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역시 사회 비판적이라고해서 좋은 사람, 진보적이라고 생각하진 않는다. 그러나 또한편 친절, 배려, 신뢰,사랑과 같은 구체적 삶의 태도가 진정한 진보를 식별하는 지표가 된다고 믿지도 않는다.

 

기본적으로는 진정한 진보라는 표현도 싫고, 무엇보다 이놈의 '진보'라는 표현 자체가 품고 있는 고약한 지점, 정치적 상상력보다 윤리가 앞선다는 암묵적 전제 자체가 싫다. 먼저 사람이 돼야지 같은 개똥철학에서 진보/보수의 수사법은 과연 얼마나 멀리 있을까?

 

이 진보/보수라는 윤리적 표현, 백번 양보해도 '정치공학'적 표현을 정치적 가치 판단이라고 호도하는 모든 표현, 행동, 권유가 나는 몹시 불편하고 당황스럽다. 성격이 개차반이라도 노동의 가치, 노동자라는 주체를 복원하거나 방어하는데 힘쓰는 사람은 좌파고, 안 친절, 안 배려 안 사랑해도 여성의 주체화에 기여하고 있다면 여성주의자다.

 

그러니까 한마디로 진보/보수의 구분법은 정치적으로 졸라 무기력한데, 정치공학적 게임으로 이를 벌충하는 정치적 지진아들에게 제공되는 환타지에 가깝다. (물론 그 환타지 게임은 다양한 대의 정치의 이해관계를 위해 기획되었지만, 결정적으로 어떤 정치 주체도 생산하지 못한다) 그 비슷한 버전으로 휴머니즘 등등 여러가지 자매품들이 있고.

 

정치는 상식, 도덕 같은 윤리에 개입해 그것이 다양한 이해관계의 메트릭스라는 사실을 추궁하는 데 그 역할이 있다고 생각한다. 거칠게 말하면 여성주의도, 맑시즘도 사회적 관성, 상식, 도덕, 심지어 공동체의 윤리에 개입할 때 비로소 정치이고, 정치적 발화다. 그런데 진보/보수라는 수사는 이 같은 정치적 상상력, 의지를 너무자주 훼손한다.(...) " 

                                                                                          - 이글루  A cousin of human being 에서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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