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의 기타
김종구 지음 / 필라북스 / 2019년 3월
평점 :
절판


학생시절 브라스밴드를 한 후로 30년가까이 트럼펫을 잊고 살았다. 그러다 다시 시작한게 10년쯤. 지금은 아마추어 오케스트라 활동을 하지만 지난 10년, 숙제 같이 늘 머릿 속을 떠나지 않는게 있다. 어떻게해야 연주를 잘 할 수 있지?

한겨레신문 편집인이자 아마추어 기타리스트이기도 한 김종구의 음악 에세이 <오후의 기타>(필라북스, 2019년)가 최근 출간되었다. 아마추어 연주자이니 필경 나와 비슷한 애환이 있지않을까? 더구나 책을 펴낼정도면 연주 실력이 상당한 수준일터여서 귀동량할 요량으로 조촌동 영풍문고로 달려갔다.
 
에세이 풍으로 쉽게 쓴 책이라 술술 재미있게 읽히고 어떤 대목에서는 고개가 끄덕여진다. 저자 역시 마찬가지인데, 악기를 하는 사람들의 고민은 대체로 비슷하다. '어떻게해야 연주를 잘 할 수 있지?'

요즘 중년 남자들 사이에 색소폰 열풍이 일고있다. 나의 학창시절은 기타가 유행이어서 한번쯤 기타를 해보지 않은 이가 없을정도였다. 당시는 쇠줄로 된 통기타로 건전가요니 싱얼롱 등을 주로 했고, 다른 쪽에서는 <장고><파이프 라인><상하이 트위스트> 등을 즐겨 배우고 연주했던 기억이 난다. <오후의 기타>에도 언급되고 있지만 예나 지금이나 영화<금지된 장난>의 주제가인 <로망스>는 세월이 가도 변치않는 명 연주곡이다.  

<오후의 기타> 덕분에 오랫만에 나르시소 예페스의 기타 연주 <알함브르의 회상>과 <아랑훼즈 협주곡>을 감상했다. 기타의 원조는 스페인이다. 작곡가 요아킨 로드리고, 유명 연주자인 안드레아 세고비아, 나르시소 예폐스 등 대부분 스페인 태생인데, 마침 원양어선 생활을 대서양 스페인령 라스팔마스에서 한 탓에 기타 곡은 나에게 친근한 편이다.

책의 중간쯤에서 저자는 <카바티나>라는 곡을 거듭 언급한다. 기타 명곡인듯한데 곡명이 생소하다. 나 같은 기타 문외한은 대개 <로망스>나 <알함브르의 회상>정도는 안면이 있지만 <카바티나>는 좀 낯설다. 어떤 곡이지? 호기심이 일었다. 유튜브를 검색하니 기타리스트 존 윌리엄스의 연주가 있다.

연주를 듣고 알았는데 마이클 치미노 감독의 <디어 헌터>주제가다. 멜로디 첫 부분이 흘러나오자, 가만, 어데서 많이 듣던 곡이다. 그러니까 제목만 몰랐을뿐  멜로디는 이미 낯익다. 곡을 듣고 있자니 묘하게도 콧날이 찡하다. 슈베르트 <피아노 소나타 20번> 2악장을 배경음악으로 쓴 <윈터 슬립>도 그렇더니......아마 두 곡 모두 잔잔한 분위기이며, 애상어린 선율 때문인것 같다. 

최근 내가 진행하는 독서회에서 어떤 책을 읽을까 고민 중이었는데 마침 잘 됐다. 더구나 회원들이 모두 오케스트라 단원이라 토론작으로 <오후의 기타>는 더없이 안성맞춤일것 같으니 말이다.  저자가 언급한 기타 명곡도 함께 감상하고 책 토론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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