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어린시절 부모로부터 사랑받지 못했고, 서로 사랑하지 않았으며, 나를 사랑하지도 않았다는 사실을 말해야겠다. 소유, 공포, 센티멘털함, 욕망은 있었다. 하지만 사랑은 없었다. 이것은 내게 특정한 면에서 결핍되거나 특별히 강하게끔 했다. 내게 결핍된 것은 가족애, 연대 의식, 소속감 같은 것이다. 강화된 것은 사랑에 대한 동경이다. 나는 사랑을 자유, 풍요, 관용, 열정처럼 끝없이 추구한다. 일찍이 단테가 <사랑이야말로 태양과 다른 별들을 움직이는 것이니>라고 말한 것처럼."     - 재닛 윈터슨의 소설 <하룻밤만의 자유>

 

 불행히도 윈터슨과 달리 나에게 강화된 것은 사랑이 아니라 끝없는 지식욕과 아름다움에 대한 욕망 즉, 미적 황홀경이었다. 아닌게 아니라 사랑 받지 못한 자가 어찌 남을 사랑 할 수 있을까. 기껏 관념속에서나 맴돌겠지. 어쨋거나 차라리 책이 좋았다.

최소한 책과 예술의 세계는 번잡함과 피로감이 없었다. 마치 애완견을 키우듯 나의 독자적인 세계, 내 기분만 염두에 두면 되었으니, 일체 누구 눈치 볼 필요 없는 세계였던 거다. 더구나 예술에의 몰입은 벅찬 황홀경으로 이끌었으니.   

책과 연애하기. 책과 사랑하기. 물론 나도 여느 남자들처럼 여자를 좋아하고 섹스를 좋아한다. 그러나 세상의 어떤 기쁨 보다 책이 주는 쾌락과 비교 할 수 없다. 책의 향연에서 비롯되는 즐거움은 거의 무한대라도 해도 좋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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