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히 TV에서 본 장면. 햇빛에 그을린 구리빛 얼굴, 건강한 풍채의 중년 남자다. 그는 인적이 없는 깊은 산 속에 홀로 사는데, 가족들이 따로 있는지는 모르겠다.

 

매일같이 주변 돌을 주어다 돌탑을 쌓는 일이 그의 일과다. 탑의 크기는 일정하지 않고, 대략 2미터 높이에 서너 사람이 둘러설 정도의 제법 큰 규모에서부터 작은 것은 사람키만한 것도 있다.

 

 

산 속의 돌탑 마을이라고나할까, 10여년째 쌓고 있다는데 족히 100여개나 되는 크고작은 돌탑이 장관을 이뤘다. 주변에 워낙 돌이 흔한 곳이라 아무 곳에서 적당한 크기의 돌을 주어다 쌓으면 된다. 돌틈바구니를 작은 돌로 채우는정도가 기술이라면 기술인 단순한 일이고, 그저 쉬지않고 부지런히 쌓는것만이 특별하게 보일따름이다

 

그는 기자가 인터뷰하는 순간조차 얼른 돌을 쌓아야할것처럼 조바심을 쳤다. 그는 아침 기상을 하는순간부터 해가질때까지 오로지 돌을 찾아다니다 적당한 돌을 발견하면 반색을 하고 옮겨온다. 그렇게 하루종일 돌을 쌓은 후 해가지면 집에 돌아와 간단한 식사를 하고 하루 일과를 끝낸다.

 

대체 그는 왜 쉬지않고 돌을 쌓을까. 언제까지 몇 개나 더 쌓을 계획인지, 그렇게 쌓아서 어떻게 하겠다는건지 궁금했다. 하지만 그의 대답은 의외로 단순했다. 단지 돌쌓기가 재미있을뿐 달리 이유가 없다는 것. 기약도 없었다. 앞으로 몇 개를 쌓을지 별다른 계획도 없고 그냥 쌓을뿐이다. 아마 죽을 때까지 돌탑을 쌓을 것이다.

 

, 사람이 뭔가 굳게 결심 하고 온정성을 다하면 엄청난 결과를 낳을 수 있겠구나. 한 평생 뜨거운 열정으로 진지하게 한 일이 때로 지극히 무의미하고 어리석은 일이 될수도 있겠구나.


2

슬픔이 내게 가르친 유일한 것은 인간의 슬픔이란 얼마나 천박한 것인가 하는 점이다. 슬픔 역시 다른 모든 것과 마찬가지로 표면에서 배회할 뿐 결코 실재 속으로 우리를 인도해주지 않는다. 아들과 사랑하는 사람을 잃는 값비싼 대가를 치르더라도 실재와의 접촉은 기대할 수 없는 것이다.

 

(...) 내 아들의 죽음으로 나는 아름다운 소유지를 잃은 것 같았다. - 그러나 그뿐이었다. 나는 그 죽음을 나에게 좀더 가까이 다가오게 할 수 없었다. (...)나는 슬픔이 나에게 아무것도 가르쳐주지 않고, 나를 단 한 발자국도 더 참된 자연 속으로 데려다 주지 않는 것이 슬프다.

 

(...)나는 우리가 가장 세게 움켜쥐더라도 손가락 사이로 흘러나가버리는 사물의 덧없는 사라짐과 미끄러짐이 우리 삶의 조건 중 가장 아름답지 못한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 에머슨 <자연>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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