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카를로스 사우라

스페인 태생의 영화감독 카를로스 사우라는 내가 특별히 좋아하는 감독 중 한 사람이다. 음악과 함께 영화는 내가 평생 즐기는 대상들인데, 최근 그의 작품 <까마귀 기르기>가 DVD로 출시되었기에 반가운 마음으로 주문한 바 있다.

오늘 아침 한겨레신문에 보니, 부산국제영화제에 참석한 카를로스 사우라의 인터뷰 기사가 실렸다. 인터뷰 중 기자가 팔순을 바라보는 그에게 나이를 언급하자 다음과 같이 답했다.

"인생은 흘러가는 것이다. 매 순간, 만족하면서 산다. 건강하게 살아있다는 것만으로 충분하다....."

딱 내가 하고 싶은 말이다. 순간 순간 흘러가는 인생, 결코 되돌이킬 수 없는 인생, 그러다 조용히 사라지는 인생, 더 바랄것도 아쉬울것도 없는 인생, 단 한 번뿐이라서 더욱 소중한 인생, 게다가 트럼펫까지 즐길 수 있으니 무엇을 더 바랄까.

2.무대

무대에 오르기 전과 후는 사정이 전혀 다릅니다. 가령 오르기 전에는 취미생활이니 아마추어니 하며 너그러운 시선으로 바라보지만 일단 무대에 선 순간 청중은 돌변합니다. 그들은 단지 좋은 연주인가 나쁜 연주인가만을 판단할 따름인거죠. 무대란 바로 그런 것입니다. 청중을 절대 우습게 알아선 안 된다는 것이죠.

3.아마추어와 프로

아마추어냐 프로냐, 아마추어긴한데, 최상급의 아마추어냐 싸구려 아마추어냐, 진한 감동을 주느냐, 하품나게 지루하냐......이 모두는 결국, 나와 당신, 그리고 우리가 하기에 달린 것입니다. 당신은 마지막 순간까지 최선을 다했는가? 땀은 얼마나 많이 흘렸는가.....세상엔 결코 공짜가 없고, 노력의 결과를 바라보는 청중의 판단은 냉철, 준엄한 것이죠.

4.<희생>

안드레이 타르코프스키 감독의 <희생>에 나오는 한 장면. 어떤 이가 늦둥이 아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애야! 옛날에 팜베라는 노승이 있었단다. 그는 매일 아침 일어나 죽은 나무에 정성껏 물을 주었는데, 그렇게 한 3년쯤 쉬지 않고 같은 일을 반복했더니 글쎄, 죽은 나무가 다시 살아났다지 뭐냐. 아무리 시시해 보이는 일이라도 오랫동안 정성껏 반복한다면, 언젠가 소망한 것이 이뤄지기 마련이란다. 어떠냐. 하다못해 화장실에 정성껏 물을 붓는 일이라도 끊임없이 한다면 뭔가가 이뤄지지 않겠니?

5. 무의미한 일

어떤 이가 작심하고 하루도 거르지 않고 정성껏 같은 일을 반복했다. 비록 남 보기에 눈에 띄는 일은 아녔지만 개의치 않고 생각을 행동으로 옮겼다. 하루에 한 번씩, 자기집 마당 끝에서 반대쪽 끝으로 왕복하는 일이다. 그는 하루도 거르지 않고 같은 일을 반복했다.

마당 한켠에 있는 개집에서 멍멍이가 짖어대도 결코 포기하지 않았다. 비 오는 날, 눈보라가 몰아치는 날, 술마신 날, 몸이 아픈 날도 마다 않고 같은 일을 정성껏 반복했다. 그러길 3년. 그는 자신의 한 일에 대해 결산을 치뤄보기로 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아니 당연하게도 하나 달라지는 게 없었다. 기껏해야 왕복했던 마당길만 빤질빤질 해졌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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