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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히 인터넷을 검색하다 지난 2005년 조용필의 평양공연 실황 동영상을 보았다. 무표정하니 경직된 관객들, 와중에 열창을 이어가는 가수 조용필. <모나리자> <돌아와요 부산항> <한 오백년><간양록> <꿈의 아리랑> <홀로 아리랑> 등으로 이어지는 열창을 들으며 자막의 가사를 읽었다. 북한 공연이라는 특별함때문일까, 이곳이라면 대수롭지 않게 여겼을법한데 가사가 예사롭게 보이지 않는다. 의미심장한 가사 하나하나 읽어가며 노래를 듣자니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나온다.
지구상 유일하게 분단된 남과 북. 원래는 그러지 않았을텐데 노랫말 모두가 마치 남과 북을 의미하는 것 같다. 오늘은 마침 남측 가수들이 북한 공연을 하는 역사적인 날. 비록 공연 실황이 생중계가 안되고, 제한된 인원에다 선별된 관객이겠지만 통일에 작은 밑거름이 되었으면 좋겠다. 모쪼록 공연이 성황리에 이뤄지길 간절히 바랄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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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젯밤 MBC에서 방영한 우리 가수들의 평양 공연 녹화방송을 봤다. 장면 하나하나가 콧날이 찡하도록 감동이 컸다. 특히 여러 가수들의 노래도 노래지만 나이 젊은 한 여성가수의 인터뷰가 인상적이었다. 난생 처음 북한땅을 밟은것도 신기한데, 공연이 끝나자 뜻밖에도 김정은 위원장이 자기 앞에 나타났다. 그러고는 가수들에게 다가와 악수를 청하고 사진까지 찍었다. 그러니 이 가수가 얼마나 놀랐을까. 당연히 실감이 나지 않았을 것이다. 마치 TV 장면이 눈앞에 펼쳐진 기분이었다고. 그도 그럴것이, 불과 엊그제만해도 미사일이 공중을 날고 핵실험을 하느니, 4월 위기니 6월 위기니 어쩌고하며 금방 전쟁이 터질것 같잖았는가. 그런데 북한에서 공연이 열리고 김정은 위원장이 눈 앞에 떡하니 나타났으니 이게 어찌 현실감이 있었겠는가.
요즘 남북의 급속도 화해무드는 과거의 전례가 없는 일이라 나 역시 마치 꿈을 꾸는 기분이다. 모든게 전광석화 같다. 그러기에 대부분 사람들은 반기면서도 한편으로는 믿어도 될까반신반의한다. 하지만 나는 과거 우리 민족의 특별한 저력을 경험한 바 있기에 요즘의 남북 해빙무드를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우리는 아이엠에프 때 모두가 안 된다고 말한 일을 놀랍게 이뤄냈었다. 온 민족이 거국적으로 동참한 금 모으기도 그중 하나다. 나는 장차 4월 남북 정상회담을 통해 예기치 못할정도의 급속한 진전, 엄청한 성과가 있을 것이라 믿고 있다. 이런 나의 믿음은 기적이나 다름없는 아이엠에프 사태 해결에 비춘다면 전혀 근거가 없는게 아니다. 그래서 분명 꿈 같은 일이 벌어질거라고 확신하는거다. 이런 나의 기대가 꿈이 아니기를, 신바람 나는 일이 계속해서 벌어졌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