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연주회를 마치면 으레 무대에 섰던 내 자신이 대견하고 자랑스러워서 주변 지인들에게 은근히 자랑을 하곤 했습니다. 괜스레 연주회 DVD도 다시 들어본다든가 꿈 같던 무대를 다시 떠올려보곤 했는데 올해는 그게 아니었던게죠.
저한테 올해 연주회는 참 죽을맛이었습니다. 결정적인 실수를....2악장 있잖습니까. 아이고, 다시 기억하고싶지 않지만 해야겠습니다. 한참 쉬었다가 뚜우~ 하고 트럼펫이 포르테로 나오는 부분. 글쎄 연습 때는 거의 안 틀렸는데 하필 연주회때 틀리냐고요. 긴장? 긴장이라기보다 잠시 집중력을 읽었던것 같습니다. 단무장님 오보 솔로 나올때 그거 집중하느라, 정작 내 소리를 못낸것이죠. 아이고 그때 일은 이정도로만 하고.
왜 뜬금없이 정기연주회 애기냐고요? 글쎄 한참 지났는데도 워낙 큰 실수라 트라우마처럼 머리를 떠나지 않아서 말이죠. 대체 얼마나 연습해야 그런 실수를 안 하나. 까짓 좀 못불고, 잘불고야 그럴수 있다치는데, 이건 뭐 한 박자 빠르게 뚜우~ 하고 내질렀으니. 이게 기차 출발 기적소리여 뭐여. 아무리 기차라도 그렇지 출발 때도 아닌데 무슨 뚜우~ 냐고요. 그럼 시간 맞춰 기다리던 손님들은 어떻게 해? 이를테면 이런 식인거죠.
그런 실수가 내심 주눅들게하고, 제풀에 컨디션은 다운되고, 고걸 자꾸 생각하니 밥맛도 없고 연습도 안 되고...세상에~ 연주회때 얼마나 당황했는지 무대에서 퇴장하다 바닥에 트럼펫 떨어트려 한쪽 쭈그러들고...참 뭐가 안돼도 그렇게 안될까. 그나저나 이런 실수 안 하려면 어떻게 해야하나. 고민고민 끝에 내린 결론인즉, 결국 연습 밖에 답이 없다. 그러니 내년 연주를 대비해서 올해보다 더 연습을 많이하자. 뭐 그렇게 결심을 했던 것이죠.
근데 현실은 그게 아니더군요. 엊그제 박물관 연주회 무렵, 연주하고픈 의욕도 안 생기고, 남들은 L. O. V. E. 뭐라뭐라 하면서 룰루랄라 신나하든데, 나는 김빠진 맥주마냥 팍 늘어지고 재미없고....그렇게 저렇게 연주를 마치긴했는데, 자 이제 어떻게 연습해야하나? 이래저래 막막했습니다. 그렇게 한 달쯤 그냥 연습 안 하고, 아까운 시간 흘러보내고....케세라 세라~~
얼마전 베토벤 <교향곡 7번>으로 결정되었잖습니까? 악보를 받아들고, 초견 연습 연주때 현 파트 슝슝~ 룰루랄라 연주 잘하지, 목관 파트 잘하지, 애고~ 초견인데 어째 저렇게들 잘할까. 하지만 저는 아무리 불고 싶어도 악보도 안 보이고, 소리도 잘 안나고, 그렇게 두 주가까이 꾸어다논 보릿자루마냥 자리만 지키다 귀가했더랬죠. 아~ 이거 제대로 할 수 있을까? 다음 연주회 정말 잘 할 수 있을까. 자신감은 더 떨어지고.......역시 지휘자님 눈은 예리하시더라고요. 얼마전 지휘자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셨죠. "조샘 요즘 정체된 느낌이네요"
맞습니다. 정확히 보신거죠. 정체, 아니 답보라고 해야겠네요. 하긴 엉뎅이나 방뎅이나 정체나 답보나 그게 그거니까. 문제는 발전이 안 되고 있다는거죠. 게다가 자신감은 더욱 떨어져가는 상태라......그럼 어떻게 하지? 결국 연습 밖에 달리 답이 없는데. 며칠 그렇게 허송세월로 지나가버렸습니다. 그러다, 이게 아니다싶어 지난 주부터 다시 연습을 시작하였습니다. 힘을 내자, 다시 해보자. 사람일인데 안 될게 뭐 있겠어. 예전처럼 죽어라 노력하면 되겠지.