 않았던가. 재목과 표지 때문에 그냥 덥석 장바구니에 넣은 모양이다. 가끔 그럴 때가 있다. 늘 속는다. 제주 1년 생존기는 아니고 그냥 자주 가는 곳을 중심으로 한 여행기 비슷한데 그저 지면을 가득 채우는 감탄과 기쁨의 비명 외에는 특별한 매력도 내용도 없다. 생활의 압박 없이 1년간 여행을 즐길 수 있는 철없는 젊은 여성의 제주 1년 여행기 이상은 아닌데 그 여행 이야기도 무슨 현지인들과의 교류나 교감, 현지에서의 생활의 어려움 같은, 그래도 제주라는 낯선 공간에서 1년을 살아보는 사람의 삶 냄새는 거의 찾아보기 어렵고 그저 카카오스토리에 올려 친구들에게 자랑이나 하면 딱 좋을 내용으로만 점철되어 있다. 여기에 제주 이사 정보 정도가 양념처럼 들어가 있다. 치열하게 발로 돌아가니는 기록도 아닌데 황당하게 제주 지도는 왜 끼워넣나? 한마디로 컨셉이 없다. 중구난방. 이렇게 아무 고민 없이 책을 쓰겠다고 한 용기가 가상하다. 나 같으면 무제 부끄러웠을 것이다. 최소한의 고민과 성찰이 있는 사람인지, 작가 프로필 정도는 보고 고를 걸... 돈 아까워...ㅠㅠ
사실 알라딘 이벤트 욕심에 장바구니에 급히 넣은 책이라 큰 기대를 하지는 않았지만.. 대체로 지루하고 재미없었다. 한국문학의 위기 어쩌고 하는데 이런 작품들이 비록 젊은 작가상이라는 명목의 우산을 쓰고 있긴 하지만 어쨌거나 그들 사이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다는 게 한국문학의 위기를 보여주는 단편이 아닐까 한다. 마음에 들었던 작품이 없던 것은 아니었다. 근린, 좋았다. 여름의 정오도 나쁘지는 않았다, 어딘가에서 많이 본듯한 이야기로 특별함이 없다는 것 빼고는. 나머지는 그저 그랬다. 특히 대상을 받은 건축이냐 혁명이냐는 첫장부터 현기증이 날 지경이었다. 문단 나누기 없이 빽빽하게 이어붙인 재미없는 서사적인 문장들이 숨을 막아, 살짝 구토가 느껴질 정도. 심사총평을 보니, 심사위원들 간에도 초반에는 관심이 없었던 작품이라고 하는데 뭐가 어떻게 되어 대상에 이르게 된 건지 모르겠다. 하여간 다시 이 상의 수상작들을 읽을 일은 없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