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린트 이스트우드의 <미스틱 리버>(2003년)에 대한 인터넷 감상평을 일별하다보니 게중 이런 평이 있었다. "과장된 연출과 감정 유도장치 없이도 관객이 분노, 슬픔, 허무, 무력감까지 온전히 느끼게 하는 클린트 이스트우드 특유의 연출기법이 가장 빛나는 영화".
정말 그럴까? 미안하게도 내 생각은 전혀 다르다. 우선 스타 배우답게 자연스런 연기로 극찬받은 숀 펜, 팀 로빈스의 연기는 지나치게 과장되거나 부자연스러웠고, 극적 반전과 스릴러 장르에다 무거운 메시지를 뒤섞으려는 연출은 과장도 이런 과장이 따로 없었다. 딸애의 죽음 앞에 오열하는 아빠 지미(숀 펜), 어릴적 성폭행에 따른 트라우마로 시종일관 우울하고 어두운 표정인 데이브(팀 로빈스)의 연기는 거의 TV 드라마 수준이고, 연출자의 감정유도는 도를 넘어도 한참 넘었다.
'가족의 왕'이라는 아버지의 도덕적 알리바이를 위해 - 연출자의 의도는 강력한 미국비판이겠지만 - 떠들석한 퍼레이드 신을 배치하고, 잔인하게 친구를 죽인 지미가 환한 얼굴로 퍼레이드 대열에 동참하도록 하는데, 아무리 픽션이라도 그렇지 이렇게 노골적이고 상투적인 장면이 어데있단 말인가.
또 있다. 데이브의 아내 셀리스트(마샤 게이 하든)가 남편을 의심(배신)한 대가로 어쩔줄몰라하며 군중 속에서 서성거리는 장면은 전형적인 현대판 권선징악이다. 오호라~ 그럭저럭 반전과 스릴로 유지되던 영화는 이 지점에서 완벽한 3류 통속극, 예외없이 할리우드 제품으로 전락한다.
데이비드 린치의 영화배경에 단골로 등장하는 퇴폐적인 원색 배경, 이른바 액션 페인팅의 화가 잭슨 폴록으로 대표되는 대중적, 상업적 화사한 이미지들. 글쎄, 이래서 나는 영화든 그림이든 문화상품으로서의 메이드인 USA 제품이 좀 껄끄럽다. 마지막으로 꼴불견 하나 더.
봉준호의 미국판 <마더>랄까, 파이널 신에서 <마더>의 엄마 격인 지미(혹은 그의 아내)를 손가락 총으로 저격하는 형사 친구 숀(케빈 베이컨)의 모습은 지구촌 헌병이자 빅브라더 미국에 대한 강력한 응징이자 도덕적 비판인것쯤은 알겠는데, 이게 또 코미디 같은 장면이다. 자고로 '비판'이란 관객이나 독자가 눈치못채도록 은근슬쩍해야 하거늘 천하가 다 알게 드러내놓고 해야 맛인가?
바로 이 지점에서 그동안 이어지던 숨막히는 스릴, 반전과 반전- 후반부 절묘한 교차편집(cross cutting)도 한 몫 거든다 - 이 무색하리만치 노골적이고 교훈적인 연출은 거듭 할리우드 제품임을 여실히 확인케 한다. 여하튼 분명한것은 할리우드 제품은 제아무리 기발하고 아이디어가 넘쳐도 절대 A. 히치코크를 벗어날 수 없게 되어있다. 즉 아카데미상에 최적화된 영화라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