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와 신앙, 혹은 신학과 신앙은 서로 놓인 자리가 다르다. 개인적 결단과 실존을 바탕으로 하는 신앙은 신 앞에서 절대적인 믿음이 선행되는데 반해, 종교나 신학은 신앙이 배태된 근원과 배경, 역사, 형성과정, 원리, 방법 등을 탐구한다. 이러한 탐구는 학문적 방법론, 학자의 가치관, 혹은 세계관에 따라 그 결과가 달라진다. 즉 동일한 종교나 신을 탐구하더라도 학자에 따라 견해가 다르게 나타난다는 거다.

한편으로 절대적 믿음, 개인적 실존이 수반되는 신앙은 개인의 결단과 믿음만이 요구되기 때문에 피차의 견해가 충돌하고 교환되는 토론은 불가능하다. 이에반해 종교나 신학은 얼마든지 토론이 가능하고, 때로 나와 다른 상대의 주장과 견해를 존중하지 않으면 안 된다. 동일한 종교, 신학적 테제를 두고도 보는 방식이 다르기 때문이다.

독실한 믿음, 신앙만있으면 되지 신학이니 종교학이 왜 필요할까싶지만, 신학이 배재된 신앙은 맹목적이거나 도그마, 혹은 신비주의로 빠질 위험이 있다. 동서고금을 통해 교조적이거나 맹목적 신앙이 저지른 폐해를 우리는 무수히 보았다. 따라서 신앙이 올바로 정립되기 위해서는 종교학, 신학이 튼실히 뿌리 내려야 하고, 가능하면 목회자뿐 아니라 평신도들도 신학에 관심을 둔다면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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