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얼굴이나 볼까하고 참가한 스터디 모임에서 어느 독실한 크리스천으로부터 들은 말이다.  

" <매트릭스>의 주인공 네오를 보세요. <터미네이터>도 마찬가지인데, 그것들은 모두 요한계시록을 말하고 있거든요. 바로 지구의 종말인 거죠. 그렇습니다. 혹 시간이 되면 꼭 이 영화들을 보세요. 신이 세상을 심판하는 엄숙한, 이런 무서운 광경을! "

신앙은 그토록 진지하게 수행하는 세상의 모든 지적노력을 한순간에 유희 차원으로 전락시킨다. 대체 신앙 앞에서 무슨 토론이 가능할 것이며 지적 탐색이 이뤄지겠는가. 

 

기이한 것은 한 인간에게 신앙과 인문적 지식이 사이좋게 공존할 수 있다는 사실인데, 이러한 도그마적 신앙에 따른 모순성은 일면 아마추어리즘과도 통하는 바가 있다.

결국 내가 모든 형태의 신앙을 거부하는 것은 일순간에 판단정지케 하는 그 단순성, 맹목성 때문이다.

 

과장한다면, 절대적 믿음(신앙)에 의해 무오류, 무조건적인 안락을 기대하는 신앙은 어떤 의미에서 생활인의 아마추어리즘과 흡사하다. 일체의 회의가 배제된 일상의 쾌락! 상식, 관습, 안락, 보편적 평균성을 강요하는 일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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