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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해가 끝나간다. 어쨌든 열심히 달려왔으니 후회할건 없다. 다만 중요한건 오늘, 지금이며 다시 돌아올 내일이다. 내 앞가림만 하느라  허겁지겁 살았다. 새로운 해은 어떻게 살아야할지 잘 모르겠다. 다만 하나, 이대로는 안 되겠다는것. 일단 내게 주어진 능력, 내가 처한 현실로부터 출발한다. 

다 그만두고 내가 좋아하는 것. 하고싶은 것은 무엇일까. 늦기전에 이것부터 시작하자. 현재로서는 <칸투스독서회> <인문산책> <칸투스오케스트라> 세 가지 모임이 중심이자 출발점이다. 오케스트라는 하던대로 잘 진행될테고, 2년차로 접어든 독서회, 이제 막 시작한 인문산책은 새로운 동력을 불어넣어야한다. 우선 나부터 준비를 착실하고 꼼꼼하게 하자. 과욕이나 지나친 기대는 금물이다. 하던대로 그저 쉬엄쉬엄 걷자. 하다보면 새로운 방법이 나올테고, 이런 방법조차 내가 아닌 회원들에게서 나와야 한다. 나는 앞에서 이끌게 아니라 뒤따르며 적절한 방향을 조율해주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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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구입은 자연스런 지적욕구의 분출이고 큰 즐거움 가운데 하나다. 젊은시절은 책에 특별한 의미부여를 했다. 하지만 책도 세상의 수많은 물건 가운데 하나이니 책을 소유하고싶은 욕망만을 따로 구분해서 정신적이다, 지적이다 하며 치장할 필요는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를 포함한 대부분의 독서가, 애서가들은 책 구입 행위를 좀 다르게 여긴다. 책은 일반적인 물질과 달리 정신적인 분야에 속하고, 지식과 마음의 양식을 채워주는 것이니 물질욕과 다르다는거다. 뭐 이렇게 주장한들 누가 뭐라 할 사람 없겠지만 좀 억지스런면은 있다.       

문제는 과도한 책 구입이 오히려 심도있는 독서를 방해한다는 점이다. 아이러니컬한 일인데, 많은 책이 오히려 책 읽기를 방해한다는게 얼핏 이해가 안 되지만 따져보면 지극히 상식적인 문제다. 왜 그런가.

가령 아직 읽지 않은 책이 책상과 서가에 잔뜩 있는데도 또 다른 책이 쌓여간다고 하자. 그럴때마다 마음은 급해진다. 얼른 책읽기를 마쳐야 다른 책을 손에 들 수 있다. 미처 읽지 않은 책이 있는데 새로 구입한 책이 도착하면 죄의식이 들기도 한다. 과소비, 지나친 욕심 같아서다. 그래서 급해지고, 건성으로 페이지를 넘기기도한다. 얼른 읽어야 다른 책을 읽을 수 있을테니 말이다. 어떤가. 이쯤되면 분명 책 구입도 세상의 하고많은 소유욕, 물질욕과 하등 다를바 없지 않겠는지.

그래서 결정한건데, 내년 한 해 책 구입을 잠시 중지해보기로 했다. 잘 될지 모르겠지만 우선 시작해보자. 당분간 기존의 소유한 책들에 집중하기로 했다. 아직 첫 페이지도 안 넘긴 책이 수두룩하니 우선은 그렇게 해도 별 문제 없을듯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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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이상 장문의 글을 쓸 능력이 없다. 글을 쓸 수 있는 시간도 시간이려니와 무엇보다 필력이 딸려 힘에 부친다. 당장은 글쓰기 훈련이 습관적으로 안 된 탓도 크다. 거기다 상상력 또한 무뎌졌고, 점점 나이가 들면서 열정 또한 사그러들었다. 희미하게 소진되어 가는 화톳불 같다고나 할까. 하지만 이런 현실이 아쉬울것 없다. 그냥 오롯이 인정하고 가능한 능력 범위 안에서 사고하고 행동하면 그만이다. 주어진 현실에 최선을 다했는데 대체 무슨 아쉬움이 있을까. 일기쓰듯 끄적이는 자투리 낙서, 생활 일기로 만족할 것. 또 하나. 예나 지금이나 딜레탕트였음을 잊지말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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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 할 수 있는것, 이쯤해서 포기할 것, 적당한 균형감각을 유지할 것, 천천히 가야할 것, 더 빨리 가야할 것은 무엇인지 두루 생각하자. 뱃생활 30여년, 사무실 생활 10년, 독서실 8년. 스무살부터 내리 45년여를 쉬지 않고 달려왔다. 이제 60중반. 욕심을 내본들 소용이 있겠는가. 뭘 더 바랄까. 이만하게 누렸으면 충분하다. 더 바랄게 없으니 쉬엄쉬엄 느릿하게 걷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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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마디 말, 행동거지 하나라도 허투루해서는 안 된다. 남의 입에 오르내리지 않도록, 행여 의도치 않은 말, 행동으로 타인에게 상처 주지 않도록 조심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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