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격주로 진행하는 독서회가 사정으로 두 번이나 미뤄졌다. 금주 토론할 작품은 이청준의 장편 <당신들의 천국>. 흔히 우리 독자들은 외국소설에 비해 한국소설이 더 쉽게 이해할 수 있을것이라 생각하지만 막상 그렇지도 않다. 특히 최인훈, 이청준의 소설이 대표적인데 무엇보다 지식인 소설이라는 특성에서 비롯된다. 여기서 지식인 소설이라는 것은 등장인물 혹은 소설의 내용이 꼭 지식인이거나 지적인 주제를 다루지 않더라도 작중 화자나 내레이터가 대체적으로 지적 성향이 강한 지식의 전달자라는 의미이다. 이들의 소설은 대체로 대화, 지문이 논리적이고 촘촘해서 마치 지식인 간의 대화, 사유를 방불케한다든가 심지어 철학적 에세이 같은 부분이 자주 나타난다. 

가령 <당신들의 천국>에 등장하는 1부의 주인공 이상욱 보건과장, 2부의 주인공 조백헌 대령, 3부의 주인공 이정태 기자 등은 주요 지식 전달자인데, 이들은 공통적으로 지적 성향이 강한 인물들이며 지식의 전달이 주인공의 직접적인 직접화법을 비롯, 간접화법, 내적 독백의 형식, 즉 내레이터 자신이 요약하고 농축시킨 언어를 빌어서 이뤄지기도 한다.

 

2

이번에는  모임 형식을 좀 바꿔봐야겠다. 그동안 사전에 진행자료를 꼼꼼히 준비한 후 가능한 한 준비한 자료 중심으로 진행했다. 하지만 제한된 시간에 자료 내용을 모두 전달할 수 없을뿐 아니라 자료 위주가 되다보니 분위기가 경직되었다. 모임이 활발하려면 구성원이 자발적이고 적극적으로 참여해야하고, 진행자와 참여자간에 상호 대화가 부단히 이뤄져야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진행자의 역할이 중요한데, 이에 못지않게 토론 분위기가 자유롭고 대화하기에 편해야 한다. 그런데 문제는 준비하는 나나 회원 모두 융통성 없는 빽빽한 자료가 오히려 부담으로 작용했다. 또한 자료 작성하는 내 입장에서 너무 많은 시간을 들여야하기에 매번 부담이 되었다.  

3.
먼저, 주어진 90분동안 작품 토론보다 회원들의 개인사, 주변사에 비중을 둔다. 두 번째, 대화 분위기, 대화 내용모두 즉흥성을 살린다. 그래서 설령 화제가 작품을 벗어나더라도 제지하지 않고 적당히 흘러가게한다. 셋째, 진행자의 발언 비중을 줄인다. 즉 작품의 요점만을 간략히 전달하고, 회원들이 작품 이해에 다소 미흡하더라도 굳이 나서서 설명하지 않는다. 넷째, 모임의 목적, 효용성을 좀 긴 관점으로 바라본다. 그러기 위해서는 하나도 편하고, 둘도 편해서 절대 모임에 부담이 없어야한다. 즉 즐거운 독서회가 되어야 하는데, 설사 내가 가장 경계하는 친목모임과 유사해지더라도 당분간 방관할 필요가 있다.  

4
단톡방 회원들에게 방금 메시지 전달했다.  "내일은 별도 진행자료 준비하지 않습니다. 오랜만의 모임이니 작품은 쬐금만 이야기하고 신나게 수다나떨어보자구요.^^"

작가 소개, 등장인물 소개, 작품 줄거리 소개. 주요 등장인물 중심으로 대화 진행(캐릭터의 삶, 가치관, 성격 등). 6, 70년대 개발독재 시대의 정치적 알레고리로 읽는 방법에 대해서는 간단하게만 암시. 작품의 주제, 즉 '당신들의 천국'은 무엇을 뜻하는가, 에 대해 가장 비중있게 다루고 대화할것. 이번 한 차례 모임으로 작품의 모든것을 이해하지 않도록 할것. 그러기 위해서는 서두르지 말고, 다음 독회때 보다 완전히 이해할 수 있도록 여백을 남긴다. 

한국문학 작품과 외국문학 작품을 대한 각자 느낌 소개. 과거 한국문학 작품을 읽은 경험담, 감명깊게 읽은 작품 소개. 그동안 읽은 다른 소설과 이청준의 소설은 어떤 차이가 있으며 어떤 느낌인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