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벙커1교회 시국선언문
“이 도성의 지도자들은 뇌물을 받고서야 다스리며, 제사장들은 삯을 받고서야 율법을 가르치며, 예언자들은 돈을 받고서야 계시를 밝힌다. 그러면서도, 이런 자들은 하나같이 주님께서 자기들과 함께 계신다고 큰소리를 친다. '주님께서 우리와 함께 계시니, 우리에게 재앙이 닥치지 않는다'고 말한다.” (미가 3장)
미가 예언자가 대언한 하나님의 말씀은 21세기 대한민국 땅을 향한 묵시임을 고백합니다. 21세기 대한민국은 이스라엘 포로기에 다름 아닙니다. 국적이 백성과 같건만 지도자는 이방 강대국의 이익과 논리를 대변하며 스스로의 역사와 정체성을 부정하고 있습니다. 공동체와 정의, 사람됨의 도리를 훼손해 평화를 깨고 있습니다. 하나님의 선물인 이성과 양식을 부정하고는 우상을 숭상하며 피조물들을 우롱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참담한 심정으로 지난 4년을 돌아봅니다. 국가정보원, 국군기무사령부 등 국가기관의 총체적 대선 개입으로 제18대 대통령은 이미 정의를 상실한 토대 위에서 창출됐습니다. 수혜자 박근혜는 이 불의한 권력의 토대를 검시(檢視)하려는 검사들을 축출, 배제, 억압했습니다. 아울러 박근혜는 대선 과정에서 자신과 자기 아버지의 불의함을 비난했다는 이유로 국민이 선택한 공당(公黨)을 파괴했습니다.
게다가 박근혜는 청소년 등 인명 300명을 구해야 할 책무를 망각하며 구조를 포기 했습니다. 그래놓고는 늘 그래왔듯 언론의 입을 틀어막아 비판 여론을 왜곡하려 했습니다. 또 자녀의 죽음에 신원(伸冤)하는 부모에 대해 비난과 모략을 일삼는 패륜을 서슴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행여 권력의 몰염치가 드러날까 염려돼 노골적으로 진상규명을 방해했습니다.
박근혜는 거듭 ‘세월호 참사 이전과 이후는 다를 것’이라고 공언했지만, 메르스 사태에서도 그들은 스스로의 무능, 무책임을 확인했을 뿐입니다. 극복하기 힘들 지경의 양극화, 질 낮은 일자리, 폭등하는 부동산, 수습 못할 지경의 가계부채까지 민생은 판판이 깨지고 말았습니다. 이에 “‘국민행복시대를 열겠다’는 약속을 이행하라”는 목소리를 내던 일흔 목전의 농민은, 벽돌, 강화유리, 철제물이 산산이 깨지거나 훼손될 위력의 물대포를 맞아 절명하고 말았습니다. 가해자 박근혜 일당은 반성과 사죄는커녕 그 시신을 난도질해 면책하려 했습니다.
자기나라 국민, 곧 주권자에게 이 같이 가혹하고 잔인한 박근혜는 강대국 앞에서는 한없이 작았습니다. 전시작전통제권 즉 군사주권을 사실상 미국에게 헌납하더니, 일본군 위안부로 끌려가 꿈과 미래를 도륙 당한 피해 자국민에게 푼돈이나마 만족하라며 일본 제국주의자의 후예의 논리를 대변했습니다. 한반도 정세를 주도적으로 선도할 책무를 망각한 죄악도 컸으니, 스스로 미국의 속국을 자처하다가 이웃나라 중국과의 관계를 난마처럼 얽히게 만들었습니다.
이런 와중에 남북관계를 위기국면에서 파탄으로 악화 시켰습니다. 입으로는 ‘통일은 대박’이라지만, 그 통일의 기운을 무르익게 하려 애썼던 개성공단의 남측 종사자들을 ‘쪽박’ 차게 한 과오가 그렇습니다. 핵 없는 한반도의 완성이 구실이었으나 이를 구실로 남북관계를 통제 불능 상태로 만든 박근혜의 수하들은 딴 입으로는 핵무장, 전술핵 재배치를 운운하는 두 얼굴을 드러냈습니다.
역사 속에서 교훈을 얻지 못하고 현실을 기만하는 자들에게 미래를 설계할 능력을 기대할 수는 없는 법입니다. 박근혜는 대한의 민족혼이 빚어낸 3.1혁명의 소산, 대한민국임시정부를 부정하더니 1948년 이후에나 비로소 건국됐다고 강변했습니다. 이제는 자라나는 학생에게 내란과 독재, 반인권 등 헌법을 산산이 깨뜨린 흑 역사에 분칠하고는 주입하려 있습니다. 이로써 2016년에 존립하는 대한민국은 정의를 미워하고, 올바른 것을 모두 그릇되게 하는(미가 3:9) 극악한 토대에 서 있습니다.
그런데 이 밑바탕에는 무속을 추종하는 정체불명의 일가가 개입한 흔적이 역력합니다. 그들은 1975년부터 현 대통령 박근혜 주변에 기생하며 온갖 이권을 탐하고 공적 사역에 개입하며 국정 시스템을 기만했습니다. 국가 공공의 이름으로 그들은 국가의 모든 위계를 ‘자신들에 대한 충성 여부’로 재편했고 조 단위로 추정되는 이득을 갈취했습니다.
이들의 정체는 놀랍게도 사이비 종교 지도자와 그 후손입니다. 뱀에 비유되는 사특(私慝)한 독재자 박정희조차 그 악행에 경악해 거세를 지시할 만큼 이들의 흉포(凶暴)는 상상을 초월했습니다. 누구의 잘못이겠습니까? 떡잎부터 그릇된 이 자들을 앞장서서 옹호한 박근혜의 연고입니다. 우리는 박근혜가 이들의 뒤를 봐준 정도가 아니라 이들에게 의존하며 모든 통치 지침을 수행(隨行)한 경악할 현실을 목도하고 있습니다. 이 모든 진상이 드러난 국면에도 그들은 반성은커녕 위기에서 탈출하기 위한 사악한 책략에 골몰해 있습니다.
국가권력을 운영할 지혜와 능력이 전무한 정도에 그치지 않고, 이를 사유화해 측근에게 대임한 행태는 국헌문란에 다름 아닙니다. 벙커1교회 교인된 우리는 박근혜를 국가 지도자로 인정할 수 없음을 선언합니다. 그가 즉각 대통령직을 반납하고 일개 피의자로서 수사 및 심판을 받으며 응당한 법적 책임을 져야 한다고 밝힙니다. 이후로 우리는 박근혜의 대통령됨과, 그가 구성한 정권을 인정하지 않을 것입니다.
우리는 비장한 이 선언에 이 같은 혼군(昏君)을 허용했던 우리 공동체의 무지도 담으려 합니다. 9년 전 또 다른 사기꾼 이명박을 2위 후보와 압도적 표차로 당선시킨 이 나라의 백성은 역사의 정의를 망각한 채 단지 ‘부자로 만들어주겠다’는 허황된 욕망에 눈이 멀었습니다. 그리고 압축 성장이라는 가시적인 성과를 냈지만 재벌 중심의 경제 시스템과 이로 인해 양극화가 불가피한 사회 구조를 낳은 박정희의 후예 박근혜에게 연거푸 나라를 맡겼습니다.
그 결과 가진 자는 갈수록 행복했고, 갖지 못한 자는 더욱 비루했습니다. 무형의 가치인 민주주의, 정당한 대가를 바라는 노동 정의, 인간답게 존중받으며 살 권리, 평화로운 세상을 누릴 소망은 ‘돈’의 후순위가 됐습니다. 더불어 이런 참담한 사회 풍토가 독버섯처럼 번질 때 예언자적 목소리를 냈어야 할 한국 기독교회는 침묵했습니다. 아니 우리가 죄악의 원흉이 됐음을 토로합니다. 천으로 덮어버린 십자가 자리에 박정희 초상화를 걸고는 “하나님도 독재했다”며 우상 숭배했습니다.
그리고 바알을 숭배하듯 돈을 또 다른 하나님으로 숭배했습니다. 지금 세상은 박근혜 주변에 창궐한 무당 점쟁이에 경악하지만 기독교는 진작 예수가 물질적 복락과 육신의 건강 그리고 구원의 첩경이라며 주님이 피로써 구현하신 복음을 한없이 값 싸게 했습니다. 이런 악으로 점철된 한국 기독교회는 현재 분단 논리를 강화하고, 혐오를 확대하며 예수에 반하는 길을 걷고 있습니다. 이 모든 죄악에 대한 회개가 없이 권력자 교체만을 부르짖는 것은 또 다른 그릇된 욕망의 발현임을 우리는 성찰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우리의 선언이 지향하는 바는 특정 정치 지도자의 퇴진만이 아니라 "누구든지 나를 따라오려거든, 자기를 부인하고, 제 십자가를 지고, 나를 따라 오너라. 누구든지 자기 목숨을 구하고자 하는 사람은 잃을 것이요, 나 때문에 자기 목숨을 잃는 사람은 찾을 것”(마태 16:24~25)이라는 예수 그리스도의 말씀처럼 공동체의 정의와 평화, 사랑을 위해 먼저 손해보고 먼저 책임지는 삶임을 고백합니다. 우리는 주님의 나라를 확장하기 위해 먼저 우리가 하늘의 백성이 되고 하늘의 예언자가 될 것임을 다짐합니다. 이 같은 새로운 정신적 토대 위에서 다음의 우리 입장을 밝힙니다.
- 현 대통령 박근혜 씨는 즉각 하야하고, 일개 피의자로서 법의 공정한 심판을 받으십시오. 박근혜 씨 권세를 이용해 헌법을 농락한 세력 또한 말할 것도 없습니다. 청와대의 모든 비서진은 물론 황교안 국무총리 이하 모든 국무위원들은 인지 여부와 상관없이 현 국헌문란의 상황에 책임을 지고 즉각 사퇴하십시오. 의법한 권력이어야 하건만, 정권의 애완견이 돼 버린 검찰, 경찰, 국가정보원과 대법원, 헌법재판소, 국세청, 감사원, 공정거래위원회 또한 악의 축입니다.
- 집권세력의 한 축으로서 그간 박근혜 권력을 지탱하기 위해 입법부의 응당한 역할-견제와 감시-을 스스로 망각한 새누리당은 즉각 해산하고 이른바 친박세력으로서 세도를 누린 자들은 국회의원직, 자치단체장직 사퇴로써 정계에서 철수하기 바랍니다. 야당은 하야를 요구하는 시민의 결집된 요구에 주저 없이 지지하며 동참하십시오.
- 박근혜 씨에게 부역해왔던 언론인은 즉각 그 직을 내려놓기 바랍니다. 아울러 단지 정치 지도자 한 명 바뀐 정도인데 공정보도의 기틀과 역사를 송두리째 부정한 언론집단 종사자들은 국민과 역사 앞에 무릎 꿇고 사죄하기 바랍니다. 아울러 그러했던 경제인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삥 뜯겼다’며 피해자인 체 하지만 노동자 중소자영업자를 압살하며 자신의 부와 기득권을 확대한 죄악은 박근혜 씨의 그것보다 덜하지 않습니다.
- 한국 기독교회는 정의와 평화, 사랑이 실종돼 발생한 온갖 사회적 질곡이 “바로 나 때문에”(요나 1:12) 비롯된 것임을 고백해야 합니다. 사회 정의에는 침묵하고 교회의 기득권이 결부되는 문제에만 불을 켜 온 저급한 이익 집단으로서의 그간의 실상을 자성해야 합니다. 그래서 이제는 하나님 나라의 건강한 역군으로 거듭나야 할 것입니다.
우리 벙커1교회 교인들은 오늘의 시대가 살아계신 하나님이 우리에게 주신 마지막 성화의 기회임을 각성하며 “믿음의 창시자요 완성자”(히브리 1:2)이신 예수 그리스도와 함께 십자가를 지는 심정으로 성령의 인도하심을 신뢰하며 하나님 나라의 지평을 이 땅에 확대해 나갈 것임을 다짐합니다. - 2016. 10. 30 종교개혁기념주일에 벙커1교회 교인 일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