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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그명을 '딜레탕트'라 지은건 딴에 생각이 있어서다. 평생 문학을 가까이했고, 독후감 몇 편 썼다해서 내 능력 누가 모를까. 정식 문학교육을 받지 못한 탓도 크지만 무엇보다 창조적인 글을 쓰기엔, 더구나 평문을 쓰기엔 내 머리가 너무 무디다고 판단되었다. 그랬기에 단 한 번 문단 데뷔를 생각한적 없고 실제 응모도 하지 않았다. 그냥 애호가, 취미생활로 만족하자. 그랬던거다. 이런 생각은 지금도 마찬가지여서 매일 문학을 생각하고 읽고, 쓰고 하지만 그냥 독자, 애호가일뿐이다. 그리고 앞으로도 이렇게 살다 죽을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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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해결되지 않은 숙제처럼 머리 속을 떠나지 않는 몇 가지. 마르셀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제임스 조이스 <율리시즈>를 완독하고 이해하는 것. 다음은 셰익스피어 전집 읽기. 우선 이 세 가지가 해결되면, 세계문학을 꼼꼼하게 다시 읽으며 독후감을 작성하는 일이다. 어찌생각하면 소박한 계획일 수 있지만 그간 미루고 미뤘뒀던 평생의 숙제를 일단 끝낸 후 다음을 생각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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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트럼펫 레슨 샘이 내게 이런 말을 했다. "뭐 프로, 아마가 따로 있나요. 매일 열심히 하는 사람이 프로죠."  추측컨대 내가 열심히 하라는 격려 차원의 말일게고, 진정한 프로는 매일 열심히 하는것 외에 하는 일 자체가 생업이 되어야 한다. 생업이란 좋든 싫든 먹고 살기 위해서 무조건 해야하는것을 뜻한다. 그것도 잠깐 짬을 내서 하는게 아니라 하루종일, 1년 365일 줄기차게. 바로 그런 점에서 나의 문학사랑은 취미생활이자 애호가 수준의 심심풀이용이라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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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달 만나는 '화요 인문산책' 두 번째 모임 주제는 <우리시대의 바람직한 소설문학>. 소설가인 최 작가의 개인적 고민과 결부된 주제이기도 한데, 다소 광범위하고 애매한 측면이 있다. 가령 '우리시대'는 언제를 지칭하며 '바람직한 소설문학'은 구체적으로 어떤 문학을 뜻하는지, 또 한국문학 전반을 대상으로 해야할지, 최 작가 개인에 한정해야할지 등이 먼저 따져져야한다. 단톡방에 게시된 최 작가의 발제 가운데 지방에서 소설작가로 살아간다는게 얼마나 힘겨운 일인지, 대중성(내지는 상업성)과 작품성 중 어떤 쪽을 우선해야하는지, 즉 독자들에게 어필하기 위해서는 어떤 작품을 써야하는지 조언을 듣고싶다는 내용이 있다. 

그렇다면 토론 주제를 우리시대 한국소설 전반을 대상으로 할 것이 아니라, 주로 최 작가 개인 작품에 국한해서 논의해야 할 것 같다. 다만 토론이 충실하기 위해서는 최 작가 작품을 중심으로 하되, 80년대에서부터 최근까지의 한국소설의 전반적 흐름을 개괄적이라도 살펴봐야 할것이다. 

최근 한국소설의 흐름과 주요 작가들의 작품은 어떤것이 있는지 파악하고, 토론자료도 준비할겸 김영찬의 평론집 <비평극장의 유령들>과 황종연의 평론집 <비루한 것의 카니발>, 석조동인지에 게재된 최 작가의 단편 세 편을 정독했다. 가능하면 90년 초반 주요 작품으로 거론되던 신경숙의 <풍금이 있던 자리>와 윤대녕의 <은어낚시 통신>, 은희경의 소설집 등을 재독하고싶지만 시간이 촉박하고, 게다가 2000년대 젊은 작가들의 작품까지 읽는다는건 도저히 엄두를 낼 수 없다. 미흡한대로 평론집을 통해서나마 스케치 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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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수아 장편 <에세이스트의 책상>, 김애란 소설집 <침이 고인다>, 권여선 소설집 <안녕 주정뱅이>, 은희경 소설집 <타인에게 말걸기>, 김연수 소설집 <스무 살>, 2003년 이상문학상 수상작 김인숙의 <바다와 나비>, 2016년도 이상문학상 수상작 김숨의 <뿌리 이야기>를 서가에서 빼놓다. 대략 3, 4일이면 읽을 수 있을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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