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조 때부터 그리고 후손까지 뿌리 내라고 살아본 적도 없고 살 생각도 없는 미국인이 세계 곳곳의 도시를 돌아다니며 얻은 지식과 경험을 넋두리하듯 풀어낸 책인데 이걸 도시독법이라고 부르는 게 맞나 싶다. 개정 전 책 이름이었던 도시탐구기가 조금 더 적절하지만 그것도 적확하지는 않고. 도시탐방기 도시산책기 뭐 이 정도가 조금이라도 더 부합하지 않을까 싶다. 적어도 탐구를 한 흔적은 보이지 않는다. 한국어로 썼다는 것, 이 분이 일본에서 한국어 교육 강의를 했다는 건 신기한 일이긴 하지만 그걸 이 책의 장점이라고 볼 수는 없는 일이고. 요즘은 저마다 자기 얘기를 하고 싶어 책을 내는 세상이지만 책을 읽는 세상은 아니라는 말이 떠오른다. 남다른 경험을 했으니 책으로 내고 싶은 마음이 들기는 했겠다 싶지만 시간 내어 읽을 만한 책인가에 이르러서는 머뭇대지 않을 수 없다. 재개발 극혐 도시 재생 환영 대체로 이런 모드로 일관하는데 일견 동의할 부분도 있기는 하지만 너무 주구장창 이런 얘기만 늘어놓으니 저자 스스로 고백했듯 이 세계에 뿌리내려 살아보지 않고 부초처럼 떠돌아다니며 수박 겉핥기로 그 도시를 보는 미국인의 시각에서나 한가롭게 누릴 수 있는 의견 아닐까 싶은 반발이 생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