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글은 작가 자신이다. 특히 필자의 신변사가 자주 노출되는 에세이는 에세이스트의 체취, 성향, 가치관은 물론이고 심지어 그가 했을법한 몸짓 말짓까지 모두가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황현산 산문집 <밤이 선생이다>(난다, 2017)와 고종석 에세이 선집 <사소한 것의 거룩함>(알마, 2016), 박완서 에세이집 <나는 왜 작은 일에만 분개하는가>(문학동네, 2015)를 교대로 읽고있다.

황현산의 에세이의 특징은 모랄의식, 예술적 심미안, 시적 산문, 비평적 관점, 철학적 사유, 하층민에 대한 따뜻한 관심 등으로 요약된다면, 고종석의 에세이는 저널리즘적 관점, 에로티시즘, 솔직성, 쾌락, 지적 다양성, 글로벌한 지식과 시각, 직설적 화법, 자유주의, 다양한 장르의 글을 쓴 이력을 반영하듯 재치발랄한 문장력이 돋보인다. 그렇다면 에세이스트로서 박완서는 어떤가.

앞에서 말한대로, 비단 박완서뿐 아니라 모든 에세이는 그가 어떤 삶을 살아왔고,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가가 반영된다고 했는데, 이 말은 박완서의 에세이에 유독 두드러진다. 그 이유는 무엇보다 박완서 에세이가 이른바 미셀러니로 분류되기 때문이다. 신변잡기로 통하는 미셀러니는 한국 에세이의 특징- 아마추어 에세이는 100프로 미셀러니이고, 그들 자신조차 미셀러니를 에세이로 착각한다- 이랄 수 있는데, 이점은 박완서도 마찬가지다.

박완서의 에세이를 읽다보면 마치 점잔케 나이든 중년의 부인과 담소를 하는 느낌이다. 꽃을 사랑하고, 눈에 보일듯말듯 소소한것들을 세심하게 관찰하고, 인간사 곡절들을 동짓달 기나긴 밤을 새듯 굽이굽이 펼쳐놓고, 어느것 하나 소홀함 없이 연민과 따스한 눈길이 곳곳에 배어있다. 나이든 누님, 마음씨 곱고 섬세한 어느 친척 어른에게서 듣는 인생담, 그게 박완서 에세이를 읽는 큰 즐거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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