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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노 전공하는 딸애가 예고에 다니던 시절. 어느 날 둘이서 쇼팽의 <피아노 협주곡 제 2번> 2악장 라르게토를 듣고 있었습니다. 아파트 베란다 넘어 푸른 하늘, 미풍에 하늘거리는 하얀 커튼, 아름다운 피아노 선율....한동안 음악을 듣던 딸애가 뜬금없이 그러더군요.
" 아빠, 쇼팽을 모르는 사람들이 너무 불쌍해......"
애구구~ 아무려면 쇼팽 모른다고 불쌍하다니, 참 말도 안 되는 소리 같았지만, 워낙 감동을 받다보니 저렇게 표현한거겠지, 이해가 갔습니다. 해서 오늘은 잠시 딸애 흉내를 내보겠습니다.
"은별아, 트럼펫을 모르는 사람들이 너무 불쌍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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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현 투수가 투 아웃 상황에서 다음 타자 상대할 때, 외야 플라이 날아가니 쳐다보지도 않고 덕아웃으로 퇴장. ㅋㅋㅋ 멋있었다. 야구란 뭐니뭐니해도 자신감과 자신감이 서로 부딧칠 때 멋있는 법. 무한도전....어느 여자 복싱선수가 집념과 집념의 대결이라고 했던가? 무수한 집념들이 교차하는 그라운드 한복판에서 당당하게 승리를 장담하고 나가던 모습, 그리고 오늘 김병현의 모습이야말로 야구가 무엇인가를 보여준 최고의 명장면이었다. - 인터넷 기사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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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연습을 무지 무지 많이 하잖아? 그럼 무대에서 자유자재로 연주 할 수 있게돼~ 말 그대로 즐길 수 있게되는거지. 바로 그럴 때 희열이 느껴지고, 마치 부웅부웅 떠서 하늘을 날아가는 기분이라니까. 아휴~ 그런 기분땜에 음악을 하고 연주를 하는 건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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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를 보던 중 퍼뜩 다가온 문장 하나. "오랫동안 꿈을 꾸는 사람은 결국 그 꿈을 닮아간다." - 앙드레 말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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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살이가 그렇듯이 좋은 연주를 한다는게 생각처럼 쉬운것 같지 않습니다. 어느 것 하나 절로 얻어지는게 없고, 수많은 시간, 땀과 노력, 열정을 기울여야 하니 말이죠. 때때로 생각해 봅니다.
음악은 단지 음악에 불과한게 아닐까. 달리말해 트럼펫이라는 쇠붙이에 그저 호흡을 불어넣고, 악보 속 기호를 트럼펫으로 옮기는 단순한 행위..... 그러나 달리 보면, 음악은 곧 우리네 인생이지싶습니다. 비단 악기로 연주하는 행위뿐 아니라 음악을 둘러싼 모든 것, 아니 음악 그 자체가 곧 우리의 삶이요, 인생이 아닐까 라는.
오늘 아침 우연히 게시판을 살피다 삶에 지침이 될 유익한 글이 있어 일부 옮깁니다.
"참다운 격려는 기적을 행한다. 우리가 인생을 살아가노라면 뜻대로 되지 않아 의기소침해지고 자심감을 잃는 경우가 있다. 이럴 때 가장 소중한 도움은 깊은 사랑에서 우러나오는 누군가의 격려다. 그 격려는 사람의 암울한 정신에 깊은 용기를 던져주고 오랜 세월 흔들리는 마음을 다잡아주는 기둥이 되어준다." - 홍을희 (자유게시판에서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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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사 쬐금 눈치챘습니다. 그동안의 내 트럼펫 소리에 어떤 문제가 있다는 것을......자, 이제는 어떻게 이것을 고쳐가야 할까, 그것이 문제로군요.
생각하면 할수록 트럼펫을 시작한 것이 너무 다행스럽고 즐겁습니다, 만약에, 만약에 말씀인데 이것을 안 했더라면....아이고 설사 가정이라도 이런 생각은 차마 하기 싫군요. ^^
어떤 목표점에 쉽게 도달 할 수 있다면 과연 재밌다고 할 수 있겠는지요. 아무나 쉽게 할 수 있는 일에서 과연 스릴감을 맛볼 수 있겠는지요. 일반적으로 트럼펫이라는 악기가 다루기 쉽지 않다는 점에서, 또 개인적인 목표치가 너무 높다는 점에서 안달복달, 더욱 도전의식이 생기는 요즘입니다. (*공교롭게도 요즘 나는 트럼펫 연습과 더불어 세계문학사상 가장 난해한 작품으로 악명 높은 제임스 조이스의 <율리시스>- 번역서 1,300쪽 분량- 를 석 달째 읽고 있는 중이다.)
기쁨은 잠시....., 정상에 선들 과연 무슨 의미가 있겠는지요. 그래서 하는 말인데, 기어이 도달하고픈 저 목표점이라는 게 눈앞에서 아른거리만 할 뿐 영원히 도달 할 수 없는 그 무엇으로 남았으면 좋겠습니다. 조 아무개, 실력은 비록 별로였으나 평생 트럼펫을 탐구하다 여기 잠들었노라~ 뭐 이런 묘비명도 하나쯤은....^^
이처럼 지루한 일상, 하루하루 반복되는 다람쥐 챗바퀴 같은 일상에서 과연 이만한 즐거움이 또 있을까싶어서 말이지요. 트럼펫, 너 꼼짝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