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요에서    - 최영철(시인)

 

하루 예닐곱 번 들어오는 버스에서 아저씨 혼자 내린다
어디 갔다 오는교 물으니 그냥 시내까지 갔다 왔단다
그냥 하는 게 좋다 고갯마루까지 가 보는 거
누가 오나 안 오나 살피는 거 말고 먹은 거 소화시키는 거 말고
강물이 좀 불었나 건너마을 소들은 잘 있나 궁금한 거 말고
그냥 나갔다 오는 거 주머니 손 찔러넣고 건들건들
한나절 더 걸리든 말든 그냥 나갔다 오는 거
아저씨는 그냥 나갔다 온 게 기분 좋은지
휘파람 불며 그냥 집으로 가고
오랜만에 손님을 종점까지 태우고 온 버스는
쪼그리고 앉아 맛있게 담배 피고 있다
그냥 한번 들어와 봤다는 듯
바퀴들은 기지개도 켜지 않고 빈차로 출발했다
어디서 왔는지 아비가 누군지 알 수 없는 새끼를
일곱이나 낳은 발발이 암캐와
고향 같은 건 곧 까먹고 말 아이 둘을 대처로 떠나보낸 나는
멀어져가는 버스 뒤꽁무니를 바라보았다
먼지를 덮어쓴 채 한참 

이 시의 묘미는 "그냥 나갔다 오는 거" "아이 둘을 대처로 떠나보낸 나" 라는 두 싯구의 대조에 있다. 앞만보고 분망히 살다보면 무심히 흘러가는 세월, 삶의 무상성이 그리워질 때가 있다. 아마 낚시를 좋아하는건 이런 이유때문일 것이다. 설사 고기가 물지않아도, 출렁출렁 부딪치는 물살만 바라봐도 분망한 마음은 고요해지고 이내 평정심을 찾는다. 

 

그러나 내남할 것없이 무상성, 무심히 흐르는 세월에 그냥 몸을 맡길수가 없는게 우리네 삶이기도 하다. 그것은 '대처로 떠나보낸 아이'와 '발발이 암캐' 때문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먼지' 뒤짚어쓴 채 살아내야 하는게 우리 삶의 모습이며 인간실존이다. 이유도 없이 그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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