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에 작고한 철학자 김진영의 산문집 <아침의 피아노>(한겨레출판, 2018년)에 실린 글 가운데서 89쪽에 실린 72번 글을 패러디한다. 원문은 환자로서의 삶과 정상적인 일상의 삶에 대한 성찰을 담은 내용인데, 아래 글은 원문 중 '환자의 삶'을 '딜레탕트'의 삶으로 바꿨다.

평생 책과 예술을 사랑하는 딜레탕트로서의 내 삶은 특별한 사랑의 삶을 닮았다. 두 사람을 똑같이 사랑하는 정상적인 러브 게임의 삶- 그의 삶은 일상의 삶과 딜레탕트의 삶으로 분리되었다. 그러나 그는 두 삶 모두에게 성실하지 않으면 안 된다.  이 불가능한 성실성은 오로지 두 삶의 정연한 분리를 통해서만 성취할 수 있다. 일상의 삶을 살 때 딜레탕트의 삶은 단호히 망각되어야 한다. 딜레탕트의 삶과 마주할 때 일상의 삶은 또한 단호하게 차단되어야 한다. 그렇게만 두 삶 모두와 성실하고 책임 있는 부부 생활을 할 수 있다. 두 삶이 서로 시기하고 질투하는 일 없이 늘 조용하고 무사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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