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인숙 - 잘랄루딘 루미

인간이란 여인숙
매일 아침 새로운 손님이 도착한다
기쁨, 우울, 초라함
몇 가지 순간적인 깨달음들이
뜻밖의 손님으로 찾아온다
그들 모두를 환영하고 잘 대하라
그들이 한 무리의 슬픔이라서
그대 집을 난폭하게 휩쓸고
가구들을 다 없애더라도
여전히 각각의 손님을 존중하여 대접하라
아마도 그는 새로운 상쾌함을 위해
그대를 청소해주는 것일테니
- 자신에게 모멸감이 들면 이 감정이 나에게 무엇을 말해주는 걸까하고 질문 해보는 자세가 필요해요. 사실 모든 모멸감이 다 정당한 게 아니거든요. 종종 지체 높은 사람들 중에서 별것 아닌 것에 모멸감을 느끼는 사람이 있어요. 그런데 그들은 엉뚱한 데에 자존심을 걸었다가 그게 충족이 안 되면 스스로가 화나는 거지요.
- 그렇담 모멸감의 근원을 먼저 파악해야겠네요?
- 점검해봐야죠. 나의 부풀려진 자아나 허상 때문에 생겨나는 것일 수도 있으니까. 실제로 많은 경우에 여러 감정이 섞여 있어요. 딱 잘라 애기할 수도 없을뿐더러 사람마다 모멸감을 느낄 수밖에 없는 상황이 다를테니까요.
- 그런 상황에서 흔들리지 않고 나의 존엄을 지키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 자기 자신에게 좀 너그러워져야 해요. 흔들리는 것 자체가 자연스러운 것 아닐까요? 그런데 우리는 흔들리는 것을 문제 삼아요. 어차피 사람은 많은 순간 좌충우돌하고 때때로 모순적인 존재가 되잖아요. 그런 사실을 온전하게 끌어안아야 해요. 그렇다고 그냥 내버려두는 것과는 다릅니다. 나를 성찰하는거니까요. 우리는 있는 그대로 나를 받아들이는 연습이 너무 안 돼 있어요. 자기 스스로는 알잖아요. 우리가 남루하고 허름한 존재라는 것을 말이예요. 그런데 그걸 서로 감추기 위해 가면무도회를 합니다. 그러나 계속 그렇게 살수는 없어요.
어빙 고프만이라는 사회학자가 이런 말을 해요. "모든 건 다 연출이다. 그런데 연출을 정해진 하나의 방식으로만 하니까 감정이 이상하게 표출된다."
다양하게 자기를 연출할 수 있어야 해요. 어린아이 같은 자기, 어수룩하고 바보 같은 자기도 섞여 나올 수밖에 없지요. 그걸 받아들이는 데가 많지 않으니, 우리는 뭔가 있어 보이기 위해 계속 애쓰잖아요. 나의 허술함을 감추려고 일부러 더 과시하고 위세를 부리죠. - 2019. 2. 16. 한겨레인터뷰/ 김찬호(사회학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