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산책' 제 3회 토론 주제는 '몸'으로 최종 합의되었다. 토론 주제는 그때그때 회원들의 관심사에 따라 자유롭게 정하는데, 결정에 앞서 '몸'이라는 주제가 너무 포괄적라는 이의제기가 있었다. 마침 회원인 홍 화백이 '몸' - 한 사람의 변해가는 과정을 캔버스에 담고싶다는 - 을 주제로 한 그림을 그린다는 계획이 있다기에 아예 <홍삼식의 그림에 나타난 몸에 대하여> 로 결정했다.

앞으로 한 달간 '몸'이라는 주제와 씨름해볼 작정이다. 어쩔수 없이 이번에도 타인의 사상과 책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워낙 아둔한 머리인지라 내 생각만으로는 딱히 뽑아낼 게 없으니 도리가 없다. 

서가를 살피던 중 철학아카데미와 '아트앤스터디'에서 철학강의를 하는 조광제 교수의 [주름진 작은 몸들로 된 몸](2003년, 철학과 현실사)이 눈에 띄었다. 아니 이런 책이 있었나? 워낙 오래전에 구입한 터라 내가 구입했는데도 제목이 낯설었다. 제목이 그럴듯해 반갑게 빼들었다.

후설과 메를로-퐁티를 전공한 현상학자답게 이 책의 1부는 후설과 메를로-퐁티의 현상학을 소개한 개설서 수준의 내용이고 2부에서는 현상학으로 다져진 저자의 몸 철학이 본격적으로 펼쳐진다. 현상학의 입장에서 전개되는 몸 철학이 이번 토론주제에 과연 도움이 될 수 있을지 알 수 없지만 일단은 일별해 볼 일이다.   

문득 인사동 '철학아카데미'에서 했던 조 교수의 [현대미술의 정체]라는 강의가 떠올랐다. 여하튼 이번 토론은 홍 화백의 그림이 대상이니 이래저래 잘 되었다.

평생 독학으로 일관하는 나에게 조광제 교수는 각별한 인연이 있다. 과거 인사동에 위치한 '철학아카데미 강좌를 몇 차례 청취한적 있는데, 당시 조광제 교수와 이정우 교수의 강좌를 수강한바 있고, 이후 '아트 앤 스터디'에 개설된 두 분 교수의 강좌를 연이어 수강하기도 했다. 워낙 여러 강좌를 수강하다보니 정규대학 과정으로 치면 아마 4년치 커리큘럼을 이수할정도로 열정적이었다. 

조 교수는 언젠가 홍상수 감독의 영화에 단역으로 출연한 적이 있다. <강원도의 힘>으로 기억하는데, 동해안 어느 횟집에서 대학  시간강사 역을 연기했던것 같다. 영화에 관심이 많은듯 조 교수는 영화관련 책을 출간하기도 했는데 영화에세이 <인간을 넘어선 영화예술>을 재밌게 읽은 기억이 난다. 특히 홍상수 감독의 <오, 수정>을 시간이라는 주제로 풀어낸 글이 지금도 기억에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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