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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자 군산시청 인재양성과에서 주관하는 <동네 문화카페>만 보더라도 문화는 어데나 산재되어 있다. 문화란 우리가 활동하는 다채로운 양상을 집약적으로 보여주는 것이기 때문이다. 동네카페에서 보다시피 문화는 비단 정신적 활동에 국한된게 아니어서 라인댄스, 첼로교실, 음악인문학, 커피교실, 노래강좌, 꽃 카페, 인문학 이야기 등 무려 400여개나 된다. 소상공인들을 대상으로 경제적 지원을 통한 활성화, 시민들의 문화 소모임 활성화로 기획된 '동네 문화카페'는 경제적, 문화적 측면에서 두루 성공된 기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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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감상회 '필로무지카' 동호인으로 함께 활동한바 있던 Y씨와 점심을 함께했다. 시내에서 식당을 경영하는 S씨도 같은 회원이라 셋이서 반갑게 이야기꽃을 피웠다. 내킨김에 은파호수 부근의 '뮤직포유'까지 동행했다. 엊그제 포유의 G선생님이 마침 전화를 주셨던 게 생각나서다. 1층 카페에서 커피 한 잔 하며 토요음악회 이야기로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새삼알았는데 토요음악회가 무려 184회를 개최했다고. 음악회 수준이야 차지하고라도 이 작은 동네에서 순수 클래식 음악회가 200회 가까이 진행됐다니 놀라운 일이다. 전적으로 G선생님의 열정과 공이다. 마침 포유를 방문한 현대중공업의 Y부사장, 노래모임 FM멤버 '우전80'도 오랜만에 만났다. 모두가 반가운 얼굴들이다. G선생님은 연신 반갑다며 환한 얼굴을 하셨고, 다음 주에 식사 함께 하기로 약속하고 헤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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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보면 나 역시 여러 문화모임을 주도했고 간접적으로 참여하기도 했다. 토요음악회는 G선생님과 둘이서 처음 시작했고 3년여 진행을 맡았다. 그후 남내리, 나운동 지하서재, 독서실 등을 전전하며 크고작은 모임을 만들고 진행했으니 그간 적지않은 활동을 한 셈이다. 오늘 만난 S씨도 문화활동을 통해 만난 분인데, 당시 그런 활동을 통해 많은 위로와 격려를 받았다고 하니 가슴 뿌듯한 일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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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경험에 의하면, 문화모임에 관한 한 운영 형태, 방식, 내용이야 별 상관없고 단지 지속성이 문제다. 대개 어느 모임이든 참여 숫자가 최대 관심사인데 이런 작은 동네에서 몇 사람 더 많고 적은게 무슨 상관인가. 굳이 인문학이 아니거나 고급한 내용이 아니어도 무방하다. 단지 문화모임이라는 사실만으로 만사 오케이.
단원으로 활동하는 '칸투스오케스트'라, 몇몇 단원을 대상으로 한 '칸투스독서회', 최근 젊은 지인들과 의기투합해 만든 '인문산책', 이웃 부부들과 커피 한 잔 하며 가볍게 시작한 '클래식감상회'등 이것만해도 벌써 4개 모임체다. 아무리 열정이 차고 넘쳐도 모임 하나하나 내실을 기해야 하고, 감당할 수 있는 한계가 있으니 더 벌일 이유는 없다. 이 시점에서 필요한건 어떤 모임이든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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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렴풋이나마 어떤 방향으로 가야 할지 감은 잡힌다. 결론은 그랜디한 스터디 모임이다. 지속적으로 할 일이기에 서서히 치밀하게 준비하려고 한다. 그동안 직장과 가정 외엔 거의 바깥 출입을 삼가고 독서와 글쓰기 중심으로 살다보니 어쩔 수 없이 방안 퉁소 - 어린시절 어머니가 나에게 붙인 별명이다 - 로 지내던 생활 패턴에 일대 변화가 생겼다. 결국 '토요음악감상회' 해설자 노릇에서 비롯된 일인데, 주마간산 격이나마 영화와 문학, 혹은 음악 동네 주변을 돌아볼 기회가 있었다. 이미 짐작한 터지만 내남할 것 없이 인문적 교양과 글쓰기에 대한 신념이 결여된 것으로 판단되었다. 날로 교육 여건이 좋아지고, 대졸자가 현저히 증가하는 추세지만 주변의 문화적 상황은 여전히 계몽기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지 않나 생각된다. 헬스클럽과 교회, 노래방과 음식점은 사람들로 넘쳐나건만 문화 공간은 피폐할 대로 피폐해진 상황이다.
독서모임. 누구나 독서의 필요성을 느끼고, 실제 여러 형태의 독서 모임이 이뤄지고 있지만, 독서도 독서 나름인 바 비록 한 권을 읽더라도 엄선된 최상의 책을 읽어야 한다. 그러자면 먼저 동서고금을 망라한 튼실한 고전 읽기부터 시작해야 한다. 인문적 깊이를 확보할 수 있는 심도있는 책읽기. 오래 전부터 고심한 일인데 무엇보다 장소가 문제였다. 아내의 귀뜸으로 이웃인 솔이 아빠네 사무실이 비어있다는 걸 알았다. 평소 남편의 간절한 염원을 눈치 챈 아내는 은근히 사무실 자리를 알아봤나 보았다. 엊그제 솔이네 부부와 저녁 식사를 함께 하면서 사무실을 사용하기로 합의했다. 전세금 1000만원. 마침 아버지가 내게 맡긴 돈이 있어 전세금으로 대신하기로 했다. - 2003년 9월 28일 <남내리 일기>에서
나의 본격적인 문화 소모임 활동은 50대초반인 2003년 가을무렵부터다. 처음 터를 잡은 남내리에서 3년, 수송동 동생이 운영하던 지금의 독서실 1년, 나운동 지하서재 3년, 나운동 사무실 1년 등 장소만해도 네 군대를 전전하며 2010년경 독서실을 하기위해서 흥남동으로 이사 할때까지 8년여를 지속했다. 아마 독서실을 하지 않았으면 지금까지 계속하지 않았을까?
모임을 거의 접을때 레인보우악단(2009년 입단) 활동을 막 시작했으니 문화모임에 쏟아붓던 열정이 음악으로 옮겨졌음이 분명하다. 레인보우 악단, 하나임오케스트라, 라모니오케스트라, 지금의 칸투스오케스트라 창단까지 연주활동도 어느덧 10여년이 다 돼간다.
2016년 퇴직 무렵만해도 문화모임을 제대로 해보려고했었다. 하지만 독서실 운영이 만만치 않다보니 막상 실행에 옮기기가 쉽지 않았다. 독서실 운영도 어느덧 8년째에 접어들자 문화모임에 슬슬 관심이 쏠린다. 한가지 걸림돌이라면 60중반이라는 적지않은 나이인데, '뮤직 포유' G선생님을 생각하면 좀 위안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